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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모르는지를 알아야…

구시렁 구시렁

by econo0706 2007. 2. 13.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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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보다 말고 학교 다닐 때가 생각이 났다.
 
1등 하는 친구는 참고서가 1권이었고, 2등 하는 친구도 1~2권이었는데, 50등 쯤 하는 친구는 참고서만 열댓 권이었던 기억이 난다.
 
왜 그럴까? 아마도 공부를 못하는 친구들은 1·2등 하는 친구들의 참고서 속에 공부 잘하는 비법(秘法)이 들어있다고 생각하여 그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참고서는 모두 따라 샀기 때문이었던 같다.
 
하지만 그 참고서 속에는 공부 잘하는 비법이란 없었다. 이 책, 저 책 모두 뒤져보아도 대동소이(大同小異)할 뿐 무슨 특별한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 공부 잘하는 친구들의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내가 뭘 모르지를 아는 것'이었던 것 같다.
 
뭘 모르는지를 아니까 모르는 부분만 선생님께 묻거나 참고서를 찾아보거나 요즘 같으면 인터넷을 뒤지면 그 답을 알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기가 뭘 모르는지를 모르는 친구들은 하루 종일 잠도 안자고 공부를 했지만 결국 그 답을 찾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친구들의 특징은 남다른 고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친구나 선생님께 묻기 보다는 자기 혼자 끙끙대며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점점 더 어려운 지경으로 빠져들었고, 그러다보니 결국은 좌절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남 핑계를 대는 그런 경우를 종종 보게 되었다. "시험 범위 밖에서 문제가 나왔다"느니, "시험 전날 감기에 걸렸다"느니, 심지어는 "시험 문제가 잘 못돼서…"라느니.
 
그러나. 이제 생각해 보니 내가 뭘 모르는지를 먼저 알고, 그 다음에는 모르는 것을 남에게 묻고, 그래서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것이 공부나 정책이나 인생의 바른 길이었던 것인데….
 
물론 자기 스스로의 방법을 찾아 해결해 나간다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施行錯誤) 끝에도 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 판단됐다면 빨리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선생님도 좋고, 친구도 좋고, 그것도 아니라면 동생이나 후배라도 좋다.
 
혼자 앉아 고집을 세우며 끙끙 앓는다는 것은 본인은 물론 자기를 쳐다보는 가족이나 동료들에게도 힘이 들게 하는 것이며, 본인은 물론 주위의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이제 터놓고 의논해 보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다 보면 옆에 쌓이는 것은 참고서 뭉치들 뿐, 아무런 해결 방법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렇다고 남의 영역에 있는 사람을 자기 영역으로 빼 내와서 의논하려는, 그런 짓은 말고…
 
2007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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