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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동녀(童女)의 피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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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어릴적 한마을에 살았던 웃방아기라는 할머니 생각이 난다.

 

분명히 얼굴에 주름살이 쭈글쭈글한 할머니였는데도 아기로 불렸던 비밀을 아는 데는 많은 세월이 필요했던 것이다. 안방이 큰 방이요 정실(正室)이라면, 웃방은 작은 방이요 소실(小室)이다. 곧 본처를 정실이라함은 안방을 차지하기 때문이요, 첩을 소실이라 함은 웃방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웃방아기는 본처가 아닌 첩(妾)과 같은 신분인 것만은 분명한데, 왜 첩과는 달리 아기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이 의문을 풀어보기 위해서는 고대부터 전해 내린 동녀동침(童女同寢)이라는 장수비결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의심방>이라는 고대 중국의 문헌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한나라 무자도가 1백38세를 살고 있을 때의 일이다. 한무제가 사냥나갔다가 무자도의 머리 위에 달무리 같은 원광(圓光)을 보고 수행했던 동방삭에게 연유를 물었다. 음양(陰陽)의 비사(秘事)로 장수의 경지를 터득한 때문이라 하자, 무자도를 불러 은밀히 그 장수 비결을 물었다. "이팔동녀를 품고 잠으로써 그녀의 몸에 간직된 기(氣)를 흡기하되, 정(精)을 누설하지 않기를 65세에 시작하여 72년간 실행해 오고 있습니다"했다.

 

슈나미티즘이라 하여 성교가 배제된 이 동녀동침은 구약성서에도 나오며,18세기까지만해도 파리에 슈나미티 살롱이라 하여 동녀 수십명을 거느리고 장수의 기를 파는 집이 있었다 한다. 이 살롱에 고용된 소녀가 2~3년 동안 기를 빼앗기고 나면 온몸에 주름이 생겨 나이 어린 할머니가 돼버리곤 하여 당시 인권운동가들이 규탄하는 호재가 돼있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이 슈나미티즘의 전통은 은밀히 번져 있었다. 선조 때 학자 이수광의 기록에 보면, 포천에 사는 참봉 백인웅이라는 이는 14~15세쯤되는 종딸을 갈아가며 동침하길 평생하더니, 나이 90이 넘도록 동안이었다 하고, 임진병란에 죽지 않았던들 20년은 더 살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섹스를 배제시킨 기의 보급원을 웃방아기라 했으며, 우리 전통사회에 있어서 노부에 대한 은밀한 3대효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웃방아기를 들임으로써 연수(延壽)를 도모해 드리는 일이었다. 이렇게 연수를 위한 웃방아기라는 변태적이요, 비인도적인 술수는 있었지만, 웃방아기의 피를 뽑아 수혈하는 연수관례는 없었다. <본초강목>에 보면, 연수나 치병(治病)을 위해 인혈(人血)을 마시는 이가 있는데, 이는 자손이 끊기는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김일성 북한 주석이 쓰고 있다는 별의별 연명(延命)수단으로 웃방아기의 흡기(吸氣)만으로는 성이 차질 않았음인지 웃방아기의 피를 뽑아 수혈하는 흡혈(吸血)을 한다는 보도가 있어 이 슈나미티즘의 기속(奇俗)을 되뇌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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