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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더 이상 이변 희생양 곤란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11. 1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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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3. 30

 

축구의 의외성을 말할 때 흔히 '공은 둥글다'라고 표현한다. 공을 정확히 차지 않으면 엉뚱한 곳으로 가듯이 약팀도 언제든 강팀을 잡을 수 있다. 축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그렇다. 예측 가능성이 작아질수록 흥미는 커진다. 축구는 단 한 골로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다른 종목에 비해서 '이변'이 많이 일어나는 편이다.

가장 최근의 사건은 이탈리아가 북마케도니아에 진 것이다. 세계 랭킹 6위 이탈리아는 3월 25일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67위인 북마케도니아에 0-1로 져서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유럽선수권 우승팀이고, 더구나 홈 경기였기에 그 충격이 더했다. 이탈리아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이탈리아에 비하면 30일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원정경기에서 0-1로 진 것은 이변이라고 하기에 약한 편이다.

UAE와의 경기를 보면서 오래된 기억이 되살아났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다 0-1 패배. 20여 년의 간격을 두고 되풀이된 데자뷔였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홈팀 일본을 만난 한국은 황선홍(2골)과 유상철의 득점으로 3-2 역전승을 거뒀다. 준결승 상대는 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한 우크라이나였기에 결승행은 당연하다고 여겼다. 더구나 경기장이 히로시마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양궁 등 메달 종목을 취재하느라 중앙일보를 비롯해 대부분 기자가 현장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0-1 패배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나중에 녹화 경기를 봤다. 슈팅 수 28-2가 말해주듯 일방적인 경기였다. 거의 우크라이나 진영에서 놀았다. 두드려도 두드려도 골이 나지 않았다. 어쩌다 한국 진영으로 넘어온 우크라이나 선수가 골키퍼 정면으로 가는 평범한 중거리 슛을 했는데 골키퍼가 '알을 깠다'.

 

▲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0차전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UAE에 0-1로 졌다. 사진=KFA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허망한 패배에 당시에도 소환된 경기가 있었다. 1971년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이 됐다가 지금은 DDP)에서 벌어진 말레이시아와의 뮌헨 올림픽 아시아 예선. 비가 오는 가운데 한국의 일방적인 공격이 이어졌다. 그러다 딱 한 번 한국 진영으로 공이 넘어왔고, 아마드의 헤딩슛이 네트를 흔들었다. 이후 한동안 한국은 수중전에 약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은 한국과 홈 경기를 할 때 경기장에 일부러 물을 뿌려놓기도 했다.

경기 내용과 결과는 이번 UAE전도 판박이였지만 유독 눈에 띈 것은 코너킥이었다. 무려 16개의 코너킥을 얻고도 한 골도 연결하지 못한 사실은 이전 경기와 다른 점이다. 코너킥은 많은 작전을 사용할 수 있는 주요 득점 루트다. 더구나 손흥민이 전담 키커였는데도 16개를 그냥 날렸다. 후반에는 UAE 선수들이 아예 대놓고 코너아웃을 시킬 정도였다. 과거를 보더라도 역대 한국대표팀은 코너킥 득점이 거의 없다. 지금도 달라지지 않은 고질적인 약점이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강팀과 싸워야 한다. 코너킥과 프리킥은 약팀이 반드시 활용해야 할 득점 기회다. 코너킥을 버리면 안 된다. 본선 전까지는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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