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13
프로게임이 공짜, 왜 해?
7월14일(한국시간) 노르웨이의 프로축구 2부 리그팀이 흥행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관중에게 입장료를 받는 대신 돈을 주기로 해 화제가 됐다. 노르웨이 2부 리그의 하슈타트 스포츠클럽이 스탈카메라텐과의 홈 경기에서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에게 10크로네(약 1500원)씩을 지급한 것.
구단 관계자는 “최근 관중이 100명도 입장하지 않아 이 같은 타개책을 마련했다”며 “1000명이 온다면 꿈 같은 일이고 평소의 두 배인 200명 정도만 와도 행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프로축구 무료 입장이 있었다. 매경기 승패에 따라 순위가 바뀌던 정규 리그 경기 때였다. 김호 감독이 이끄는 수원 삼성과, 최윤겸 감독체제 이후 무패가도를 달리며 상위권으로 도약하고 있던 부천과의 경기는, 비록 1대 1 무승부가 됐지만 90분 내내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수원운동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재미있는 볼거리를 선사했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멋진 행사였지만, 실제 경기를 진행한 프로축구위원회와 수원 삼성축구단은 운동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을 보면서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바로 ‘관중 무료입장’ 때문이었다.
왜 수원 삼성축구단은 빅 게임에 무료 입장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을까? 당시 수원 삼성구단은 부천과의 홈 경기를 준비하면서 많은 기대에 차 있었다. 입장권을 예매한 사람들만 3500여명, 당일 표를 사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예상 관중 수입만으로도 최소한 1억원 정도는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원 구단은 이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관중을 무료로 입장시켜야 했다.
사연은 이렇다. 그날 수원경기장에서 치르기로 한 ‘제1회 대통령배 연예인 축구대회’와 관련, 정모 의원과 기자단 간의 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연예인 축구대회도 하는데 무료 입장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냈던 것. 그러자 정의원은 즉시 무료 입장을 추진했고, 결과적으로 수원 삼성 축구단은 1억원 이상의 관중 수입을 잃어버렸다.
부천 SK는 홈 경기에서 이길 때, 다음 홈 경기에서 전(前) 경기 티켓을 가져오는 관중에게는 무료 입장시킨다는 마케팅을 동원하기도 했다. 최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도 송진우 선수가 홈에서 150승을 돌파할 경우 그 경기 입장권을 갖고 오면 다음 경기에 무료로 입장시키겠다고 한 적이 있다(송선수는 그 경기에서 패했다).
그러나, 프로스포츠를 별다른 이유 없이 외압(?)에 의해 무료로 입장시킨다는 것은 아무래도 찜찜하다.
기영노 / 스포츠 평론가 > kisports@hanmail.net
주간동아 345호 (p8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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