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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승강제 정착+각종 지표 공개…'권오갑 체제' 4년을 돌아본다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11. 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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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7

 

2016년이 끝나간다는 것은 K리그의 ‘권오갑 체제’가 끝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 총재 개인적으론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 구원투수 역할까지 수행하느라 바쁜 시기를 지냈다. 그럼에도 한국프로축구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왔고 결과적으론 다사다난했던 4년이 됐다. 우선 ‘권오갑 체제’에 많은 성과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K리그가 해결해야 할 새 과제도 적지 않게 드러난 것도 사실이었다. 권 총재가 내달 16일 총회를 통해 또 한 번 맡아 2기를 열어갈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누가 오더라도 그가 몰고 온 변화와 개혁을 이해하고 아울러 현안 과제를 인지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권오갑 체제’의 가장 큰 성과론 승강제 정착을 꼽을 수 있다. 2013년은 K리그 챌린지가 출범하면서 30년 된 한국프로축구에도 1~2부 승강제가 본격 시행된 해였다. 사실 첫 해만 해도 ‘K리그 챌린지’라 명명된 2부리그의 생존력, 경쟁력에 의문 부호가 적지 않았던 게 현실이었다. 당시 K리그 클래식(1부) 몇몇 감독들은 “챌린지가 내셔널리그(실업축구)보다 수준이나 대우가 낫다고 볼 수 없다”며 주전에서 밀려난 선수들을 오히려 내셔널리그 구단으로 임대보내기도 했다. 8개 구단에 군·경팀이 두 개나 섞이는 등 리그의 틀도 허술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챌린지의 생존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없다. 강등된 구단들이 투자를 계속 유지하면서 1부 승격의 꿈을 품는 등 선순환의 뿌리가 됐다. 챌린지 구단들의 경기력이나 구단 살림도 클래식에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배경은 역시 ‘권오갑 체제’의 뚝심 있는 행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연봉 공개와 객단가 공개 등 각종 경영 지표 발표도 커다란 변신이었다. 2012년까지 K리그는 대체적으로 주먹구구식 경영을 했다. 우승엔 목숨을 걸었으나 각 구단이 얼마를 벌어 얼마는 쓰는 지, ‘자생의 시대’에 각 구단이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에 대한 개념은 사실상 없었다. “각 구단의 한 해 입장 수입 총액이 가장 몸값 높은 선수의 연봉보다도 적다”는 소리는 K리그의 낙후된 경영 패러다임을 말하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거액의 적자 구단이 속출하고, 창단 2~3년 뒤 자본잠식이 이뤄지는 시민구단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과다 지출’을 제어하기 위한 각종 지표 공개는 K리그를 향한 줄기찬 목소리였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권오갑 체제’는 이를 실천에 옮겼다. 올해 총연봉 1~3위인 전북과 서울 수원이 각각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과 K리그 클래식, FA컵 우승을 나눠가진 것은 ‘쓰는 만큼 거둔다’는 당연한 명제가 K리그에서도 이뤄지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나 다름 없다. 서울이 객단가 1만원을 올해 처음으로 돌파하는 등 지표 공개는 각 구단의 ‘벌이’에도 조금씩 순효과를 미치고 있다고 본다.

 

축구산업아카데미와 CEO 아카데미 등 먼 미래를 위한 각종 교육프로그램 시행, 팬 프랜들리 클럽 시상과 월간 감독상, 월간 심판상 신설 등 선수 이외의 프로축구 구성원 동기부여를 위한 노력도 곳곳에서 빛났다.

‘권오갑 체제’의 어둠과 과제도 당연히 존재한다. 지난해와 올해 K리그를 강타한 심판 매수 파문은 씻을 수 없는 오점이 됐다. 필자 개인적으론 이번 파문은 권 총재 부임 이전에 들어섰던 전임 심판위원장 시스템 아래서 일어난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구단들의 매수 시도가 벌어진 시기 자체는 엄연히 권 총재 부임 이후였고, 현 집행부도 그에 따른 책임감을 피할 순 없다. 연맹은 지난 해 초 심판위원장을 교체하고 내년 비디오 판독 시범 도입을 추진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승부의 불공정성을 해치는 심판 신뢰쌓기는 권 총재 유임이든, 새 총재 부임이든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업이다.

중계권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축구의 뉴 엘도라도’ 중국은 물론, 일본이 연간 2000억원, 호주가 연간 500억원짜리 중계 계약을 최근 체결한 것은 축구 실력 만큼은 아시아 최강인 K리그에 적지 않은 충격이 되고 있다. 연맹은 지난 해부터 지상파와 연간 20회 가까이 중계 계약을 맺는 등 프로스포츠의 주요수입원인 ‘중계 살리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아직은 대중의 관심을 끌어 큰 수입으로 이어지는 폭발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직은 마땅한 답이 보이질 않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연맹이 각 구단 목소리를 어떻게 조합하고 화합하는가, 아시아쿼터 확대에 따른 선수 유출 지속을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인가 등도 ‘권오갑 체제’가 풀지 못한 숙제로 볼 수 있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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