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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모두가 소속팀 주전이 되기 어려운 현실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9. 28.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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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3. 30. 

 

니클라스 벤트너란 덴마크 국가대표 공격수가 있다. 이 선수는 최근 4년간 이력이 참 독특하다. 소속팀 각종 리그에서 넣은 골과 대표팀에서 넣은 골이 같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유벤투스(유벤투스)와 아스널(잉글랜드) 볼프스부르크(독일) 등에 뛰며 총 11골을 기록했는데 동일한 기간 덴마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넣은 골도 11개다. 그렇다고 덴마크 대표팀이 형편 없는 상대와 A매치를 치른 것도 아니다. 그 11골 중엔 이탈리아전 및 포르투갈전 멀티골, 미국전 해트트릭 등이 있다. 터키와 불가리아를 상대로도 골을 넣었다. 대표팀 감독으로부터는 “더 잘 할 수 있으니 뛸 수 있는 팀으로 가라”는 비판과 “벤트너가 잘 해줬다”는 칭찬을 번갈아 듣는다.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덴마크 대표팀은 그를 A매치 명단에서 뺐다가도 또 불러 주전으로 쓰곤 한다.

벤트너 얘기를 꺼내는 것은 지금 우리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이 생각나서다. ‘슈틸리케호’는 유럽에서 뛰는 몇몇 선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출전 시간을 동시에 잃어 위기에 빠졌다. ‘신태용호’는 몇몇 수비 요원들이 K리그 클래식에서 그라운드를 밟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알아보니 안익수 감독이 지휘하는 20세 이하 대표팀도 이 문제로 고민하는 듯 하다. 그러다보니 감독들은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선수들에게 소속팀 출전을 촉구한다. 대중의 반응은 더 뜨겁다.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많은 비판이 가해지기 마련이다.

 

▲ 도박에 중독돼 무려 90억 원을 날렸다고 고백한 ‘악동’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전 아스널 공격수 니클라스 벤트너. / 글로벌아코노믹


현장의 목소리는 조금 다르다. 최근 출전시간이 줄어든 한 선수 측근은 “실전을 못 뛰니 체력이나 감각이 좀 사라진 것은 맞지만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아쉽다. 어쩌면 외부의 따가운 시선에 심리적으로 흔들리고,자신감이 떨어지는 게 선수를 더 힘들게 하는 이유일 수 있다”고 했다. 주전에서 밀린 선수의 책임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장기간 못 뛰고 있다면 어떻게든 새 팀을 찾는 게 맞다. 다만 어차피 발탁했다면 선수들이 지금 갖고 있는 것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환경도 필요하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한 유럽 및 남미 몇몇 국가를 빼고 이런 문제가 없는 대표팀은 거의 없다. 한국도 2002 월드컵 이후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하면서 이런 딜레마에 곧잘 빠지고 있다. 하지만 감각이 좀 떨어져도 원래 실력이 있다면 누구든 그 선수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뽑았다면 마음 편하게 뛰도록 지켜 볼 필요도 있다.

한 선수 출전 문제로 대표팀이 손해보는 것을 시스템적으로 보완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일본 올림픽대표팀처럼 별도 팀을 만들어 하부리그에 나서는 방안도 있고,A매치 기간이 아닌 4월에 단기 훈련 및 프로 구단과의 평가전을 통해 경기 감각 떨어진 선수를 끌어올리는 수도 있다. 북유럽 국가들처럼 자국리그 베스트 멤버로 B팀을 만들어 토너먼트에도 나서고 상비군 개념의 인력풀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국가를 위해 봉사한 선수들에게 오롯이 책임을 지우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생각에서 하는 말이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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