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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내시의 금의환향(錦衣還鄕) 3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2. 1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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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출신 명나라 내시들의 수탈(!) 앞에 전전긍긍하던 조선 정부에게 하나의 희소식이 들렸으니, 명나라 선덕제가 내시들의 수탈이 도를 지나쳤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야야, 네들 말야...적당히 해 먹어라. 이것들이 말야…따져보면 네들 고향 아냐? 이것들이 아는 놈들이 더 무섭다고 말야. 어이, 조선 왕 잘 들어. 앞으로 칙사 내려가면, 내가 달라는 거 말고, 다른 거 챙겨서 칙사 애들한테 주지 마. 교통비는 내가 충분히 줬거든? 괜히 교통비나 뭐 그런 걸로 사과박스 주지 말고 말야. 네들 같이 쪼메난 나라가 뭔 뇌물을 그렇게 많이 먹이냐? 네들 하는 꼬라지가 하도 불쌍해서 그런 거니까 잘 지켜라~”

 

조선으로서는 그야말로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은 칙명이었다. 자, 그런데 말이다. 조선출신 내시들과 조선의 조정은 이렇게 갑과 을의 관계로 뜯기고 뜯어먹는 관계만 있었을까? 꼭 그런것만은 아니었으니, 조선을 위한 로비스트 겸 조선시대의 로버트 김으로 활약한 내시도 있었으니…황해도 서흥 태생의 내시 윤봉(尹鳳)이 바로 그였다.

 

“조선 출신 내시 윤봉은 참 괜찮은 내시다 해. 일도 잘하고, 그 충성심이 장난이 아니다 해! 앞으로 윤봉에게 태감(太監 : 궁궐의 물품을 관리하는 직책으로 내시의 우두머리) 자리를 내리겠다 해! 여기에 덤으로 관직을 올려주겠다 해! 앞으로 윤봉은 정1품 직책을 받는다 해!”

 

그랬다. 어린 시절 조선에서 낯선 땅 중국으로 팔려간 윤봉은 인생역전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문제는 황제가 그를 ‘조선외교 담당 특별 보좌관’으로 임명했단 것인데,

 

“네가 조선출신이니까 조선에 대해서는 잘 알 거 같다 해!”

 

“뭐, 제가 또 한 조선 합니다. 폐하~제가 조선 출신이지 않습니까?”

 

“이 참에 조선에 칙사로 가라 해. 조선 사정 잘 아니까 네가 알아서 잘 단도리하고 와라 해! 뭐 이참에 너네 고향도 가보고…그래 휴가라 생각해라 해!”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이리하여 윤봉은 태종대부터 세종, 성종 대에 이르기까지 ‘조선 칙사 전문 내시’로의 활약이 시작되었다. (윤봉, 이 아저씨 꽤 오래 살았는데, 90여세를 살았다 한다)

 

“어이, 영의정! 하이~ 방가방가~ 안녕하셨삼?”

 

“아, 윤태감님이 아니십니까?”

 

“허허, 뭐 이번에 또 오게 됐네? 이거 참 황제폐하가 조선 하면 나밖에 달리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고 하시는 통에…. 이거 참 귀찮다고 황명을 거역할 수도 없고 말야. 나도 빨리 후임을 정해야 하는데 말야….”

 

“아이고~윤태감님 만한 분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저희는 그저 윤태감님만 믿고 있습니다.”

 

“그래? 그런데말야…내가 요즘 걱정이 하나 있어서 말야….”

 

“예?”

 

“거시기, 내 고향에 내 동생이 땅 부쳐 먹고 사는데 말야…이름이 윤중부라는데 말야…윤중부….”

 

“아…예.”

 

“그놈 자식이 말야. 실력은 좋은데, 운때가 안 맞아서 말야…. 내가 그래도 명색이 태감인데 아직까지 벼슬자리 하나 못 얻어서…이거 내 체면이 말이 아니야.”

 

“아, 네 지금 당장 조처하겠습니다!”

 

“응? 아니 뭐…그렇게 신경 안 써줘도 좋은데….”

 

“저기, 도지사 정도면 될런지…요?”

 

“영의정, 이거 왜 이러시나? 나 태감이야 윤태감! 개념을 바겐세일 했어? 내가 태감인데, 내 동생을 도지사급으로 두겠다고? 이거 날 1,3,5,7,9로 보는 거 아냐? 적어도 재상급은 줘야 하는 거 아냐?”

 

“그…그렇죠? 제가 잠깐 개념을 가출시켰나 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이리하여 윤봉의 동생 윤중부는 재상급의 벼슬을 받게 되었다. 윤봉은 동생을 재상급으로 올려놓은 것 뿐만 아니라, 조선에 올때마다 사과박스며, 굴비박스 등을 챙기며 조선 조정을 괴롭혔는데….

 

“하…윤봉 이 자식,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아는 놈이 더 무섭다더니….”

 

“어쩌겠냐? 명나라 황제의 총애를 받는 태감이라는데….”

 

조선 조정의 불만이 폭발 바로 직전까지 치고 올라오던 그때, 윤봉의 태도가 싹 돌변하게 되었다. 피는 땡긴다는 것일까?

 

“이거 참, 내가 너무 심하게 했나? 그래도 내 고향이 조선인데 말야…나중에 은퇴하고 나서 명나라에서 죽을 순 없잖아? 은퇴하면 어차피 조선으로 돌아갈건데, 이렇게 인심잃으면 그것도 안좋고…아무리 날 버린 나라라지만, 내 조국인데….”

 

그랬다. 숱하게 조선 조정을 등쳐먹던 윤봉이 정신을 차렸던 것이다.

 

“로버트 김 같은 아저씨는 나라를 위해서 깜빵도 갔는데 말야, 내가 이래서 안돼지!”

 

개과천선한 윤봉! 윤봉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하는데…윤봉의 활약은 지면 관계상 다음회로 넘어가겠다. 초특급 대하 울트라 역사 사극 ‘내시의 금의환향’은 곧 돌아온다. 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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