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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우] 현장에서 본 감독들의 각오!

--윤봉우 배구

by econo0706 2022. 10. 2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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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24

 

<도약이냐, 안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V리그 남녀부 미디어데이를 다녀왔다.

 

해마다 열리는 행사지만 선수단이 아닌 관계자(해설 위원)의 입장에서 미디어데이를 바라보는 느낌은 조금 달랐다.

 

그래서였을까. 이번 미디어데이는 선수들보다 감독의 포부에 조금 더 귀 기울였다.

 

남녀부 감독 각각 7인 7색의 출사표가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지 나의 선수 시절 경험에 비춰 분석해 봤다.

 

/ 한국배구연맹 제공

 

남자부 - ‘한 단계 도약을 꿈꾸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 “준비는 훈련 첫날부터 시작했고, 준비 과정도 좋았다“

 

토미 감독의 말에 많이 공감이 됐다.

 

2020~2021년 일본에서 감독과 선수로 함께 훈련을 해봤기 때문에, 토미 감독이 어떻게 훈련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을 추구하는지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기 때문이다. 토미 감독은 아이디어를 지속해서 짜내는 감독이다. 전술적으로 선수들이 이해도가 높아지도록 하는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는 젊은 선수들에게는 신선하고 동기부여가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난주 취재차 대한항공 훈련장을 찾았을 때 굉장히 놀랐다. 백업 멤버들로만 시즌을 치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멤버 구성과 선수들의 훈련 집중력이 상당히 좋았다.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 “준비는 잘했다. 선수들이 조금은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

 

후 감독의 KB손해보험은 어린 선수들이 가고 싶은 팀으로 바뀌고 있다. 자율을 강조하면서도 책임지는 배구를 하는 스타일 덕분이다.

 

내가 현대 선수 시절 겪었던 후 감독의 스타일 역시 지금과 같다.

 

다만 KB손해보험 선수들이 알아야 할 것은 자율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의 자율을 이어갈 수 있는 책임감이 기본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 “분위기를 많이 강조했다. 하승우 선수를 영입했고, 목표는 우승이다”

 

권영민 감독이 분위기를 강조했던 이유는 세터 출신으로 모든 것을 아우르는 선배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래야 팀이 어려울 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베테랑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신구 조화도 잘 이뤄지고 있는 팀이기에 더욱더 분위기를 강조했다고 본다. 하승우의 영입과 구단의 확실한 베팅으로 부임 첫해 우승이라는 큰 목표를 잡았을 것이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 “구성원의 변화가 많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2라운드 이후 좋아질 것이다”

 

신영철 감독은 배구에 관해서는 냉철한 감독이다. 경험 또한 풍부하다.

 

구성원의 변화가 많은 우리카드지만 팀의 장점인 안정적인 경기력의 배구를 하는 팀이기에 시간적인 부분만 충족된다면 우리카드만의 고유의 색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배구연맹 제공

 

석진욱 OK 금융그룹 감독- “레오가 일찍 합류했다. 부상으로 연습경기를 많이 하지 못했다. 신호진과 리그 중반 이후 군 제대 선수들에게 기대한다”

 

OK 금융그룹은 지난 단양 프리시즌 초청경기에 참가하지 못했다. 많은 선수가 부상에 시달리며 선수 구성에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고 한다. 6명의 구성원이 건강하게만 준비된다면 OK 금융그룹은 봄 배구 이상의 성적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레오가 누구인가! 이제는 나이를 먹고 경험과 여유까지 생겼다. 국내 선수의 뒷받침만 된다면 석진욱 감독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지 않고 삼성화재의 매운맛을 보여드리겠다”

 

김상우 감독은 어떻게 보면 독이 든 성배를 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팀에 비해 선수단 구성이 아쉬운 삼성화재의 지휘봉을 잡고 많은 변화를 만들었다. 그 변화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김상우 감독의 솔직 담백한 각오에 나는 십분 공감했다. 경기력은 시즌이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 새로운 삼성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올 시즌 삼성화재가 기대된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기본기를 강조했다. 서브 강화에 중점을 뒀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시즌 동안 하위권에 그쳤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힘든 건 감독일 것이다.

 

이번 시즌 최태웅 감독의 인터뷰를 지켜보면서 ‘이를 제대로 갈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캐피탈은 실제로 비시즌에 가장 많은 훈련을 소화했다. 훈련을 많이 해서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선수들에게는 많은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팀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전력이 상승했을 것이다. 베스트 6는 국내 어느 팀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오레올의 합류가 크다.

 

2015~2016 시즌처럼 오레올은 팀 경기력의 모든 부분에 큰 영향일 미칠 것이다. 부상만 조심한다면 최태웅 감독의 말처럼 탄탄한 전력의 대한항공을 끈질기게 괴롭힐 것이라고 본다.

 

'봉우의 생각' – “모두 열심히 땀 흘리며 새 시즌을 준비했다. 선수들이 성실하게 준비한 만큼 꼭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으면 좋겠다.”

 

남자부 미디어데이가 끝나고 여자부 감독들의 생각도 궁금했다.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여자부 감독들은 우승후보로 현대건설과 GS칼텍스, 흥국생명을 언급했다. 그렇다고 다른 팀의 전력이 크게 뒤처지는 것도 아니기에 초반부터 불꽃 튀는 순위 경쟁이 예상된다.

 

여자부 감독 : ‘부상을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 “준비과정이 순조롭지 않았지만 작년의 힘을 믿는다”

 

강성형 감독은 새 시즌 준비가 순조롭지 않았다고 했지만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를 만든 멤버가 그대로다. 1위 경험은 아무나 얻을 수 없다. 강 감독은 이 부분에 기대를 걸고 시즌을 맞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 “변화가 많았다.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겠다”

 

김종민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세대교체를 시작하며 그 안에서 신구 조화를 이끌려는 모습이다.

 

베테랑들이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면 금상첨화겠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도로공사는 기존의 베테랑들의 조직적인 배구에서 어떤 색깔로 변할 것인지 이번 시즌이 궁금해진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 “코보컵의 좋은 결과 이후 일본 전훈과 함께 마무리 점검을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화수분 배구로 유명하다. 기존의 멤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눈에 띈다.

 

코보컵의 우승은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과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긴 시즌을 치르는 동안 차상현 감독의 용병술이 기대를 모은다.

 

 
 
 

/ 한국배구연맹 제공

 

고희진 KGC 인삼 공사 감독- “어려움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여자부에서 첫 시즌이다. 여건이 안 되지만 핑계는 지운다. 1라운드부터 100%다”

 

KGC 인삼 공사는 국가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힘든 비시즌을 보냈다.

 

아직 복귀를 못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차츰 진영을 갖춰가는 상황이다. 고희진 감독이 준비하는 베스트 6만 제대로 가동된다면 인삼 공사 역시 가공할 만한 공격력을 갖출 수 있다.

 

초반 라운드의 성적에 따라 시즌의 성과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김호철 IBK 기업은행 감독- “지난 시즌 가장 많은 이슈를 남긴 팀이다. 주전 세터의 대표팀 차출 등 어려움 있었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김호철 감독은 선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다. 나 역시 김 감독께 참 많이 배웠다. 주전 세터의 대표팀 차출과 개막 직전 외국인 선수의 교체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리그 초반에 잘 치고 나간다면 '호통' 호철보다는 '소통' 호철의 미소를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권순찬 흥국생명 감독- “제일 궁금한 팀이 될 것이다. 경기장에서 보시면 어떤 팀인지 알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제일 궁금한 팀이다. 옐레나와 김연경, 김해란까지 이 세 명의 선수들의 시너지가 어디까지 나올지 말이다. 여기에 상남자 권순찬 감독이 흥국생명 배구에 어떤 색을 입힐 것인지도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돌아왔다.

 

김연경은 비단 여자배구뿐 아니라 V리그 전체 흥행을 이끌 파급력이 큰 선수다. 6개월간의 시즌 동안 부상 없이 본인의 퍼포먼스를 잘 보여주길 바란다.

 

김형실 AI 페퍼스 감독- “타팀들에 많이 두들겨 맞았다. 3승을 했지만 행복했다. 2년 차의 창단 팀이 아니라 새로운 페퍼스가 되겠다. 준비 많이 했다. 부상 고충이 있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AI 페퍼스는 지난 시즌보다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즉시 전력감 미들 블로커 염어르헝과 외국인 선수 니아 리드, 경험 많은 세터 이고은이 합류하자 김형실 감독은 올 시즌 10승을 목표로 잡았다.

 

AI 페퍼스가 올 시즌 10승을 한다면 V리그 여자부 순위 경쟁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

 

'봉우의 생각'– “대표팀에 차출됐던 선수들이 부상을 입고 돌아왔다. 부상을 잘 극복하면서 안정적으로 시즌을 치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 한국배구연맹 제공

 

남자부와 여자부 감독의 각오는 조금은 차이가 있었다. 남자부는 도약을, 여자부는 부상과 안정을 이야기했다.

 

이는 현재 남녀부가 처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남자부는 새로운 스타 발굴과 함께 박빙의 승부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여자부는 부상 선수들의 컴백과 스타 선수들의 멋진 퍼포먼스로 지금의 인기를 이어 가야 한다.

 

감독들의 각오를 들으면서 내 머릿속엔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감독이란 자리가 직업의 스트레스 지수로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자리라고 생각한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자리이지만, 그만큼 힘든 자리이다. 부디 V리그 모든 감독들이 장기 레이스 동안 건강 관리에 유의하고, 올 시즌 뜻한 바를 꼭 이루길 바란다.

 

윤봉우 / 전 프로배구 선수, 현 이츠발리 대표

 

자료출처 : 네이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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