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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K리그 구단의 감독 재신임, 어떻게 봐야하나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9. 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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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5. 11

 

최근 K리그에선 두 감독의 사임 의사가 반려되는 보기드문 일이 일어났다. 지난 달엔 K리그 챌린지 대전 최문식 감독이 사임할 듯한 의사를 내비쳤으나 구단 사장과의 면담 뒤 팀에 계속 남아 지휘하고 있다. 최근엔 K리그 클래식 전남 노상래 감독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사퇴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드러냈으나 역시 구단 수뇌부가 만류해 ‘없던 일’이 됐다.

올 시즌 일정의 25%도 소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두 감독이 물러나겠다는 생각을 밝힌 것은 분명 이르다. 하지만 두 팀 팬들은 지난 해 중반부터 이어진 부진을 연결해서 아쉬움을 전하기도 한다. 평가 기간을 최근 3개월이 아닌, 1년으로 넓히면 그렇다는 얘기다. 이 때 구단이 나서서 두 감독을 보호했고 더 많은 힘을 실어줬다. 박세연 전남 사장은 “프로 구단 감독이 파리 목숨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야 한다. 감독이 책임을 지고 물러날 정도라면 구단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윤정섭 대전 사장은 “이제 40경기 중 몇 경기를 졌을 뿐이다. 팬들 원성 말고는 구단 내 압력이 없다”고 했다. 윤 사장은 올해 부임해 최 감독과 공동운명체로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는 최 감독에 대한 신뢰를 표명했다.

 

▲ 노상래 전남 감독. / 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시계를 4년 전으로 돌려보자. 당시 2부 없이 16개 구단으로만 꾸려진 K리그에선 2012년 1년 사이에 무려 10개 구단(62.5%)이 사령탑을 교체하는 일이 일어났다. 물론 감독이 다른 구단으로 가는 바람에 새 지도자를 영입한 구단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성적 부진이나 코드 인사를 이유로 한 ‘꼬리자르기’식 감독 교체였다. 1~2부에만 40여개 안팎의 팀이 있고 세컨드 찬스가 자주 주어지는 유럽에 비해 K리그 감독이 ‘파리목숨’으로 비쳐진 것도 사실이었다. “감독만 바꾸면 전부인가”란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K리그 클래식 12개 구단 중 지난 해 감독을 바꾼 구단은 3곳(25%)이었고 그 중 포항은 황선홍 감독과 계약 기간이 끝나면서 새 사령탑을 데려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K리그 챌린지에서도 수원FC가 조덕제 감독을 한 번 더 신임하면서 1부 승격 감격을 누리는 등 사령탑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 최문식 대전 시티즌 감독. / 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거기에 이번 두 감독의 사임 반려는 K리그가 지도자를 귀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지금도 K리그에선 1~2부를 막론하고 몇몇 감독 입지가 불안한 게 현실이다. 물론 경기력이 더 악화되기 전에 지도자를 교체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결국 축구단도 기업이기 때문에 사·단장 등 경영자의 ‘직관’을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해당 구단 관계자나 팬들 입장에선 이번 최 감독과 노 감독의 잔류가 현 사령탑에 대한 배려와 구단 자체의 지원 부족 등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사령탑 임기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서 반갑다.

지난 1월 영국 BBC는 프로에 해당하는 잉글랜드 1~4부 감독들 평균 수명을 공개했다. 최상위 레벨인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한 감독이 평균 2.13년간 재임해서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승격에 목숨 걸고 뛰는 챔피언십(2부)이 가장 짧아 1.17년이라고 한다. K리그도 승강제가 정착됐기 때문에 소수의 ‘롱런’ 감독을 빼고는 항상 사임이나 경질 부담을 안고 싸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금 지원이 풍족한 프리미어리그도 보장하는 평균 2년 이상 임기를 K리그도 보장해주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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