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축구수첩] 원칙-명분 '다 버린' 슈틸리케호, 시원한 승리만이 답이다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11. 10. 12:30

본문

2016. 11. 02

 

대표팀에 해외파 특히 유럽파가 많은 것은 ‘양날의 검’이다. 이들이 소속팀에서 정상적인 출전 기회를 잡아 좋은 활약을 펼칠 때면 대표팀도 힘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극심한 경쟁에 시달리는 것도 현실이다. 언제 입지가 좁아져 벤치를 지킬 지 모르는 것 역시 유럽파의 핸디캡이기도 하다. 지금 잘 나가는 손흥민도 몇 달 전엔 수준급 선수들에 밀려 선발로 뛰기가 쉽지 않았다. 한두달 부진하면 다시 선발 명단에서 빠질 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바로 국내파 자원들이다. K리그 정상급 선수들은 확률상 거의 대부분 소속팀에서 주전을 유지하며 ‘싱싱한’ 몸 상태를 보존한다. 또 국가대표에서 잘 뛰어야 유럽이든 아시아든 해외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해외파가 제 몫을 하지 못할 경우 이를 대체할 국내파 스쿼드를 어느 정도 보유하며 경쟁의 축으로 삼아야 하는 게 ‘한국 대표팀’ 현실인 셈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운명의 우즈베키스탄전(15일)을 맞아 25명의 엔트리를 발표했다. 멤버를 두고 벌써부터 시끌시끌하다. 왼쪽 수비수 부재가 해결되지 않자 결국 실전 경험이 부족한 유럽파 박주호와 윤석영을 ‘도돌이표’처럼 다시 불렀다. 올해 29경기에서 4골에 그친 ‘잊혀진 공격수’ 이정협의 복귀는 홍명보 감독 시절 박주영 호출을 연상하게 한다. 전체적으론 팬들에게 각광받았던 부임 초기 2015년 호주 아시안컵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정협을 부른 이유에 대해 점유율 축구를 떠올린 것을 보니 혁신보다는, 잘 나갔던 1년 10개월 전을 잊지 못하는 것 같다.

 

▲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달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카타르와 홈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선수 선발은 감독 권한이다. 뽑고 싶은 대로 뽑으면 된다. 다만 ‘슈틸리케호’가 내건 여러 원칙을 깨트리면서까지 우즈베키스탄전을 준비하고 있으니 그에 따른 책임 소재도 명확해야 규정해야 한다. ①편법 논란을 뒤로 하고 차두리를 사실상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합류시킨 것이나(차두리의 대표팀 가세 자체는 환영하지만 성대한 취임 기자회견까지 진행하며 그를 여론의 바람막이로 삼으려는 모습이 합당한 지는 모르겠다) ②“소속팀에서 뛰는 선수를 뽑겠다”고 한 슈틸리케 감독 자신의 발언을 사실상 폐기한 점(한국 축구의 현실을 볼 때 “선수는 뛰어야 한다”는 것은 이상론에 불과한데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발언에 스스로 갇히고 말았다) ③엔트리 23명 중 20명만 차출해도 충분하다고 하다가 이번엔 25명이나 뽑은 점(많이 뽑았지만 경쟁은 공격수와 왼쪽 풀백 등으로만 한정했다. 김신욱은 순식간에 ‘플랜B’ 스트라이커가 됐다) 등은 그야말로 대표팀 운영이 어떤 기준이나 법칙 없이 ‘우즈베키스탄전 올인’으로 귀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이 중요한 경기지만 결정적인 경기는 아니다”고 했다. 상당히 위험한 인식이다. 우즈베키스탄전 이후에도 5경기나 남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이번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한국 축구의 월드컵 본선행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에 걱정하고 슈틸리케 감독 진퇴를 고민하는 것이다. 위기설을 잠재우는 방법은 말이 아닌 축구와 실력이다. 시원한 승리만이 가을 내내 끊이지 않는 ‘슈틸리케호’ 논란을 걷어낼 수 있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