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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사커] 박지성, 이동국, 그리고 김상식호 ‘산책 세리머니’ 주인공

--최현길 축구

by econo0706 2023. 2. 9.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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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8. 23.

 

축구의 백미는 골이다. 승부는 골로 갈린다. 득점자의 몸짓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속엔 다양한 감정이 담긴다. 그래서 골 장면만큼 오래 기억 남는 게 세리머니다.

일본과 축구경기를 할 때면 항상 떠올리는 것이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다. 그는 2010년 5월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의 평가전(한국 2-0 승)에서 골을 넣고 일본 관중들을 매섭게 바라보며 천천히 뛰었는데, 그게 ‘산책’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너희들 봤지?’하며 우쭐대는 표정은 압권이었다. 당시 일본은 2010 남아공월드컵 출정식을 겸해 한국을 불러들였는데, 박지성이 그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후 주장 완장을 찬 그의 늠름한 모습은 일본전 승리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최근 이 세리머니가 연이어 소환되고 있다. 김상식 전북 현대 감독이 불러냈다. 김 감독은 비셀 고베(일본)와 2022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전을 앞두고 “이곳(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선 박지성 선수가 산책 세리머니를 펼친 곳인데, 전북 선수가 또 한 번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대를 확실히 꺾어달라는 당부를 산책 세리머니를 엮어 강조했다.

선수 시절 이동국도 따라했다. 2013년 4월 당시 전북 소속이던 이동국은 우라와 레즈(일본)와 ACL 조별리그에서 헤딩 결승골을 터뜨린 뒤 상대 관중 앞을 유유히 달렸다. 전북 팬들은 3년 전 박지성을 떠올리며 산책 세리머니를 마음껏 즐겼다.

▲ 박지성(왼쪽), 이동국. /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전북은 22일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비셀 고베를 꺾었지만 김 감독의 소박한(?)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모 바로우의 동점골과 구스타보의 역전골, 그리고 문선민의 쐐기 골까지 3골이나 터졌지만 김 감독이 부탁한 산책 세리머니는 나오지 않았다. 바로우는 엄지척, 구스타보는 하트 모양으로 기쁨을 나타냈고, 문선민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쳤다.

전북은 6년 만에 ACL 4강에 올랐다. 25일 맞붙는 상대는 우라와 레즈다. 9년 전 이동국이 산책 세리머니로 재미를 봤던 팀이다. 김 감독은 다시 한번 추억을 꺼냈다. 그는 “산책 세리머니를 보고 싶다. 팬 분들에게도 보여주길 바란다”며 선수들에게 숙제를 안겼다.

산책 세리머니는 이미 한국축구의 전설이다. 전북은 그 전설의 중심에 있다. 박지성은 현재 전북 어드바이저고, 이동국은 은퇴한 레전드다. 이번엔 누가 주인공이 될까.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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