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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수원FC와 조덕제의 '한 번 더', 새 바람이 됐으면…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11. 1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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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24. 

 

“어려울 때 날 지켜준 구단인데 이렇게 다시 기회를 준다면 남아서 도전하는 게 도리 아니겠어요?”

조덕제 수원FC 감독은 이 달 초 소속팀 강등이란 성적에도 불구하고 오프시즌 ‘감독 시장’에서 인기가 꽤 높았다. 몇몇 구단이 그에게 관심을 두고 있었고 한 팀은 영입 제의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K리그 챌린지(2부)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수원FC를 내셔널리그 구단으론 처음으로 승격시키는 신화를 썼고, 올해는 K리그 클래식(1부)에서 물러서지 않는 축구로 큰 화제를 뿌렸다. 숱한 무릎 수술에도 불구하고 ‘축구에 미쳐 사는’ 그의 스토리도 감동적이었다. 비록 1년 만에 챌린지로 돌아가게 됐으나 예년 같았으면 충분히 잔류하고도 남았을 승점이다. 올해 클래식의 평준화 현상이 아쉬운 강등으로 연결된 셈이었다. 그는 지난 주 통화에서 수원FC 잔류 의지를 확고하게 다지며 재도전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조건에서 더 좋은 제의가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조덕제’를 만든 수원FC에서 한 번 더 힘을 쏟아붓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조 감독은 지난해 부산과의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정규리그에서 더 좋은 순위를 일궈낸 다른 사령탑들을 제치며 ‘챌린지 감독상’을 탔다. 그 때 그의 소감이 기억에 남는다. “챌린지 팀 감독이 해마다 바뀌어 아쉬움이 크다. 현재 (챌린지에서)3년째 수원FC를 맡고 있는데 챌린지에도 기다려주는 미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믿고 맡겨준 구단에 감사하다.”

 

▲ 조덕제 감독이 5일 인천과의 원정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FC는 지난 2003년 수원시청이란 이름으로 내셔널리그에 뛰어들었다. 2013년 K리그에 2부 격인 챌린지가 생기면서 프로에 도전했다. 구단 관계자는 “2003년부터 10년 가까이 김창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이후 축구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 유소년팀을 지휘하던 조 감독으로 바꿨다”며 “김용서 전 시장이 2010년 선거 낙선 후 수원FC 이사장을 맡았기 때문에 조 감독 선임도 시장 교체 등 정치적 변화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 철저하게 축구를 중심에 놓고 검토해 감독을 뽑았고 기다렸다”고 했다. 사실 감독에게 임기는 큰 의미가 없다. 조 감독도 계약기간은 내년 말까지였으나 2부 강등 뒤 재신임 묻는 과정을 절차적으로 거쳤다. 축구계 일각에선 조 감독이 1년 전 ‘승격 기적’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적 풍토에서 잔류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을 내놓기도 했다. 지도자와 구단 모두 100% 만족하긴 어렵다. 구단은 지도자의 단점만 발견할 수 있고, 지도자는 구단의 지원 부족이 서운할 수 있다. 수원FC와 조 감독은 그럼에도 서로를 믿고 기다려 지금의 동반자 관계를 유지했다. 그 핵심에 ‘축구’란 기준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조 감독의 올 겨울 인기는 어찌보면 수원FC의 신뢰가 바탕이 됐다. 수원FC의 조 감독에 대한 기다림은 최근 1년간 승격의 감격과 클래식에서의 센세이션 등 축구 이상의 ‘이슈 메이커’로 연결됐다고 볼 수 있다.

해마다 감독을 갈아치우고, 그 것도 부족해 시즌 도중에 수 차례 바꾸기도 하고, 성적이 좋았음에도 석연찮은 이유로 지도자를 교체하는 구단들이 상당수인 K리그, 특히 챌린지 풍토에서 수원FC의 ‘조덕제 재신임’, 14년간 두 명의 감독이 벤치를 지켰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신선한 바람이 되길 기대한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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