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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드 파크] 죽 쒀서 개 준 부상 잔혹사

---Outside Park

by econo0706 2023. 2. 1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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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2. 25 

 

각 구단의 스프링캠프가 서서히 끝나간다. 곧 시범경기도 시작된다. 2016시즌의 문이 곧 열린다는 신호다. 고지가 눈앞,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게 있다. 첫째도, 둘째도 부상이다. 많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한 시즌 목표를 세울 때 절대 빠지지 않는 기본 전제가 바로 “부상 없이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이다. 시즌 전에 아무리 완벽하게 한 해 농사를 준비해 봤자 몸이 고장 나면 모두 허사다. 부상은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불청객이라서 더 그렇다. 야구장에서만 조심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야구장 밖에 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예기치 못했던 황당한 부상 때문에 전력을 이탈했던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 애지중지한 용병 투수들의 황당 부상

용병은 팀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몸값도 높다. 그래서 용병이 다치면 구단과 감독은 머리가 더 아프다. 그 가운데에서도 2010년 LG 용병 에드가 곤잘레스의 부상은 여전히 기이한 부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곤잘레스는 스프링캠프 합류 직전인 1월까지 멕시칸리그에 등판하면서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쉬면서 몸을 만들 시기에 계속 경기를 뛰었으니 체계적인 훈련이 어려웠다. 컨디션 회복에 시간이 한참 걸렸다. 실전 등판을 미루고 미루다 SK와의 시범경기에 처음 등판하기로 한 날, 곤잘레스는 가방 속에서 물건을 찾다가 밖으로 삐져나와 있던 면도날에 가운데 손가락 끝을 베었다. 그 부상의 후유증으로 다시 등판은 미뤄졌다. 우여곡절 끝에 시즌은 개막했지만, 곤잘레스는 후유증에 시달리다 1승도 못 따내고 6패만 기록한 채 짐을 쌌다.
 

▲ 에드가 곤잘레스. / 사진 제공 : LG 트윈스


두산 맷 랜들은 2005년부터 4년간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모범 용병이었다. 잠실 인근에 거주하면서 지하철을 타고 야구장에 다녔고, 비시즌에는 이태원의 한 바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을 정도로 한국에 완벽하게 적응한 용병이었다. 두산 역시 믿음이 깊었다. 2009시즌을 앞두고 랜들과 재계약했다. 그러나 캠프까지 모두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랜들이 사고를 쳤다. 잠실구장에서 훈련하기 위해 출근하다가 선릉역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계단 모서리에 허리를 찧었다. 손을 다칠까봐 바닥을 짚지 않았는데, 그 탓에 허리를 더 세게 부딪친 것이다. 정밀 검진 결과 허리 우측 횡돌기가 골절됐다는 판정이 나왔다. 3개월간 재활이 필요하다고 했다. 랜들은 그해 두산의 에이스 역할을 맡아줘야 할 투수였다. 공백이 너무 길었다.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둔 두산은 결국 눈물을 머금고 랜들을 퇴출했다.

# 등산과 스키도 다시 보자 

한화 김혁민은 2014시즌 스프링캠프 출발을 사흘 앞두고 대전 시내에 있는 보문산을 등반하고 내려오다 오른 발목을 접질렸다. 인대 염좌로 3주 정도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보문산은 한화 선수들이 겨우내 체력을 단련하고 몸을 만들기 위해 자주 오르내리던 장소. 그러나 발을 헛디뎌 선수가 부상을 당한 건 처음이었다. 당시 한화의 팀 사정상 김혁민은 마운드에 꼭 필요한 존재였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한화로서는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그래도 김혁민처럼 캠프를 준비하다 다쳤으면 차라리 다행이다. 수년 전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수도권 구단의 한 투수는 캠프 출발 전 스키를 타다 넘어져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수술과 재활로 1년이 그냥 날아갔다. 운동선수들은 대부분 현역 시절에는 스키처럼 큰 부상의 위험이 있는 레저스포츠를 즐기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구단과 감독은 이 선수를 위해 대외적으로는 다른 이유로 다쳤다고 설명했지만, 속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한참이나 삭였다는 후문이다. 
 

▲ 김혁민. / 사진 제공 : 한화 이글스


# 더그아웃에 날아온 방망이 ‘날벼락’ 

야구장에서는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자나 깨나 긴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한화에서 은퇴한 구대성은 2006년에 문학구장 더그아웃에서 SK전을 지켜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동료 타자가 타격하다 부러뜨린 방망이가 더그아웃으로 번개같이 날아와 구대성의 이마를 정통으로 때린 것. 이마가 7cm나 찢어져 출혈이 심했고, 응급실에서 20바늘이나 꿰맸다. 뇌와 뼈에는 이상이 없었고 눈을 다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 여겨질 정도였다. 또 삼성 조동찬은 경기 전 캐치볼을 하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동료가 던진 공에 정통으로 얼굴을 맞았다. 광대뼈에 세 군데나 금이 갔다. 한 달 가까이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야구장 곳곳에 ‘폭탄’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KIA 김주형은 경기 전 더그아웃 앞을 걸어가다가 바닥에 굴러다니던 야구공을 잘못 밟아 발목이 꺾이는 중상을 입었다. 삼성 장원삼은 2011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그라운드로 달려 나와 선수단과 우승의 환희를 나누다가 불의의 부상을 당할 뻔하기도 했다. 당시 한솥밥을 먹던 동료 배영수(한화)가 높이 뛰어 올랐다가 착지하면서 장원삼의 왼쪽 발등을 밟았기 때문. 우승할 때까지 장원삼의 덕을 톡톡히 봤던 삼성으로서는 큰 후유증이 없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2000년엔 두산 투수 김유봉이 경기를 마치고 라커룸에 있는 접이식 의자를 당겨서 앉으려다가 의자가 접히는 부분에 손가락이 끼여 피부이식수술까지 받았다. 김유봉은 그 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채 은퇴했고, 두산은 라커룸 의자를 전면 교체했다.

# 필승 불펜들의 쉼표 

넥센 조상우는 빗길에서 넘어지면서 신인왕 레이스에서도 미끄러졌다. 한창 리그 정상급 필승불펜으로 자리매김하던 2014년 시즌 도중, 목동 경기를 마치고 지하철을 이용해 인천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다 빗길에 미끄러져 무릎이 꺾였다. 이틀간 통증이 지속되자 정밀검사를 거쳤고, 그 결과 왼쪽 무릎 안쪽 인대가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입단 첫 시즌부터 조상우를 공들여 키워온 넥센에는 큰 악재였다. 당시 선발진이 연쇄 부진해 불펜의 힘으로 버티고 있었던 터라 더 그랬다. 조상우는 성실한 재활과 초인적인 회복력으로 당초 예상보다 1개월 여 빨리 복귀했지만,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과 신인왕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 조상우. / 사진 제공 : 넥센 히어로즈


삼성의 필승 불펜 심창민도 지난해 사직구장에서 불펜 문을 열고 나오다 왼쪽 손바닥이 찢어져 신경과 자상을 봉합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3루쪽 불펜에서 대기하다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기 위해 불펜 문 아랫부분을 밀었는데, 그쪽에 날카로운 부분이 튀어나와 있었던 것이다. 왼 손바닥을 심하게 베이는 바람에 손바닥의 감각이 완전히 돌아오는 데 한 달 넘게 걸렸다. 공을 던지는 오른손이 아니었던 게 천만다행이다. 

# 화장실과 계단을 조심하라 

LG에서 은퇴한 최원호 SBS 해설위원은 휴게소에서 허무하게 다쳤던 순간을 현역 시절 가장 아쉬웠던 일로 꼽는다. 광주 경기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는데, 화장실에 다녀오다 어두운 계단에서 발을 헛디딘 것이다. 발목이 그대로 꺾이면서 인대가 늘어났고 한동안 깁스를 한 채 지내야 했다. 이후 선수 최원호는 다시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하고 2010년에 은퇴했다. 

LG 베테랑 외야수 박용택 역시 파릇파릇한 신인이던 2002년에 당황스러운 부상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9월까지 신인왕 경쟁을 하면서 팀과 함께 상승세를 타던 박용택은 집 욕실에서 세면대를 짚고 팔굽혀펴기를 하다 오른손 엄지를 다쳤다. 세면대의 지지대가 생각보다 약했던지, 건장한 박용택의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버린 것이다. 오른손 엄지가 찢어지면서 3주 동안 결장이 불가피해졌고, 박용택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대신 그는 데뷔 첫 포스트시즌이던 KIA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홈런 2개를 때려내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이외에도 ‘부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도중 선수가 치약 때문에 교체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LG 최동수 코치의 현역 시절 얘기다. 최동수는 2004년 경기 도중 1루에 서 있다가 갑자기 더그아웃에 있던 당시 이순철 감독에게 다급하게 교체 사인을 보냈다. 도저히 경기를 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신호였다. 당황한 감독이 사정을 알아보니, 경기 전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이를 닦다가 갑자기 너무 많은 양의 치약이 파편처럼 튀어 올라 눈으로 들어간 게 원인이었다. 물로 치약을 대충 씻어낸 뒤 괜찮을 거라고 믿고 경기에 나섰지만, 경기 시작 직후부터 계속 눈이 충혈 되고 시야가 흐려져 갔다. 결국 최동수는 4회에 경기장을 빠져나와 인근 안과로 달려가 눈을 세척했다. 

 

배영은 / 스포츠 자유기고가 

 

일요신문 [제1241호] 

 

MLB에선…재채기 하다 허리부상, 알람 끄려다 어깨부상

‘철인’들이 버티고 있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부상 앞엔 장사 없다. 갑자기 찾아온 불의의 부상에 하루, 일주일, 한 달, 더 나아가 1년이 날아가기도 한다. 일본인 투수인 텍사스 다르빗슈 유는 2013년 시범경기 첫 등판을 마친 뒤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고, 결국 수술대에 올라 한 시즌을 통째로 쉬기도 했다. 언제 어떻게 생길지 모르는 게 바로 부상이다. 무엇보다 야구 이외의 문제로 다치기라도 하면 선수 본인과 팀이 모두 황당해진다. 

 

▲ 돌아가신 아버지의 초상화를 문신으로 새겼다가 고생한 텍사스 유격수 엘비스 앤드루스. / 사진 출처 : 엘비스 앤드루스 트위터

 

텍사스 유격수 엘비스 앤드루스는 몇 년 전 시범경기를 앞두고 이틀에 걸쳐 몸에 문신을 새겼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기 위해 아버지의 초상화를 왼쪽 어깨부터 팔꿈치까지 그려 넣은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후유증이 심각했다. 예상보다 통증이 너무 컸다. 도저히 경기에 나설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 구단에 “팔에 불이 나는 것 같다. 오프시즌에 새겼어야 했다”며 두 손을 들었다. 시범경기 초반 결장이 불가피했다. 

 

토론토 외야수 케빈 필라는 옆구리 근육이 손상돼 1주일 동안 시범경기를 뛰지 못한 적이 있다. 경기를 앞두고 재채기가 나왔는데 너무 세게 하는 바람에 근육을 다친 것이다. 물론 ‘재채기 부상’의 원조는 따로 있다. 왕년의 홈런타자 새미 소사는 시카고 컵스 시절이던 2004년에 클럽하우스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다 연달아 두 번 재채기를 했는데, 얼마나 심했는지 허리를 삐끗해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현지 언론들이 황당한 부상 사례를 꼽을 때마다 늘 빼놓지 않는 케이스다. 

이뿐만 아니다. 한때 류현진의 LA 다저스 동료였던 보스턴 투수 로날드 벨리사리오는 자신의 집 수영장에서 어깨를 다치는 바람에 스프링캠프 합류도 늦어지고 개막전에 몸도 맞추지 못했다. 또 시카고 화이트삭스 크리스 세일은 픽업트럭에서 짐을 내리다가 발가락이 골절됐다. 짐은 무사히 내려놓았지만, 트럭 짐칸에서 땅으로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뎠다. 토론토 외야수 마이클 선더스는 시범경기 도중 외야 플라이타구를 잡다가 구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에 발이 걸려 넘어져 왼쪽 무릎을 다치기도 했다.

피츠버그 투수 프란시스코 리리아노는 크리스마스 때 아이들을 놀라게 하려고 문 뒤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열린 문에 팔을 부딪쳐 뼈가 골절됐다. 구단은 목욕탕에서 넘어져 부상을 당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사연은 좀 더 기구(?)했다. 미네소타 투수 리치 하든은 오클랜드 시절 스프링캠프에서 기상 시간에 알람 소리를 끄려고 팔을 뻗다가 어깨를 다치는 희귀한 경험을 했다. 피츠버그 외야수 코리 하트는 클럽 하우스에 있는 욕조에 들어가다 미끄러져서 발을 잘못 짚었는데, 하필이면 바로 그 자리에 플라스틱 조각이 떨어져 있어서 발바닥을 다쳤다.

그런가 하면 캔자스시티 내야수 클린트 바메스는 2005년에 당시 소속팀 콜로라도에서 한솥밥을 먹던 동료 토드 헬튼이 선물한 사슴 고기를 운반하다 넘어져 쇄골이 부러졌다. 팀 내에서 “죽은 사슴 한 마리를 통째로 옮긴 것 아니냐”고 술렁일 만큼 황당한 부상이었다. 결국 수술대에 올랐고, 신인왕 경쟁에서 멀어졌다. 디트로이트에서 은퇴한 스티브 스팍스는 신인 시절 패기를 보여주기 위해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찢다가 어깨가 탈골돼 메이저리그 콜업이 미뤄지는 불운도 겪었다. 디트로이트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던 조엘 주마야는 시속 160km짜리 강속구로 유명했지만, ‘기타 히어로’라는 비디오게임을 너무 오래 하다가 손목에 염증을 얻어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승리의 기쁨이 너무 지나쳐서 독이 되고 만 케이스도 있다. 캔자스시티 내야수 켄드리 모랄레스는 2010년에 끝내기 만루홈런을 치고 흥분해서 방방 뛰다가 왼쪽 발목이 부러졌다. 시즌을 6월에 조기 마감한 것은 물론 2011년까지 통째로 쉬었다. 1년 6개월짜리 그랜드슬램이었다. 2009년 내셔널리그 신인왕 출신인 시카고 컵스의 크리스 코글란도 이듬해 끝내기 안타를 친 동료 웨스 헬름스의 얼굴에 케이크를 찍기 위해 뛰어 오르다가 왼쪽 무릎 반월판이 찢어져 시즌을 조기 마감해야 했다. 그런가 하면 LA 다저스 포수 A.J. 엘리스는 2014년에 투수 조시 베켓의 노히트노런을 축하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달려 나가다가 포수 드류 부테라가 던져 놓은 포수 마스크를 밟아 버렸다. 엘리스는 15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주전 안방마님 자리도 부테라에게 잠시 내줘야 했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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