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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수원 화성(華城)의 비밀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2. 1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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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신혼 생활을 시작한 곳이 수원인지라, 수원 화성(華城)을 직접 둘러볼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화성의 유려함과 과학적 설계에 감탄을 하곤 했다. 매년마다 정조의 화성행차를 재현한 퍼레이드가 열린 것도 이색적이었지만, 필자가 늘 감동(?) 했던 것은 화성을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하기 위해 만든 수원의 화장실이었다.

 

도저히 공중화장실로 볼 수 없는 그 엄청난 시설에 필자는 놀라곤 했는데, 그 덕분에 수원 시민들은 전국에서 가장 비싼 쓰레기봉투를 사서 써야 했다. 그런데, 정조는 왜 수원에다 화성을 지었을까? 90년대 나왔던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을 보면 왜 수원에다 화성을 지었는지 잘 나와 있는데, 정조가 노론세력을 제압하기 위한 친위쿠데타를 꿈꾸며 만든 것이 수원 화성이다.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위해 노론세력과 일전을 벌이겠다는 정조의 복수심이 계획도시 수원과 조선 후기 최고의 성곽인 화성(華城)을 만들어 내게 된 것인데, 그런데 말이다. 중학교 국사 교과서에서 수원 화성 하면 정약용의 거중기를 말하며, 밑줄 쫙 당구장 표시, 별표 하면서 시험에 나온다며 이것만 죽어라 외우게 했던 국사 선생님의 모습 생각나실 것이다.

 

왜 정약용은 거중기를 만들었을까?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 될 때에도 빠지지 않았던 거중기의 존재…오늘의 주제는 바로 이 거중기의 비밀이다.

 

“전하, 그래설라무네…화성에 성 하나 짓죠?”

 

“응 성?”

 

“현릉원(顯陵園 : 사도세자의 무덤, 후에 융릉으로 격상된다)에도 자주 가시고…또 뭐시기냐, 수원의 교통의 요지 아니겠슴까? 전하께서 계획도시를 만들려고 하시는데…거기가 워낙에 평지라, 어디 방어할 껀덕지가 없어서요.”

 

“음 그래? 나도 뭐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긴 했었지. 한번 만들어 볼까? 노론 저시키들 확 밀어버릴려면 거점이 필요하긴 하지.”

 

“잘 생각하셨슴다. 그래서 제가 한번 계획안을 짜봤는데, 일단 성 길이를 3600보(약 4.2㎞) 정도로 가볍게 시작하고…높이를 2장5척 정도(약 7.75m) 하면 대충 견적이 나올거 같은데요?”

 

“그런데, 성을 지으면 뭘 로 짓냐? 흙으로 토성을 지을까? 아니면 벽돌로?”

 

“에또…그게, 흙으로 지으면 겨울에 얼어서 터져버리니까 좀 곤란하구요. 벽돌은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 놈들처럼 벽돌 찍어내는 기술이 약해서요. 걍 하던 대로 돌로 지어야 할 거 같은데요? 남는 게 돌인데, 그까이거 대충 돌 깍아 와서 지으면 되는데요 뭐.”

 

“야…다산아, 아니 약용아. 다 좋은데, 너 그 돌 다 깍아 올 수 있겠냐?”

 

“예? 돌을 왜 못 깎는데요?”

 

“이시키가 지금 아주 개념을 물 말아 먹었구만? 그 돌 누가 다 깍을 건데? 깍으면 뭐하냐? 그 돌 다 누가 옮길 건데? 네가 다 옮길래?”

 

“아니 뭐, 백성들 불러다가 돌리면….”

 

“죽을래? 백성들이 무슨 군바리냐? 공짜로 데려다가 쓰게?”

 

그랬다. 조선 전기때만 하더라도 부역이라 해서 백성들을 데려다가 일을 시켰던 것이 가능했으나, 조선 후기로 넘어오면서 이런 부역은 사라졌다. 대동법의 완성되었고, 군포도 정찰제가 된 상황! 이제 백성들을 끌고 와 쓸 수도 없는 것이었다.

 

“돌 깍고, 돌 나르고, 돌 쌓고…. 그거 전부다 일당 쳐서 애들 끌고와야 할 수 있는 거거덩? 너 새벽에 인력 시장 가봤어? 요즘 담군(擔軍 : 돌을 지고 나르던 일꾼) 한명 일당이 3전이거덩? 모군(募軍 : 단순 잡역부)도 일당 2전5푼이나 돼! 얘네들 일당은 다 어쩔건대?”

 

“아니…뭐 이런 일을 하다보면, 돈이 좀 들게 되는 겁니다. 이게 또 나라에서 이렇게 관급공사를 땡겨야지 돈이 돌고, 그래야 경제가 살아나는 거 아니겠습니까?”

 

“까는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야 이 자식아 경제 활성화도 상황 봐가면서 하는 거야! 지금 성 하나 짓기도 벅찬데….”

 

“거시기…그럼, 기계의 힘을 좀 빌리면 어떨까요?”

 

“기계?”

 

“제가 또 명색이 실학자 아닙니까? 제가 또 머리를 악세사리로 달고 다닌 것도 아니고…성 쌓는데, 제일 많이 쓰이는 게 돌을 운반하는 거랑, 돌을 올리는 거, 돌을 부리는 일인데 거기에 필요한 기계를 만들어서 대량 투입 하는 겁니다! 포크레인 한 대면 반나절이면 끝날일을 1개 대대를 불러다가 3박4일 주리줄창 삽질 시키는 대한민국 군대 같은 비효율을 지양하고, 한번 제대로 기계를 투입해 보겠슴다.”

 

“진짜야? 정말이야? 사실이야? 리얼리?”

 

“오브코스임다.”

 

“오케이 거기까지! 내가 한번 믿어보겠어.”

 

이리하여 정약용은 미친 듯이 기계 설비에 들어갔는데, 이때 나온 것이 녹로, 거중기, 대거, 평거 같은 중장비 였던 것이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수원 화성 하면 정약용의 거중기라고 달달 외웠던 그것이 알고 보면, 일당의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발되었다는 사실! 역시 사람은 돈이 걸려있어야 발 빠르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 하게 되는 순간이다.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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