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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윤이나의 '악성 OB'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11. 19.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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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7. 28 

 

골프계가 여자골프 유망주 윤이나(19)의 '오구(誤球) 플레이'로 시끄럽다. 윤이나는 지난 6월 16일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CC에서 열린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남의 볼로 경기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한 달 만에 뒤늦게 이를 실토하며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러프에서 찾은 공이 자기 공인 줄 착각하고 플레이할 수는 있다. 이건 단순 실수다. 그러나 그린에 올라가서 다른 공임을 확인했을 때 즉각 시인하지 않았다. 캐디가 "지금 밝히고 2벌타 받으면 된다"라고 조언했음에도 하지 않았다. 이건 거짓말이다. 코치와 가족 역시 이 사실을 알면서도 숨겼다는 보도도 나왔다.

페어플레이를 중시하는 스포츠에서 거짓말은 용납되기 어렵다. 더구나 골프는 심판이 없는 스포츠다. 선수 자신이 심판이다. 양심을 속이면 경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윤이나는 다음 대회에 출전해서 우승까지 했다. 언론에서는 새로운 유망주의 탄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첫 우승에 들떠있던 윤이나는 주위에서 오구 플레이에 대한 말들이 나오고, 점점 사태가 커지자 마지못해 한 달 만에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늦었다.

스포츠든 사회든 실수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그러나 고의적인 반칙에는 강한 처벌이 따른다. 보복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이다. 축구에서 반칙한 선수에게는 경고(옐로카드)지만, 보복한 선수에게는 퇴장(레드카드)을 주는 경우를 봤을 것이다. 보복은 심판을 인정하지 않고, 전체 규칙을 부정하는 행위다.

 

▲ 골프계가 여자골프 유망주 윤이나(19)의 '오구(誤球) 플레이'로 시끄럽다. 사진=크라우닝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속이는 행위도 가중처벌이다. 예를 들어 페널티 킥을 얻어내려고 일부러 넘어지는 선수에게는 바로 경고가 주어진다. 심판을 속이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할리우드 액션'이나 '시뮬레이션 액션'이라고 해서 관대하게 넘어간 적도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속임동작에 넘어간 심판들이 페널티 킥을 선언한 경우가 많았다. 만일 심판이 속지 않았다 하더라도 처벌이 없었다. '아니면 말고'였으니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속임수는 가중 처벌해야 한다는 의식의 변화에 따라 경고가 주어졌고, 이제는 VAR 제도까지 도입돼 이런 속임동작은 거의 없어졌다.

골프는 여전히 '신사의 스포츠'다. 심판이 없다. 그것은 반대로 속이는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력하다는 말이다. 심판이 없으니 누구나 유혹을 받는다. 강한 처벌이 없으면 경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19세에 우승을 할 만큼 윤이나의 실력은 인정받았다. 하지만, 한순간의 잘못으로 그의 골프 인생은 끝인 것 같다. 안타깝지만,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본보기다.

윤이나는 프로다. 몇천 원짜리 대회가 아니다. 2벌타는 너무 큰 손해다. 자수만 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다. 열아홉 살짜리가 뿌리치기에는 너무 큰 유혹이다.

하지만, 이제 막 뻗어가는 열아홉 살짜리의 인생과 바꿀만한 유혹은 없다. 선수가 흔들리더라도 어른들이 바로 잡아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윤이나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크게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다. 나는 그럴 때 어떻게 했을까. 과연 그 유혹을 이길 만한 힘이 나에게 있는가. 내 자식이, 내 친구가 유혹에 흔들릴 때 나는 그것을 바로 잡아줄 자신이 있는가. 양심과 도덕과 정의를 다시 생각할 시간이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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