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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드 파크] '이승엽 연장전 역전홈런' MVP·신인왕 선정 뒷얘기

---Outside Park

by econo0706 2022. 9. 2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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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17

 

2016 시즌을 빛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최우수신인선수(신인왕)가 결정됐다.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5)는 11월 14일 열린 KBO 시상식에서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4번째 MVP에 올랐다. 총 유효표 102표 가운데 절반이 넘는 62명이 1위로 니퍼트를 선택했다. 총점은 642점. 강력한 경쟁자로 꼽혔던 삼성 최형우(530점)를 앞섰다. 올해 22승 3패, 평균자책점 2.95로 다승·평균자책점·승률 3관왕에 오른 덕분이다.

▲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11월 14일 열린 KBO 시상식에서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4번째 MVP에 올랐다. / 연합뉴스

 

2011년부터 6년째 한국에서 뛰고 있는 니퍼트는 첫 MVP와 개인타이틀 수상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신인왕은 넥센 신재영(27)에게 돌아갔다. 2011년 NC에 입단한 뒤 2013년 트레이드로 이적한 그는 프로 입단 7년 만에 늦깎이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유효표 93표 가운데 1위표 90표를 독식했고, 총 465점 만점에 453점을 얻었다. 신인 선수로는 10년 만에 선발 15승 고지를 밟은 터라 적수가 없었다. 


# MVP·신인왕 투표 방식, 어떻게 변해왔나 

올해는 MVP·신인왕 투표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 21년 만에 다수결 득표제에서 점수제로 변경됐다. 프로야구 초창기인 1983년부터 1995년까지는 원래 점수제를 채택했지만,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특정 후보 1명에게만 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MVP와 신인왕을 선정해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다시 점수제로 돌아갔다. KBO는 “선수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가 더 많아진 만큼, 투표인단의 다양한 선호도를 반영하고 더 많은 선수들의 활약을 세밀하게 평가하는 장치가 필요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도 이미 오래전부터 점수제로 투표를 하고 있다. 

MVP는 1위부터 5위까지, 신인상은 1위부터 3위까지 각각 순위를 정해 기표하는 방식이다. MVP 투표에서는 1위표에 8점을 주고 2위표는 4점, 3위표는 3점, 4위표는 2점, 5위표는 1점을 얻는다. 1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1위표와 2위표의 점수에 차등을 크게 뒀다. 또 신인상은 1위표 5점, 2위표 3점, 3위표 1점을 준다. 이 득표들을 합산해 가장 높은 선수가 최종 선정된다. 만약 동점이 나오면, 1위표를 더 많이 받은 선수가 승자다. 

선택의 범위도 넓어졌다. 이전까지는 후보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MVP와 신인왕 후보를 먼저 추린 뒤, 그 선수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했다. 이제는 후보도 크게 제한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기준만 뒀다. MVP는 규정이닝과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혹은 투타 각 부문별 순위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선수이기만 하면 된다. 신인상은 KBO 표창규정 제7조에 따라 올 시즌 입단 및 등록된 선수, 혹은 올 시즌을 제외한 최근 5년 이내 30이닝이나 60타석 이하를 소화한 선수가 후보에 오른다. 해외 프로야구 리그에서 뛴 기록이 있는 선수는 제외된다. 

바뀐 투표 방식 덕분에 달라진 풍경도 있다. 매년 시상식에서 민망하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0표 선수’가 없어졌다. 이전에는 정해진 후보들 가운데 한 명씩에게만 표를 던지는 방식이라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도 단 한 표도 얻지 못하는 선수들이 2~3명씩은 꼭 나왔다. 애초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막상 아무도 자신을 찍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이 때문에 주변 기자들에게 “어차피 MVP는 안 되겠지만 0표는 안 나오게 내게 한 표만 행사해 달라”고 농담을 던지는 선수도 있었고, “한 표도 못 얻을 바에는 아예 후보에 이름도 올리지 않는 게 낫다”고 푸념하는 선수도 속출했다. 그러나 올해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 이유가 없었다. MVP 투표에서 10개 구단 선수 28명이 표를 얻었고, 신인왕 투표에선 9개 구단 선수 16명이 선택을 받았다. 우는 선수는 사라지고, 웃는 선수가 늘었다. 

투표 방식은 이렇게 점점 진화하고 있다. 사실 2011년까지만 해도 MVP·신인왕 투표와 개표가 시상식 현장에서 모두 이뤄졌다. 시상식에 참석한 투표인단이 투표용지에 이름을 적어내면, 그 자리에서 한 장씩 호명하며 개표해 수상자를 가렸다. 후보들끼리 접전을 펼칠 때면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 흘렀고, 한 표씩 이름을 불릴 때마다 변화하는 선수들의 표정은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드라마 같았다. 그러나 현장감 넘치는 이 방식에도 단점은 있었다. 포스트시즌이 다 끝난 뒤에 투표가 진행되니, 아무래도 팀이 우승하거나 가을 야구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선수가 득표에서 유리해지는 경향이 생겼다. 엄연히 정규시즌 MVP와 신인왕을 가리는 자리지만, 상대적으로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팀 소속 선수들은 어쩔 수 없는 불이익을 받아야 했다. 이 때문에 2012년부터는 정규시즌 종료 후, 혹은 포스트시즌 시작 직전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2012년 MVP인 넥센 박병호가 첫 사례였다. 넥센은 그해 포스트시즌에 실패했지만, 박병호라는 창단 첫 MVP를 배출했다. 올해 역시 MVP와 신인왕 투표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실시됐다. 

▲ 2001년 MVP 오른 이승엽. /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MVP·신인왕 투표에도 연장전이 있다(?) 


사실 매년 MVP와 신인왕은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탄생한다. 시즌이 초반에서 중반, 중반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수많은 참가자들이 MVP와 신인왕 레이스에서 탈락한다. 결국은 유력한 후보 한두 명만이 살아남아 몰표를 받는다. OB 박철순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22연승 신화와 함께 24승을 올려 MVP에 단독 입후보했다. 당연히 만장일치로 초대 MVP에 올랐다. 현대 박재홍은 1996년 홈런·타점왕을 휩쓸고 최초의 ‘30홈런-30도루 클럽’을 개설하는 기염을 토했다. 경쟁자였던 해태 김상진, 한화 송지만, 삼성 최재호를 모두 따돌리고 역대 유일한 만장일치 신인왕에 올랐다. 

이렇게 이견의 여지가 없는 선수가 한 명 나타나면 투표인단도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가 쉽다. 그러나 두 명 이상의 후보가 치열한 각축전을 펼칠 때는 투표에 참여하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누가 더 MVP, 혹은 신인왕으로 적합하다”는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서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평가 기준이 달라서 생기는 현상이다. 특히 1인 1표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됐던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개표 과정에서 ‘연장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MVP와 신인왕은 반드시 과반수의 표를 얻어야 결정된다는 원칙이 있어서다. 1차 투표에서 50% 이상을 득표하지 못하면 2차 투표를 통해 승자를 가렸다. 

2차 투표는 그동안 총 다섯 번 진행됐다. 최초는 1998년 MVP를 가릴 때였다. 그해 홈런왕과 타점왕을 석권한 OB 외국인 타자 타이론 우즈와 다승왕에 오른 LG 에이스 김용수가 팽팽하게 맞섰다. 1차 투표에서 우즈가 26표, 김용수가 24표를 각각 얻어 누구도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했다. 결국 시상식 현장에서 두 선수를 대상으로 50명이 투표를 했고, 29표를 얻은 우즈가 21표를 얻은 김용수를 누르고 사상 첫 외국인 MVP에 올랐다. 

2001년에는 MVP와 신인왕이 모두 2차 투표로 결정됐다. 특히 MVP 투표에서는 극적인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1차 투표에서는 다승왕과 구원왕을 석권한 LG 신윤호가 35표를 얻어 홈런왕인 삼성 이승엽(33표)을 앞섰다. 그러나 다시 진행된 2차 투표에서는 이승엽이 33표를 그대로 유지한 반면, 신윤호의 표가 29표로 줄었다. 최후의 승자는 이승엽이었다. 그해 신인왕은 한화 김태균과 삼성 박한이의 접전이었다. 1차 투표에서 김태균이 41표, 박한이가 39표를 각각 얻었다. 김태균이 2차 투표에서 36-26으로 승리했다. 

2004년과 2009년 신인왕 역시 천신만고 끝에 결정됐다. 2004년은 1차 투표에서 세 명(현대 이동학 42표, 현대 이택근 33표, SK 송은범 16표)에게 표가 갈렸을 정도로 뚜렷한 강자가 없었다. 이동학과 이택근이 2차 투표에서 집안싸움을 펼쳐 이동학이 50-28로 승리했다. 마지막 2차 투표가 펼쳐진 2009년 신인왕 투표에선 두산 이용찬(42표)과 KIA 안치홍(26표)이 연장전을 펼쳤다. 과반수에 딱 3표가 모자라 2차 투표 대상이 됐던 이용찬은 결국 50-19로 안치홍을 누르고 신인왕에 선정됐다. 

▲ 류현진은 이대호와 오승환을 제치고 MVP·신인왕을 동시에 석권했다. /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2006 류현진과 2015 테임즈의 공통점은? 


그런가 하면 아슬아슬하게 2차 투표를 피하고 MVP에 등극한 선수들도 있다. 한화 류현진은 2006년 프로야구 데뷔와 동시에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강력한 MVP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그해 류현진의 경쟁자는 타자 트리플 크라운에 빛나는 롯데 이대호와 아시아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운 삼성 오승환이었다. 그야말로 ‘세기의 대결’. 치열한 경합이 펼쳐졌다. 개표 막바지까지만 해도 2차 투표가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공개된 5표 가운데 4표가 류현진에게 몰렸다. 극적으로 과반수 커트라인을 정확하게 통과해 역대 최초 MVP·신인왕 동시 석권에 성공했다. 신인왕 투표에선 당연히 압도적인 몰표를 받았다. 

지난해 MVP에 오른 NC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 역시 아슬아슬했다. 수상자 공개 전부터 역대 최초 40홈런-40도루를 달성한 테임즈와 50홈런 타자 박병호의 MVP 경쟁이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결과는 역시 접전이었다. 총 유효표 99표 가운데 테임즈가 50표, 박병호가 44표를 가져갔다. 단 한 명만 테임즈를 찍지 않았더라도 두 선수가 2차 투표에 나서야 했던 상황이다. 그랬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알 수 없었다. 시상식에 직접 참석한 테임즈도 극적인 결과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다면 역대 유일하게 과반수 득표를 하지 못하고 MVP에 등극한 선수는 누구였을까. 한화의 레전드 투수 구대성이다. 1996년 MVP는 다승·평균자책점·구원 1위에 오른 구대성과 삼성 양준혁, 해태 이종범, 무서운 신인 박재홍의 경쟁이었다. 투표 결과 구대성은 총 유효표 65표 가운데 30표를 얻었다. 그러나 이때는 수상자가 꼭 50% 이상 득표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기기 전이었다. 그렇게 구대성은 또 하나의 역사로 남았다. 

 

배영은 / 일간스포츠 기자 

 

자료출처 : 일요신문 [제12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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