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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코뿔소 뿔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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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하타리>라는 아프리카의 동물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하타리란 스와힐리말로 위험하다는 뜻이며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일각수인 코뿔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평지라면 시속 60㎞를, 잡목이 우거진 수풀 속에서도 45㎞를 달린다는 살아 있는 전차요 맹수 가운데 가장 저돌적으로 물불을 못가려 사막철도를 달리는 기차에 대들고 하이웨이를 달리는 자동차에 대들며 영국 사막부대의 야포까지 뒤엎는 밀림의 무법자다. 이 강력 이미지가 코뿔소 뿔의 값을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인도의 고대설화 가운데 어느 한 왕자가 왕위를 걸고 미모의 어느 한 여인에게 구혼을 했으나 거절당하자 코뿔소 뿔을 구해 바치니 구혼에 응했다 하리만큼 서각(犀角), 곧 코뿔소 뿔은 인도에 있어 왕위보다 값졌으며 고대 시(詩)에서 생명에 버금가는 것으로 읊어지고 있기도 하다.

 

동남아에서도 코뿔소의 뿔을 달여 먹는다는 것이 최고의 정력강장제로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출산할 때 산모의 침상 아래 이 코뿔소 뿔을 깔아 놓으면 산모에 괴력이 생겨 안산(安産)한다는 것이다.

 

중국에도 예부터 코뿔소 뿔의 값은 그 뿔의 절반 무게의 황금값이라는게 관례가 돼있었다. 병은 병귀(病鬼)의 소치요, 그 백병(百病)의 병귀가 한결같이 두려워하는 것이 코뿔소 뿔로 인식돼 있었을 뿐 아니라, 더위나 추위나 먼지나 때나 근심 걱정까지도 코뿔소 뿔을 무서워 피한다고 알았기에, 그 수요가 다양해지고 그에 부응하여 값도 치솟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당나라때 남방 여러나라에서 바치는 조공품 가운데 더위를 쫓는 벽서(闢署)서각, 먼지가 절로 털어지는 벽진(闢塵)서각, 근심 걱정이나 노여움이 절로 사라지는 벽분(闢忿)서각 등이 들어있음을 보며, 한나라 때 성제의 애희(愛姬) 비연이 코뿔소 뿔 비녀인 서잠(犀簪)을 꽂고 살았으며, 양귀비가 코뿔소 뿔 젓가락인 서저(犀箸)로 밥을 먹고 있다.

 

우리 선조들의 사치품으로서 서각호패나 서각홀, 서각띠, 서각동곳 등을 즐겨했던 것도 서각에 내포된 병귀를 쫓는 척사력과 해독력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코뿔소 뿔로 만든 술잔은 술에 탔을지도 모르는 독을 해독시킨다 하여 왕족. 귀척이 애용해 내렸던 술잔이기도 했다.

 

이같은 필요성 때문에 현재 코뿔소는 인도에 5백마리 미만,아프리카에 8천마리 미만밖에 살아 있지 않은 희귀보호동물이 돼있으며 멸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맹수에 속한다.

 

한데 우리나라가 이 코뿔소 뿔의 주력(呪力)을 믿는 굴지의 소비국으로 지목받아 국제적 압력에 의해 전국의 한약재 시장이 불시 수색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국제망신도 하나 둘이라야 지탄할 여력이 생기는 법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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