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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벤투의 '이강인 외면'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11. 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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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04

 

카타르 월드컵 본선 개막이 두 달도 남지 않았다. 10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한국은 지난달 코스타리카, 카메룬과 마지막 평가전을 치렀다.

평가전은 무난했으나 파울루 벤투 감독이 끝까지 이강인(21·마요르카)을 외면하자 실망한 팬들이 많다. 이강인이 올 시즌 초반 스페인 라리가에서 1골·3도움으로 활약하자 벤투 감독은 1년 6개월 만에 이강인을 대표팀에 불렀다. 팬들은 2019년 U-20 월드컵 준우승의 주역 이강인의 플레이를 오랜만에 볼 수 있다는 기대를 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코스타리카전에 이어 카메룬 경기에도 이강인을 단 1분도 쓰지 않았다.

'그럴 거면 왜 불렀나'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결국 이강인은 벤투 감독이 원하는 시스템과 플레이에 적합하지 않은 선수다.

현장의 팬들이 "이강인"을 연호해도 꿈쩍하지 않는 벤투 감독을 보면서 2002년의 히딩크 감독이 오버랩됐다. 히딩크 감독은 당시 국내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받던 이동국을 끝내 부르지 않았다. 오히려 박지성이나 차두리 같은 선수를 중용했다.

이동국은 월드컵 대표팀에서 탈락하자 분을 참지 못해 폭음했다고 한다. 본인 말에 따르면 평생 먹을 술을 열흘 동안 다 먹은 것 같다고 했다. 온 나라가 붉은색으로 뒤덮여 들썩이고, 4강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으나 이동국은 그 역사적인 경기를 한 경기도 보지 않았다고 했다. 히딩크 감독에 대한 미움은 매우 오랫동안 지속됐다.

 

▲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코스타리카전에 이어 카메룬 경기에도 이강인 선수를 단 1분도 쓰지 않았다. 사진((왼쪽부터)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이동국 전 축구 선수, 이강인 축구 선수,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감독)=거스 히딩크 홈페이지, 전북 현대 모터스, KFA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히딩크는 왜 이동국을 외면했나.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수비에 가담하지 않고, 전방에서 어슬렁거리는 선수는 히딩크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히딩크는 이동국 없이도 4강 신화를 썼다. 이동국 입장에서는 그게 더 화가 났을 것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십자인대 파열로 탈락하는 등 거듭된 불운 속에 현역으로 입대하게 된다. 이게 이동국에게는 전화위복이 됐다. '게으른 천재'가 규칙적인 생활과 훈련 속에 '노력하는 천재'로 탈바꿈한 것이다.

전북 현대의 전성기를 이끌며 30세가 넘어 진정한 전성기를 구가한 이동국은 결국 40세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이동국은 "뒤돌아보면 히딩크 감독이 은인인 셈"이라고 고백했다.

벤투 감독이 제2의 히딩크가 될지는 모르겠다. 카타르 월드컵 성적이 어떨지도 모른다. 다만 이강인이 벤투의 부름을 받지 못한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전화위복이나 새옹지마라는 말은 지금 이강인에게 꼭 필요한 말이다. 이제 만 21세인 이강인은 앞으로 더 뻗어나가야 할 인재다. 몇 년 후에 이강인이 "벤투 감독이 은인"이라고 말할지 누가 아는가.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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