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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과 시민운동가

구시렁 구시렁

by econo0706 2007. 2. 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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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국회의원님께 드리는 고언
 
의원님께서 '다음' 블로그에 올리신 글 잘 읽었습니다.
 
대형할인점이 지역 재래시장을 다 죽인다는 구구절절이 옳으신 지적에 머리 숙입니다. 또 영세상인들을 보호하는 법안을 발의하셨다는 점에서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데 맨 뒤의 두 단락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좀 있어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이렇게 되어 있더군요.
 
[민주노동당은 오는 9일 오후 2시 당사에서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전국시장상인연합회 등 중소유통 관련 20개 단체들로 구성된 ‘대형유통점, SSM 확산저지 비상대책위원회’와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심의원은 이날 간담회 이후 전국에서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진출이 문제가 되고 있는 주요 지역들을 순회하며 지역의 중소영세상인들과 함께 대형마트 진출 저지 활동을 벌일 계획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 붙어 있는 여러 댓글들도 읽어 보았습니다. 다들 우국충정(憂國衷情)에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는 글들이더군요.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저들이 신고 다니는 운동화 중에 국산 브랜드 운동화를 신은 사람은 몇 %나 될까? 과연 저들 중에 햄버거나 피자보다 빈대떡이나 백설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은 %나 될까? 과연 저들 중에 국적불명의 밸런타인데이를 위해 초콜릿을 사지 않을 사람은 몇 %나 될까? 과연 저들 중에 책 한 권을 사기 위해 광화문이나 종로로 가지 않고 동네서점을 찾는 사람은 몇 %나 될까?  
 
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들에게 우리의 연필산업 보호를 위해 컴퓨터를 없애고(정보·통신 면은 제외하고) 연필로 글씨를 쓰자고 하면 뭐라고 할까? 저들에게 황폐한 농촌을 살리기 위해 대학을 졸업하고 농촌에 가서 농사를 짓자고 하면 뭐라고 할까? 아니 한 학기동안 만이라도 오징어 배를 타고 조업을 하면 학점을 인정해 준다고 한다면 뭐라고 할까?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만약 저들에게 정부에서 자금을 대주고 대형할인마트와 재래시장 중 어디에 가게를 내겠냐고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아니, 만약 저들에게 어머니가 돈을 주고 지금 가서 오징어 몇 마리와 고추 몇 개를 사오라고 한다면 가까이 있는 할인점을 지나 재래시장을 찾아가서 그 심부름을 하기는 할까…
 
의원님
 
의원님의 영세상인 보호라는 갸륵한 마음에 딴지를 걸자는 것은 전혀 압니다. 하지만 의원님이 하셔야 할 일은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늙은이들이나 위와 같은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모두 함께 의원님과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셔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몇 자 적어봤습니다.
 
대기업을 욕하고, 대자본을 욕하는 이유가 내가 거기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이유로부터 시작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말씀드려 봅니다.
 
의원님의 생각에 수많은 댓글을 달았던 그 우국충정의 젊은이들이 하나의 사안만을 보지 말고, 우선 자신부터 돌이켜 볼 수 있는, 그리고 그 이후에 행동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이렇게 자판을 두들겨 보는 것이랍니다.
 
주요 지역들을 순회하며 지역의 중소영세상인들과 함께 대형마트 진출 저지 활동을 벌일 그런 계획은 그 지역의 시민운동가들에게 맡기고 말입니다.
 

2007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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