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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허구연 총재의 수완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11. 2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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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8. 25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올해로 40년이 됐다. 40주년을 기념해 '레전드 40'을 선정해 발표하는 등 행사도 많았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40년 만에 야구인 출신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나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총재는 모두 대외적으로 힘을 쓸 수 있는 정치인이거나 기업인이었다.

허구연 총재는 경남고-고려대-한일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30대에 프로야구 청보 핀토스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 후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평생 야구인으로 살아왔다.

사실 허 총재는 적임자라서가 아니라 할 수 없이 총재를 맡긴 경우다. 차기 총재로 추대했던 인물들이 모두 고사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허 총재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도자는 크게 리더형과 참모형으로 나눌 수 있다. KBO의 경우 그동안 총재는 리더형이었고, 사무총장이 실무를 담당했다. 따라서 허 총재는 최초의 실무형 총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3일 KBO는 내년부터 2연전 일정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후반기 2연전은 모든 구단의 불만이었지만 지난 10년간 풀지 못한 난제였다. 그러나 실무형 총재가 발 벗고 나서자 바로 해결된 것이다.

2연전은 지난 2013년 신생팀 NC의 가세로 9구단 체제가 되면서 시작됐다. 팀별로 홈-원정 일정을 똑같이 짜려다 보니 후반기 막판에는 3연전이 아니라 2연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2015년 KT의 합류로 10개 구단이 된 뒤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 허구연 KBO 총재는 경남고-고려대-한일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30대에 프로야구 청보 핀토스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다. 사진=허구연의 허프라닷컴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선수들은 한창 더울 때인 8월 중순에 2연전을 시작한다. 3연전을 하면 일주일에 많아야 두 번 이동하지만, 2연전은 세 번 이동하는 팀이 생긴다. 체력 부담이 경기력 저하와 부상 위험으로 이어지면서 특히 지방팀들의 불만이 컸다. 그러나 홈 경기와 원정 경기의 입장 수입 배분율이 다르다 보니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해결됐을까. 허 총재는 발로 뛰며 구단들을 설득해 나갔다.

결론은 이렇다. 5개 팀씩 묶어서 격년으로 홈 3연전-원정 1경기로 치르는 것이다. 올해 손해 본 팀이 내년에는 만회하는 방식이다. 좋은 의미의 '조삼모사'다.

따져보면 간단한 해법인데 그동안 못했던 이유는 불신 때문이다. 내년에 손해를 만회한다는 보장이 있느냐의 문제다. 어느 날 갑자기 제도가 또 바뀌면 먼저 손해 본 팀만 바보 된다는 피해의식이 깔려 있다.

그 불신을 허 총재가 깨뜨렸다. 누구보다 현장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실무형 총재이기에 구단들이 우선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실무형 총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앞으로도 허 총재의 분투를 기대해본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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