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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하나씩 무너지는 윔블던의 전통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11. 1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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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7. 07

 

영국 윔블던에서 열리는 윔블던 테니스대회는 올해로 145년째를 맞았다. 프랑스오픈· 호주오픈·US오픈과 함께 그랜드슬램 대회로 꼽힌다. 세계 4대 메이저대회다. 그중 가장 역사가 오래됐다.

영국 대회답게 전통을 중시하는 것도 윔블던의 특징이다. 선수들은 모두 흰색 계통의 옷을 입어야 하고, 신발도 색깔 있는 끈이나 밑창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남자와 여자 선수의 상금에도 차등을 두었다. 심지어 선수들에게 지급 하는 수건의 색깔도 남자와 여자를 구분했다.

여자 우승자 이름을 명판에 새길 때는 남편 이름을 쓰고 그 앞에 미시즈(Mrs.)를 붙였다. 미혼인 선수가 우승하면 이름 앞에 미스(Miss)를 붙였다.

윔블던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구시대의 잔재라는 온갖 비난 속에도 꿋꿋이 자신만의 전통을 지켜왔다. 다른 대회들처럼 남녀 우승자의 상금을 똑같이 주라는 압박 속에서도 윔블던 조직위는 "남자는 5세트, 여자는 3세트 경기다. 더구나 남자 경기가 훨씬 인기 있다. 왜 상금을 똑같이 줘야 하는가"라며 거부했다.

하지만, 맷집이 아무리 좋아도 언제까지 버틸 수는 없는 법이다. 하나씩 그 전통이 무너지고 있다. 윔블던 조직위는 2007년 남녀 우승 상금을 똑같이 주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남녀 선수의 수건 색깔도 통일했다. 그리고 올해부터 여성 우승자의 이름을 남편과 상관없이 자신의 이름을 적기로 했다.

 

▲ 영국 윔블던에서 열리는 윔블던 테니스대회는 올해로 145년째를 맞았다. 사진,자료=윔블던 테니스대회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그러나 아직 다 무너진 것은 아니다. 흰색 옷을 입어야 한다는 전통만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선수의 플레이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다.

아마 이 전통도 조만간 깨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부하거나 불만을 표하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 남자 단식 4강에 오른 닉 키리오스(호주)는 반항의 의미로 빨간색 운동화와 모자를 착용하기도 했다. 벌금을 각오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전통 하나쯤은 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옷이나 노출이 심한 옷, 그리고 다양한 액세서리는 실제로 경기 집중을 방해하기도 한다.

윔블던이 선수들의 다양성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모든 대회가 다양성을 존중하는데 하나쯤은 전통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다양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윔블던 대회의 또 하나의 전통은 잔디 코트를 고수한다는 것이다. 잔디 코트는 관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초창기 테니스의 전통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감수한다.

4대 메이저는 대회 마다 특징이 있다. 윔블던은 잔디, 프랑스는 클레이(흙) 코트, 호주와 US는 하드 코트다. 공의 바운드 각도와 속도가 다 달라 선수들의 특징에 따라 좋아하는 코트가 다르다.

이 4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으로 부른다. 한 해에 모두 우승하면 '캘린더 그랜드슬램', 몇 년에 걸쳐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다.

남자는 안드레 애거시(미국),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단(스페인) 등이 있고, 여자는 슈테피 그라프(독일), 세레나 윌리엄스(미국) 등이 있다.

이들 모두는 대단한 선수들이고, 존경받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잔디 코트의 전문가, 클레이 코트의 전문가, 하드 코트의 전문가가 따로 있는 게 더 보기 좋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2005년부터 5년 연속 프랑스오픈에서 우승, '흙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나달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을 때 오히려 씁쓸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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