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14
'꽉 끼는 신발’ 꽁꽁 묶고 뛰어라
월드컵 열풍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방송과 언론은 연일 국가대표 태극전사들의 ‘포스트 월드컵’(K-리그)을 보도한다. 그것도 모자라 선수의 가족이 아침, 저녁으로 토크쇼에 초대돼 이야기꽃을 피운다. 당분간 이 바람은 그치지 않을 전망.
이러다 보니 선수들의 시시콜콜한 신변잡기까지도 낱낱이 공개된다. 최근에는 선수들의 키와 발 크기가 화제가 됐는데, 축구선수들이 키에 비해 발이 무척 작다는 게 밝혀졌다. 안정환의 경우 키가 178cm지만 신발은 255mm를 신는다.
그런데 축구선수들의 발이 크면 비정상적이지 않을까. 어려서부터 ‘전족’ 비슷한 것을 꾸준히 실시해 왔기 때문이다. 축구선수들은 유소년 시절부터 발을 꽁꽁 싸맬 정도로 꽉 끼는 신발을 신고 그라운드에 나선다. 스파이크가 헐거울 경우 100% 부상으로 연결되기 때문. 5mm라도 헐거운 스파이크를 신고 운동장에 나섰다가 상대의 태클에 걸리면 발을 접질려 들것에 실려나가게 된다. 따라서 축구 선수들의 발이 작은 것은 오히려 필연에 가깝다.
야구선수들은 어떨까. 김재박 현대 감독의 말. “우리도 현역 시절에 당연히 작은 스파이크를 신었다. 발가락과 발등이 다소 아프다 싶을 정도의 신발을 신고 경기에 출전했다. 발가락을 해방시켜 준 것은 은퇴하고 나서다. 코치들이야 선수들만큼 뛰어다닐 일이 없으니 자연히 엄지 절반 크기의 틈을 준 스파이크를 선택한다.” 현역 시절 255mm 크기의 스파이크를 신던 김재박 감독은 현재 265mm 크기의 신발을 신고 있다.
그러나 야구선수들의 장비 풍속도도 90년대 후반 들어 많이 바뀌었다. 대부분의 프로 야구선수들은 큰 신발을 선호한다. 땀이 많이 배는 것을 꺼리는 탓이다. 잔디구장에서는 특히 넉넉한 크기를 고른다. 딱딱한 인조잔디의 경우엔 다시 작은 신발. 아무래도 잔디보다는 부상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탁구선수들의 신발 밑바닥은 반드시 생고무라야 한다. 탁구선수들은 마룻바닥에서 주로 경기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흘린 땀이 떨어져 젖게 되면 미끄러지기 쉽다. 0.01초를 다투는 탁구대에서 재빠르게 공을 받아치기 위해서는 신발 밑바닥이 미끄러지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이들은 운동선수들 중에서도 체조화 다음으로 가벼운 신발을 신는다.
탁구 국가대표 출신인 권오택 삼성 라이온즈 홍보과장은 젊은 시절 운전면허시험을 보러 갈 때 탁구화를 들고 갔다. 십수년간 경기를 치르면서 발에 밴 경험을 믿었기 때문. 당연히 좋은 결과가 있었다.
김성원 / 스포츠투데이 야구부 기자 > rough@sportstoday.co.kr
주간동아 344호 (p8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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