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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전북-서울이 언젠가 4·25와 붙을 수 있을까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11. 1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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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04. 20

 

‘평양 더비가 열렸다.’


아시아축구연맹(AFC) 홈페이지는 지난 18일 북한의 4·25와 기관차 두 팀의 맞대결을 소개하면서 ‘평양 더비’란 말을 썼다. 북한은 올해부터 두 팀이 AFC컵에 참가하고 있는데 같은 I조에 속해 첫 대결을 벌인 것이다. 4·25의 홈구장인 능라도의 ‘5월1일 경기장’에서 90분간 다퉜고 둘은 1-1로 비겼다. 앞서 4·25는 지난 달 14일 몽골의 에르침을 홈으로 불러들여 6-0으로 대승하기도 했다.

지난 7일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축구 아시안컵 남·북대결이 큰 화제를 모았다. 이 경기 외에도 북한은 최근 축구에 많은 투자를 하며 국제 감각을 쌓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여자아시안컵 예선에 이어 7월엔 23세 이하(U-23) 남자 아시아선수권 예선을 유치했다. 남자대표팀 사령탑으로도 자국 인사가 아니라 노르웨이 출신 예른 안데르센 감독이 지난 해부터 지휘봉을 잡고 있다. 변화의 바람이 클럽 무대에서도 몰아칠 조짐이다. 북한은 지난 1991년 아시안 클럽선수권대회에서의 4·25 참가 이후 클럽대항전 출전을 외면했는데 이번 AFC컵을 계기로 26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엔 각 구단 관계자들이 모여 AFC 클럽 라이센스 교육도 들었다.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이 스위스 유학파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 1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북한 평양 능라도의 ‘5월1일 경기장’ 외부(상)와 내부(하). /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은 AFC 회원국 랭킹에서 47개 회원국 가운데 30위에 머무르고 있다. 몰디브(26위) 싱가포르(27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래서 AFC 최상위 클럽대항전인 챔피언스리그가 아니라 AFC컵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북한이 클럽대항전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점수와 순위가 낮은 것일 뿐이지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출전(아시아 상위 4개국)이나 2011년 및 2015년 아시안컵 본선 출전(16개국) 등을 통해 국가대표팀의 수준은 아시아 중상위권까지는 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올해 챔피언스리그엔 한·중·일·호주 4개국 외에 태국과 홍콩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미얀마 등 동남아 구단들이 예선 혹은 본선에 참가했다. 국가대항전과 달리 클럽무대에선 외국인을 아시아쿼터 포함 4명 쓸 수 있고 그런 면에선 용병 기용이 녹록지 않은 북한 구단들에게 손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자국 선수의 능력만 잘 다듬는다면 적어도 챔피언스리그 예선엔 몇년 안에 진입할 수 있다.

북한은 이번 여자아시안컵 기간 중 ‘체육주보’란 신문을 경기장에 뿌렸다. 앞·뒤 2면짜리 신문으로 기억하는데 ‘(여자아시안컵)1차전을 통해 나타난 4개국(한국은 1라운드에 경기가 없었다)의 전력 분석’ 등을 주제로 상세하게 기사를 다룬 것을 평양 현지에서 봤다. 해당 신문 기자는 “기관차가 여기서(김일성 경기장)AFC컵 경기를 한다. 나중에 우승자리그(챔피언스리그)도 하면 좋다”고도 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등 여러 정치 상황이 얽혀있고 자국에서 자신들이 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북측 생각 등이 변수지만 4·25처럼 북한의 ‘바이에른 뮌헨 같은’ 대표적 클럽이 언젠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전북이나 서울과 경기하는 모습도 꿈꿔본다. 북한도 챔피언스리그에 오르면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 유치도 가능하기 때문에 환영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15만명을 수용하는 능라도 경기장에서 남·북 클럽축구가 열린다면 1946년 이후 끊어진 ‘경·평축구의 부활’ 격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여자아시안컵 예선을 통해 남·북 화해와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스포츠는 역시 축구란 것을 확인했다. 그 열기가 다각도로 퍼져나가길 기원한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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