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148. 내시에 대해 알고 싶은 몇 가지 것들 2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2. 15. 11:06

본문

환관(宦官)들을 계속 부리고 싶은 이성계,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신하들. 이들의 대립은 서서히 정국(政局)의 핵으로 부상하려 하고 있었는데…

 

“그…뭐, 내시란 것들이 네들이 보기엔 좀 껄적지근 하게 보이겠지만, 걔네들도 따져보면 불쌍한 놈들이야. 거시기도 짤려 가지고 말야…. 먹고 살려고 내시생활을 하긴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면 불쌍해. 만약에 이것들 궁에서 내쫓으면 얘네들 뭐 먹고 살겠냐?”

 

“이 나라의 비정규직만 500만이 넘습니다. 전하!”

 

“이것들은 뻑 하면 비정규직이래! 야, 네들이 민노당이야?”

 

“비정규직에 비하면 내시들은 행복한 겁니다! 내시들의 생활이 걱정되시면 연금을 내리시거나, 명퇴 위로금을 주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게 또 말야. 내가 왕이 돼서 생활해 보니까. 내시가 꼭 필요한 존재더라구. 생각해 봐라. 이 왕궁에 있는 궁녀들만 5백이 넘어가는데, 얘네들은 누가 지키냐?”

 

“전하! 저희가 궁녀용 정조대 500개를 주문 제작하겠습니다!”

 

“…됐거든? 여기가 11세기 유럽이냐? 정조대를 채우게?”

 

“전하, 툭 까놓고 말해봅시다. 이거야 원…전하, 내시 좋습니까?”

 

“좋다. 어쩔래? 나도 몸종은 있어야 할 거 아냐!”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나라 컨셉트가 뭔 줄 아십니까?”

 

“우리나라 컨셉트? 숭유억불이잖아 인마! 네가 컨셉트 잡아놓고는….”

 

“잘 아시면서 내시를 쓰자구요?”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쯧쯧…유교의 기본 컨셉 중 제일로 치는 게 뭡니까? 바로 효(孝) 아닙니까. 근데, 내시 만들려면 어쩝니까? 거세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자기 신체를 훼손하는 게 얼마나 큰 불효입니까? 효경(孝經)에 보면,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하니 불감훼상(不敢毁傷)이 효지시야(孝之始也)라 했습니다. 뜻을 해석하자면, 우리의 몸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다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말입니다. 이런데도 내시를 만들어야 겠슴까?”

 

“이 시키, 지금 어디서 함부로 문자를 써?”

 

“책에 그렇게 나온 걸 낸들 어쩝니까?”

 

“이 자식이 갈수록 말이 짧아지네…. 이걸 그냥 확”

 

태조 말은 그렇게 했어도 명분론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이 당시 유학자들은 내시들의 존재에 대해서 상당히 껄끄러워했으니, 중국 역대왕조의 흥망사에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시의 역사는 물론이거니와 전(前) 왕조인 고려조에 있었던 내시들의 득세에 바짝 긴장해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사마천 같은 애는 사기도 만들고 했잖아.”

 

“전하, 사마천은 궁형(宮刑 : 거세형)을 당한게 아님까? 그것도 한 무제가 궁형을 좋아해서 좀 똘똘하다 싶은 건 다 거시기를 짤라버린 뒤에 개인비서로 만들어 버리는 통에 짤린 거 아님까?”

 

“그…그러냐?”

 

“유교를 컨셉으로 한 국가에서 어떻게 내시를 둔단 말임까?”

 

“그럼 어쩌냐? 당장 내 후궁들 관리는 누가 해주고? 그리고 다른 씨가 왕위에 오르는 불상사는 어떻게 막아?”

 

“안되면 유전자 검사라도 받으면 되는 거 아님까?”

 

“이시키,너 지금 시대를 막 초월하는데, 너무 오바하는 거 아냐? 그리고 인마! 아무리 유교국가라도 인력충원은 가능해, 인마! 그딴거 걱정하지 말고, 나라 잘 꾸려갈 걱정이나 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충원 할 생각입니까? 당장 우리 조선에는 엄공(내시를 만드는 기술자, 한마디로 거세 전문 업자)도 없잖습니까? 설사 있다 해도 이런 불효막심한 것들은 찾아내 그 씨를 말려야 하는데…설마 엄공을 양성하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내…내가 언제 엄공을 양성한다고 그래! 엄공은 인마… 수지타산도 안 맞아! 1년에 몇놈이나 내시 되겠다고 나선다고….”

 

“그럼 어떻게 인력 충원을 하실 생각입니까?”

 

“뭐, 일단은 고려때 쓰던 내시를 마저 쓰고….”

 

“그 다음은요? 걔네들이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어떻게 충당하실 생각입니까?”

 

“그러니까…그래! 자연 고자들을 데려다 쓸거야. 그래, 그러면 되는 거 아냐? 어렸을 때 똥개한테 물려서 고자 된 애들 많잖아? 걔네들 정상적인 사회생활 하기도 힘든데, 걔네들 불러다가 내시 시키면, 사회복지도 하면서 나도 좋고…완전 꿩먹고, 알먹고 아냐? 그러면 되잖아!”

 

느닷없이 터져 나온 태조의 새로운 ‘내시 충원계획’ 과연 혁명동지들은 태조의 이 말에 동의 할 것인가? 초특급 대하 울트라 역사사극 ‘내시에 대해 알고 싶은 몇 가지 것들’은 다음회로 이어지는데…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