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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전북과 제주, 대구…K리그 '인풋=아웃풋' 시대 열렸다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11. 1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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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30.

 

2000년대 K리그엔 ‘레알 XX’가 유행이었다. XX에 구단명을 붙이는 것인데 성남이 붙기도 하고 수원이 붙기도 하고 그랬다. 당시 ‘지구방위대’를 천명하며 호나우두와 데이비드 베컴, 마이클 오언 등 스타들을 쓸어담은 구단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 빗대어 돈 많이 쓰는 K리그 구단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한편으론 큰 씀씀이에도 불구하고 성적이나 흥행이 좋지 않은 것을 꼬집는 단어가 ‘레알’이기도 했다. 어느 순간 프로축구엔 돈 많이 쓰는 것을 오히려 감추는 시대가 왔다. 투자가 적어도 성적 좋은 팀들이 여럿 있었고,지출이 많아도 관중석 텅 빈 구단이 곧잘 나왔다. 돈을 썼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을까 두려워했던 이들이 많았던 시기였다.

 

▲ 전북현대의 권순태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뒤로 최강희 감독을 비롯, 이재성과 김신욱의 모습이 보인다./ 이주상 선임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싶다. K리그에서 그야말로 ‘콩 심은데 콩 나고,팥 심은데 팥 난다’는 속담이 거의 들어맞았던 해가 2016년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선 올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한 전북이 그랬다. 지난 겨울 최강희 감독은 “ACL 정상을 목표로 올해는 확실히 들이대 전력 보강을 하겠다”며 구체적인 선수 보강의 이유를 여러차례 밝혔다. 승부의 세계에서 의외성이 너무나 많고 특히 ACL에선 중국·중동 부자구단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누구도 우승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북은 조별리그 파고를 넘은 뒤 토너먼트에서 승승장구해 기어코 정상에 올랐고 K리그 클래식에서도 33경기 무패 질주를 통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1995년 리그 참가 뒤 최초로 홈 관중 40만을 돌파한 것은 투자가 성적과 흥행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음을 뜻한다.

 

▲ 제주 유나이티드 이근호가 지난 7월 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진행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18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김도훈 기자 dica@sportsseoul.com

 

전북에 가려졌지만 제주와 대구의 약진도 눈부시다. 여러 문제들이 터지고 있으나 제주는 중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곳에서 ACL이 열려 구단의 명예도 높이고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주고 싶어하는 의지가 제주 구단에 있었다. 제주는 겨우내 알토란 같은 자원들을 영입했고 K리그 클래식 개막 뒤인 지난 3월 말엔 이근호를 구단 사상 최고 연봉으로 데려와 첫째로 성적, 둘째로 도내 축구붐에 기여하고자 했다. 결국 전북의 무패 행진을 저지하면서 3위에 오르고 6년 만의 ACL 진출까지 일궈냈다. ‘새로운 축구도시’를 꿈꾸는 대구도 결실을 맺었다. 단기적인 성적을 위한 선수단 투자는 물론이고 축구전용경기장 착공 등 장기적인 흥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앞장섰다. 대구의 K리그 클래식 자동 승격은 어쩌다 우연히 이뤄진 일이 아닐 것이다. 반면 수원 삼성과 포항 등의 부진은 씁쓸하다. 한 때 ‘명가’ 소리를 들었고 구단 엠블렘에 별도 몇 개씩 달았으나 모기업의 무관심 앞에서 떨어진 성적과 팬들의 무관심은 두 구단의 오늘과 내일을 말해주는 듯 했다.

K리그도 출범한 뒤 어느 덧 34시즌이나 흘렀다. ‘자생’ 등 구단이 기업으로 살아가기 위한 과제는 지금의 K리그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수입은 더 늘어나야 하고 지출은 더 줄여야 한다. 다만 올해 전북을 필두로 제주와 대구 등 주목받았던 몇몇 구단들이 보여준 것은 성적과 관중 등 다양한 면에서 ‘인풋=아웃풋’ 등식이 성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뿌리는 만큼 거둔다. ‘쥐어짜는’ 운영으론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남긴 해가 2016년이었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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