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아웃사이드 파크] 한국시리즈 4승 무패 '압승'의 추억

---Outside Park

by econo0706 2022. 10. 3. 20:19

본문

2016. 11. 04 

 

모든 프로야구팀의 꿈은 ‘우승‘이다. 정상에 오르겠다는 일념 하나로 기나긴 페넌트레이스의 여정을 감내한다. 모두가 하나의 꿈을 바라보고 달리니, 당연히 모두가 이룰 수 없다. 20년간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해도 우승 반지 한 번 못 끼고 은퇴하는 야구인이 허다하다. 프로야구 사령탑으로 800승을 넘게 올린 감독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한다. 그래서 우승의 환희는 더 크고, 더 값지다. 

 

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결정됐다. 두산이다.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4전 전승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이다. 창단 최초 한국시리즈 2연패이자 1995년에 이은 역대 두 번째 통합 우승이다.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두 압도적이었다. 정규시즌 2위에 빛나는 NC가 맥을 못 췄다. 시리즈 시작 전에는 두산 선발진의 ‘판타스틱 4(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장원준-유희관)’와 NC 중심타선 ‘나테이박(나성범-에릭 테임즈-이호준-박석민)’의 정면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결과는 싱거울 정도로 두산의 압승이었다. 
 

▲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두산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은 지난해 정규시즌 3위였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마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올해는 정규시즌 우승팀 자격으로 한국시리즈에 선착했다. 체력을 비축한 두산은 더 무서웠다. 마운드, 타선, 수비 모두 최강이었다. 두산은 그렇게 역대 여섯 번째 한국시리즈 전승 우승팀으로 기록됐다. 


# ’압도적 승리‘의 증거, 4승 무패 우승 

포스트시즌 진출 팀들의 전력은 대부분 종이 한 장 차이다. 승자는 결국 하늘이 결정한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4승 무패 정도로 압도적인 전적이라면, 실력으로도 완벽하게 눌렀다고 보는 게 맞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올해까지, 삼성이 전·후기 리그 통합우승을 차지한 1984년만 빼면 매년 한국시리즈가 열렸다. 올해가 34번째 한국시리즈였다. 그 가운데 한 번도 지지 않고 우승한 팀은 올해의 두산을 포함해 여섯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최초의 사례는 1987년 해태였다. 그해 한국시리즈는 절친한 친구 사이인 해태 김응용 감독과 삼성 박영길 감독의 맞대결이었다. 해태는 대구에서 열린 첫 두 경기를 모두 잡고 시작했다. 1차전은 한대화와 김성한의 홈런이 터지면서 5-3, 2차전은 선발 김정수와 마무리 선동열의 호투를 묶어 2-1로 이겼다. 홈으로 자리를 옮긴 3, 4차전은 좀 더 쉽게 잡았다. 3차전에서 4-2로 승리하면서 홈런을 터트린 삼성 이만수의 기세를 잠재웠다. 4차전에선 9-2로 낙승했다. 시리즈 MVP는 투수 문희수. 3경기에서 19⅔이닝을 던져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46을 기록했다. 

# 김응용과 LG의 영광, 정동진의 아픔 

그 다음 차례는 1990년 LG였다. MBC 청룡을 인수한 뒤 이름을 바꾸고 새 출발한 첫해부터 한국시리즈 왕좌에 올랐다. 백인천 감독이 이끌던 LG는 삼성을 상대로 1차전에서 13-0 대승을 올리면서 순조롭게 출발했고, 2차전에선 연장 11회 승부 끝에 3-2로 다시 이겼다. 대구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3차전을 3-2, 4차전을 6-2로 각각 잡아내고 1패도 없이 패권을 차지했다. 1차전과 4차전에 선발 등판해 2승을 올린 에이스 김용수가 시리즈 MVP로 뽑혔다. 그는 2경기에서 14이닝을 던져 단 2점만 내주는 완벽한 피칭을 했다. 

이듬해인 1991년에는 김응용 감독이 이끌던 해태가 김영덕 감독의 빙그레를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해태는 1차전에서 에이스 선동열의 완투승과 강정길, 한대화의 홈런을 앞세워 9-4로 이겼다. 2차전에선 이건열이 3회와 5회 멀티 홈런을 터트리면서 11-2 대승을 가져왔다. 승리투수가 이강철, 패전투수가 한용덕이었다. 3차전 역시 빙그레 선발 송진우를 무너트리면서 4-1로 승리. 4차전은 빙그레 이정훈과 강석천에게 홈런 두 방을 맞고도 불펜의 선동열 카드를 앞세워 5-4로 승리했다. 장채근은 4경기에서 15타수 7안타(타율 0.467) 8타점을 기록해 최초의 포수 출신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다. 

1994년은 LG의 ‘신바람 야구’ 원년이었다. 이광환 감독이 지휘하는 LG는 한국시리즈도 신바람을 타고 4연승으로 마쳤다. 공교롭게도 상대팀 태평양의 사령탑은 4년 전 LG가 4연승으로 우승할 때 상대팀 삼성을 이끌었던 정동진 감독이었다. 얄궂은 악연이다. LG는 1차전을 극적으로 잡았다. 연장 11회에 그 유명한 대타 김선진의 끝내기 홈런이 터지면서 2-1로 이겼다. 2차전은 정삼흠이 완봉 역투를 펼치면서 7-0으로 완승했고, 3차전은 구원 등판한 정명원을 무너뜨리면서 5-4로 역전승했다. 4차전 역시 3-2 1점 차 승리. 마무리 투수 김용수는 1승 2세이브, 평균자책점 0의 압도적인 투구로 두 번의 우승에서 모두 시리즈 MVP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 희비 교차한 선동열과 판타스틱 두산 

이후 4승 무패 우승팀이 나오기까지는 11년이 더 걸렸다. 2005년의 삼성이 두산을 상대로 그 침묵을 깼다. 해태의 영웅이었던 선동열이 삼성 감독, 그리고 현재 NC의 사령탑인 김경문이 두산 감독이었다. 삼성은 홈에서 열린 첫 판을 5-2로 잡은 뒤 2차전에선 팽팽한 연장 12회 승부를 펼쳤다. 결국 12회말 끝내기 점수를 뽑아서 3-2 승리. 당시 신인이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구원승을 따냈다. 한 번 흐름을 가져오자 3차전과 4차전은 수월했다. 3차전은 양준혁과 진갑용의 홈런이 터져 6-0으로 이겼고, 4차전은 박한이의 홈런을 포함해 10점을 뽑아 10-1로 대승했다. 오승환은 3경기에서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해 MVP가 됐다. 7이닝 동안 탈삼진 11개를 잡아내는 압도적인 투구로 김용수 이후 없었던 구원 투수 MVP로 등극했다. 

이때 엄청난 기세를 올렸던 선 감독은 5년 뒤 SK 전승 우승의 제물이 됐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는 당대 최강팀으로 군림하면서 한국시리즈에 선착했다. 반면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과 전 경기 1점차 혈전을 펼치고 올라온 뒤라 기진맥진했다. 1차전은 SK의 9-5 승리. 승리 투수와 패전 투수는 현재 한화 불펜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SK 정우람과 삼성 권혁이었다. 2차전 역시 SK가 4-1로 잡았다. 최정과 박경완이 홈런포를 쏘아 올려 삼성 차우찬을 무너뜨렸다. 3차전과 4차전은 약속이나 한듯 4-2라는 똑같은 스코어로 끝났다. SK는 에이스 김광현을 마지막에 올려 우승을 마무리 짓게 했다. ‘가을 사나이’ SK 박정권은 14타수 5안타, 홈런 1개, 6타점을 기록해 MVP로 선정됐다. 

# 팀을 강하게 만드는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

그 후 6년 만에 등장한 전승 우승팀이 바로 올해의 두산이다. 두산은 1차전을 연장 11회 접전 끝에 2-1로 승리했고, 이후 3경기는 모두 낙승했다. 2차전이 5-1, 3차전이 6-0, 4차전이 8-1로 각각 끝났다. 4경기에서 38이닝 동안 NC 타선을 2득점으로 묶어 역대 한국시리즈 최소 실점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두산의 15승 투수 4명이 도합 29⅓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 ’판타스틱 4‘의 위용도 재확인했다. 두산 안방마님 양의지는 앞서 언급된 1991년의 장채근에 이어 역대 두 번째 포수 출신 MVP로 선정됐다. 

 

▲ 2005년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삼성 선수단. / ⓒ삼성 라이온즈


사실 두산은 늘 ‘강한 팀’이었다. 지난해까지 10년간 일곱 번이나 가을잔치에 나갔다. 그중 네 번은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최강’은 아니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지만, 페넌트레이스 성적은 3위였다. 그런 두산이 올해는 정규시즌 출발과 동시에 압도적인 힘을 뽐냈다. 시즌 초반부터 독주 체제를 굳혔고, 93승으로 역대 한 시즌 최다 승리 기록까지 다시 써가면서 우승을 일궜다. 많은 야구 관계자들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두산이 확실히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라고 감탄했다.

확실히 우승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야구는 멘탈 게임이다. 우승의 가장 큰 수확은 ‘자신감’이다. 현역 시절 두 팀에서 우승을 경험했던 A 야구인은 “선수들이 우승을 한 번 하고 나면 확실히 플레이 수준이 높아진다. 포스트시즌에 뛰는 것만 해도 큰 도움이 되지만, 우승을 경험하는 맛은 또 다르다”며 “기본적으로 자신감이 붙으니까 플레이 하나 하나에 여유가 생긴다”고 했다. 한때 ‘왕조’로 불렸던 팀 출신의 B 야구인도 “한국시리즈라는 우승의 고비를 넘기면서 느끼는 자신감과 성취감은 그 어떤 경험과도 바꾸기 어렵다. 자신의 플레이에 확신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 우승의 진짜 선물은 따로 있다

시야도 넓어진다. 역시 선수 시절에 두 팀에서 우승을 해봤던 C 해설위원은 “큰 경기는 정규시즌과 많은 것이 다르다. 선수들이 알아서 자기 할 일을 찾아서 움직여야 한다”며 “이럴 때 경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어떤 상황에 집중해야 할지를 깨닫게 된다. 경기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팀 전체를 하나로 인식한 플레이를 하게 된다”고 했다.

가장 좋은 점은 선수단 전체의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다. A 야구인의 지론은 “리빌딩도 이기면서 해야 리빌딩이 된다. 이기면서 하는 야구와 지면서 하는 야구의 발전 속도는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린 선수들은 자꾸 지면 오히려 패배의식만 생긴다. 이기는 방법을 알아야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C 해설위원도 “함께 우승을 일구고 나면 또 힘을 합쳐 우승해야겠다는 동료 의식이 높아진다”며 “올해의 두산도 그렇고, 2011년부터 4연패했던 삼성도 그랬고, 2000년대 후반의 SK도 그랬다. 선수들이 모두 함께 자란다”고 역설했다. 또 “한국시리즈 같은 큰 무대를 경험한 유망주는 이듬해 페넌트레이스에서 ‘어, 이것 봐라’ 싶은 플레이를 종종 보여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당장 정상에 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지만, 그 후에 얻는 것이 더 많아서 더 값지다. 그래서 다들 이렇게 우승을 하고 싶어 한다. 

 

배영은 / 일간스포츠 기자

 

자료출처 : 일요신문 [제1278호] 

 

신생팀 첫 KS 승리 역사…쌍방울은 ’무대‘도 못 밟고 뒤안길로

NC는 올해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2012년 2군에서 한 시즌을 보낸 뒤 2013년 처음으로 1군에 발을 들여 놓은 NC다. 그 후 2년 만에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이번에는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눈부신 성공, 그리고 찬란한 역사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았다. 4경기를 모두 지고 끝내면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승리 신고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아무리 전력이 탄탄한 NC라 해도 당장 내년 시즌 한 자리가 보장돼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NC로서는 더 아쉬운 한국시리즈다. 

사실 과거에도 신생팀에게는 한국시리즈 첫 승의 영광이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프로야구 원년을 함께 출발한 6개 구단과 도중에 구단 이름만 바뀐 팀들을 제외하면, ‘신생팀’은 35년간 총 6번 나왔다. 1986년 창단한 빙그레(현 한화)와 1990년 출범한 쌍방울, 기존 팀들을 해체하고 팀을 새로 꾸려 시작한 2000년 SK와 2008년 넥센, 그리고 9구단과 10구단인 NC와 kt다. 이 가운데 쌍방울은 끝내 한국시리즈 무대를 한 번도 밟아 보지 못하고 팀이 해체됐다. kt는 1군에서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 보지 못했다. 

빙그레는 신생팀의 한국시리즈 첫 승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 사례였다. 출범 2년 만인 1988년 한국시리즈에 처음 진출했지만, 1~3차전을 내리 해태에 내줬다. 1차전에선 선동열을 만나 0-2로 졌고, 2차전에선 5-6으로 역전패했다. 3차전에선 해태 선발 문희수에게 0-3 완봉패를 당했다. 결국 4차전까지 가서야 선발 한희민의 호투와 장종훈, 이강돈, 유승안의 홈런 3방을 앞세워 14-3으로 크게 이겼다. 내친 김에 5차전도 5-1로 승리했지만, 결국 6차전에서 다시 문희수에게 1-4 완투패를 당해 왕좌를 내줬다. 빙그레는 이후 세 번의 한국시리즈를 더 거친 끝에 1999년 한화라는 이름으로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SK는 창단 3년째인 2003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현대와 맞붙었다. 상대 선발 정민태의 구위에 눌려 1차전은 2-3 패배로 시작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 이호준의 홈런이 터지면서 5-3으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승리를 따냈다. 3차전에서도 이진영의 홈런을 앞세워 똑같은 5-3 스코어로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3승 3패까지 팽팽하게 맞선 채 열린 7차전에서 정민태에게 완봉패를 당해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2007년에 두 번째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라 첫 우승을 따냈다. 

넥센은 창단 6년 만인 2014년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상대는 4연패에 도전하던 삼성. 대구구장에서 열린 1차전을 4-2로 잡아 첫 한국시리즈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위엄도 과시했다. 당시 넥센 소속이던 피츠버그 강정호가 귀중한 2점 홈런도 때려냈다. 그러나 넥센 역시 2승 2패로 맞선 5차전에서 최형우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아 3승째를 먼저 내줬고, 결국 2승 4패로 우승에 실패했다. 신생팀의 첫 한국시리즈는 이렇게 첫사랑보다 더 성공하기가 어렵다. [은]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