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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한국인의 후광(後光)의식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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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다음과 같은 부처님의 후광 이야기가 있다.

 

사람이 되려다 못된 원한으로 흉악한 마음을 품고 해코지만을 일삼는 야차(夜叉)가 어느날 부처님 머리 뒤의 휘황찬란한 후광을 보고 그 중 한가닥 빛살(光矢)을 뽑아 갖고서 보살행세를 하고 다녔던 것이다.
 
장자의 집에 가면 그 부처님의 후광 때문에 융숭한 대접을 받고, 길을 가면 중생들은 그 후광에 눈이 부시어 땅에 엎드려 머리를 들지 못하였다. 그것을 뒤늦게 안 부처님의 염력(念力)으로 도둑맞은 빛살이 빛을 잃었고 빛잃은 후광으로 행세를 하던 야차는 몽둥이 뜸질을 당해 육체가 지리멸렬 분해된 채 영원히 중공을 헤매도록 숙명(宿命)지어진 채 울며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남의 후광에 기생하려는 인간의 악덕을 경계하는 불경(佛經)이야기다. 흔히들 우리 한국 사람들은 두개의 나(自我)를 갖고 산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 하나는 본연(本然)대로의 실제적인 나(자아)고, 다른 하나는 남이 보는 환상적인 나(자아)인 것이다.
 
남이 보는 나를 비대시키고 확대하고자 유명하거나 이름나거나 소문난 인물의 후광-곧 광배(光背)를 이용하는 것이 십상이요, 그래서 우리 한국사람은 경쟁적으로 이 후광효과(Halo Effect)를 노리는데 도사가 돼있는 것이다.

 

봉사 노끈으로 갓을 여며쓰고 구멍난 전대를 메고 문전걸식을 할망정 6대 판서가 난 명문의 후손이라는 후광효과를 노리는데 게으르지 않았으며, 시장 바닥을 누비는 각설이도 정승 판서 아들로서 팔도감사를 마다하고 돈 한푼에 팔려서 각설이로 나섰다고 후광효과를 반드시 선행(先行)시켰다.

 

우리 한국의 정치인들 외국의 이름난 정치가나 지명인(知名人)과 만난다든지, 만나서 사진을 찍었다든지 하는 것으로 자신의 명성을 높일 것으로 착각하는 후광신드롬(증후군)은 고질이 되어왔다. 클린턴이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오늘 취임식장에 한국 대표로 정식 초대된 것은 관례에 따라 주미 한국대사가 고작이다.
 
한데 이 축하명분으로 워싱턴에 가있는 한국 국회의원만도 여-야 할것없이 35명에 이르고 있으며 일부 의원들은 입장권을 못구해 교포나 미 의원들과 줄을 대느라 부산하고, 다행히 구한 사람도 입석(立席)으로 만족해야 하는가 하면 주빈은 얼굴만 내어밀게 마련이라는 각종 축하 연회에 참석코자 몇백, 몇천 달러씩이나 주고 표를 사야 한다는 현지 보도다.

 

왜들 외국에까지 가서 그런 법석을 떠는지 모를 일이다. 정치인들의 정치의식 변혁없이 새정치를 바란다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보다 더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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