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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은퇴 투어 이대호의 '불꽃 활약'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11. 2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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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8. 31

 

1985년에 허영만 화백이 그린 '제7구단'이라는 만화가 있었다. 2013년에 '미스터 고'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야구 만화다. 고릴라가 야구선수로 활약한다는 내용만 빼면 만화와 영화의 내용은 완전 다르다.

1985년 당시 한국 프로야구는 6개 구단 체제였다.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해태 타이거즈, OB 베어스, MBC 청룡, 그리고 청보 핀토스였다. 그래서 허 화백은 삭스라는 7구단을 만들어 고릴라를 등장시켰다. 미스터 고가 맹활약하자 다른 구단들도 고릴라, 코끼리, 치타(대주자), 매(수비수) 등을 기용한다. 프로야구가 개판이 되자 동물들을 모조리 서커스단에 팔아버린다는 내용의 '만화'다.

갑자기 그 만화가 생각난 것은 이대호(40·롯데) 때문이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대호는 지금 은퇴 투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잘해도 너무 잘한다.

은퇴 투어는 마지막 시즌 원정경기에서 상대 팀의 축하를 받는 행사인데, 국내에서는 2017년 이승엽에 이어 이대호가 두 번째다.

이대호는 30일 현재 타율이 0.330으로 리그 3위다. 홈런은 17개로 8위, 타점은 74점으로 9위다. 불혹을 넘긴 나이, 팀 내 최고령임에도 홈런과 타점이 롯데 선수 중 최고다. 더구나 정식 은퇴 투어 행사를 한 4게임(두산, KIA, NC, SSG)에서는 타율 0.412(17타수 7안타), 1홈런, 6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이러니 야구팬들 사이에서 "이런 선수가 왜 은퇴하는지 모르겠다",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롯데자이언츠 이대호 선수는 지금 은퇴 투어를 하고 있다. 은퇴 투어는 마지막 시즌 원정경기에서 상대 팀의 축하를 받는 행사인데, 국내에서는 2017년 이승엽에 이어 이대호가 두 번째다. 사진=롯데자이언츠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만화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통산 타율이 2할 언저리에서 맴도는, 그저 그런 선수가 있었다. 이른바 멘도사 라인(Mendoza Line)에 걸쳐있는 선수다.

고민하던 선수는 은퇴를 결심한다. 은퇴 경기에서 상대방 투수는 이 '불쌍한' 타자에게 배팅볼을 던져주며 마지막 선물을 한다. 그 경기에서 4타수 4안타를 친 선수는 은퇴를 다음 경기로 미룬다. 또 상대 투수의 선물로 4안타를 친 선수는 또 은퇴 경기를 미루고.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스토리다. 이대호가 그런 경우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혹시 이런 배경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맹활약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대호가 원하는 마지막 선물은 상대 투수의 배팅볼이 아니라 '포스트시즌 진출'일 것이다. 롯데는 현재 5위 KIA에 4.5게임 차 뒤진 6위다. 가을 야구를 하기에는 벅찬 실정이다. 하지만 이대호의 분전에 자극받은 후배들이 똘똘 뭉쳐 기적을 이뤄낸다면 그것만큼 좋은 선물은 없을 것이다.

한때 '조선의 4번 타자' 소리까지 들었던 이대호가 그 명성만큼 마무리를 잘하고 있어서 기쁘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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