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1. 06.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황당한 사태를 해명하는 과정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니 논란이 더 증폭되고 있다.
흥국생명은 최근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 2일 구단이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의 동반 사퇴를 발표한 게 시작이었다. 시즌 중 감독 경질이 마냥 생경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배경이 수상했다.
▲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2-20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 경기에서 3대2로 승리한 흥국생명 선수들이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김민지 기자 ⓒ News1
'권순찬호'는 선두 현대건설을 꺾는 등 좋은 분위기 속에 리그 2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순항 중인 배의 선장을 굳이 내쫓을 이유가 없었다.
구단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구단 수뇌부가 김여일 단장을 통해 권순찬 전 감독의 선수 선발에 개입했고 이 과정서 갈등이 생겨 사령탑을 내쫓았다는 게 중론이었다.
여기까지의 상황도 이미 상식 밖이다. 그런데 흥국생명이 이 상황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더 커졌다.
새로 선임된 신용준 신임 단장은 "전 감독과 단장 간 선수기용에 대한 개입은 전혀 없었다. 다만 김연경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를 전위에 함께 두는 문제를 두고 의견이 충돌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2-20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 경기에서 신용준 흥국생명 신임 단장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 김민지 기자 뉴스1 ⓒ News1
어설프게 변호하려다 고백한 꼴이다. 선수 로테이션 배치 역시 당연히 감독이 결정할 권한이다. 하지만 신 단장은 "이를 두고 개입이라는 단어가 자꾸 나오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둘러댔다.
구단이 선수 기용에 왈가왈부하는 것을 개입이라고 보지 않는 시선도 황당한데, 심지어 앞선 설명조차 진실이 아니었다. 거짓말도 곧 들통났다.
직접 경기를 뛰는 김해란과 김연경은 "선수단 개입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김해란은 "선수들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구단의 선수 기용 개입)그것 때문에 마음이 상한 선수들도 있었다. 나도 그들 중 하나"라고 고백했다. 김연경 역시 "이번 시즌에도 구단의 개입대로 경기를 했다가 경기를 진 적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신 단장은 "선수단 분위기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내가 과거 단장직으로 있을 때 잘 알고 지냈던 고참 선수들도 많아 구단을 이해해주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일단락된 것처럼 설명했는데, 선수들이 꺼낸 진실은 또 달랐다.
김연경은 "부끄럽다. 이런 팀이 있을까 싶다. 진짜 당황스럽고, 어디까지 감당해야할지 모르겠다. 구단은 구단 말을 잘 듣는 사람을 감독으로 원하는 것 같다. 다음 감독님이 오신다고 해도 신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누구를 위한 선임이고, 누구를 위한 경질인가"라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신 단장의 해명과 현실은 괴리가 커도 너무 크다.
▲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2-20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 경기에서 흥국생명 이영수 감독대행이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 김민지 기자 뉴스1 ⓒ News1
심지어 신 단장은 "로테이션에 대한 의견은 팬들이 유튜브에서 많이 했다" "과거엔 우리 팀이 워낙 하위권이라 감독에게 로테이션을 맡겼다"는 등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궤변들만 늘어 놓았다.
언급했듯 선두 싸움을 펼치는 감독을 경질한 상황과 그 이유만으로도 큰 논란이 될 일이다. 그래서 애초에 신 단장이 깔끔한 해명을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봉합할 방법은 있었다. 신임 단장이 우선 이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다음 프로세스부터는 좀 더 신중하게 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2-20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 경기에서 흥국생명 팬들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 김민지 기자 뉴스1 ⓒ News1
하지만 흥국생명은 인정 조차 않는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하거나, 알리고 싶지 않았거나, 알리지 않아도 넘어갈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인정 없이 왜곡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에 입을 열 때마다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진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쌍둥이 학폭 사태'에 이어 이번에도, 흥국생명의 황당하고 무책임한 대응에 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안영준 기자 /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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