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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사커] 역대 월드컵 예비 엔트리와 오현규의 운명

--최현길 축구

by econo0706 2023. 2. 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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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1. 17

 

2022카타르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훈련 중인 한국축구대표팀은 16일 오전(현지시간) 프로필 촬영을 두 번 했다. 한번은 엔트리 26명의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였고, 또 한 번은 선수 한명이 추가된 촬영이었다. 이는 27번째 선수 오현규(21·수원 삼성)에 대한 배려였다.

그는 예비 엔트리다. 등번호도 없고, 벤치에도 앉지 못한다. 오직 만약을 대비한 포석이다. 월드컵은 부상과 질병 등으로 선수가 뛰지 못할 경우 조별리그 첫 경기 24시간 전까지 교체가 가능하다.

물론 오현규가 한국축구의 첫 예비 엔트리는 아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때도 있었다. 당시 엔트리는 22명이었는데, 2명을 추가해 동행했다. 고려대 재학 중이던 서정원과 서울시청 소속의 송영록이 그 주인공이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부상당했던 조민국이 합류하면서 엔트리에 변화가 생긴 가운데 대표팀은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예비 멤버를 데려갔다.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는 ‘22+1’을 구성했다. 엔트리 22명에는 수문장이 김병지, 서동명 2명뿐이었는데, 골키퍼 김봉수가 예비 멤버로 추가로 함께 했다.

2002년 한·일 대회부터 엔트리가 23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한국은 ‘23+4’를 구성했다. 엔트리 말고도 정조국, 최성국, 여효진, 염동균 등 4명을 서귀포 훈련캠프에 합류시켰다. 이들은 예비 엔트리 개념보다는 훈련파트너의 의미가 더 컸다.

이들은 최강의 멤버들과 함께 최고 수준의 파워프로그램이나 전술 훈련을 소화하면서 개인적인 성장도 이뤘다. 여기엔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의 배려가 담겨 있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에게 미리 기회를 준 것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이 따로 불러 개인 전술을 가르친 경우도 종종 있었다.

▲ 오현규. /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이후 대회에선 예비 엔트리가 동행하지 않았다. 당시 분위기는 선수 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아울러 최종 엔트리만으로 팀워크를 단단히 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

 

올해 카타르 대회 엔트리는 26명으로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유럽 리그 등이 시즌을 치르는 11월에 열려 선수보호 차원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내린 결정이다.

한국이 ‘26+1’을 구성한 것은 손흥민(토트넘)의 부상과 관련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안와골절 수술을 받은 손흥민(토트넘)은 물론이고 혹시 못 뛰는 선수가 생기면 오현규의 이름을 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오현규는 버리기 아까운 카드다. 올 시즌 36경기에서 13골을 넣었고, 강등권 수원 삼성을 구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투지 넘친 공격력이 벤투 감독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예비 엔트리에만 머문다고 해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꿈의 무대’ 월드컵을 준비했다는 자체가 큰 경험이다. 중국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서정원 감독(청두 룽청)은 예전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월드컵 동행은 개인의 성장에 엄청난 도움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오현규도 마찬가지다. 이번 예비 엔트리는 성장의 발판이 되기에 충분하다. 좋은 경험 쌓고 오기를 바란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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