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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종아릿살 깎기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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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중국 양자강변에 풍도라는 관광지가 있다.
 
당나라 때 이 언덕바지에 한 옛집이 있어 문이 굳게 잠겨 있는데 비명소리가 밤낮으로 들려왔다. 이 고을 현감이 강제로 문을 부수고 들어갔더니 굴이 나 있어 이를 타고 내려갔더니 18층 지옥에 이르렀다. 이승에서 별의별 죄 지은 사람들이 고문받고 있는 것을 보고 돌아나왔다. 그리고서 이 강변에 그 18지옥을 재현시켜 굴지의 관광지가 돼 있음을 보았다. 그 몇 층 지옥인지는 잊어버렸지만 살진 남녀들을 묶어놓고 대패로 뱃살이며 다릿살을 깎고 있는 지옥이 나온다. 못났으면서 잘난 체, 없으면서 있는 체, 모르면서 아는 체, 못생겼으면서 잘 생긴 체 하는 위선자들에게 가하는 징벌이라는 것이다. 이승에서 부린 허세에 대한 겁벌이었다.
 
일전에 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여인들 간에 유행하고 있는 종아리 살 깎아내리는 날씬한 다리 유행을 두고 '광적인 성형수술'로 혹평했으며, 바로 풍도의 지옥에서 허세로 인해 다릿살 깎이는 광경이 연상되는 것이다. 한국 여인의 날씬한 다리 선망은 여인의 다리가 오랜 역사 동안 은폐돼내렸던 데 대한 반동일 수 있다.
 
여성의 육체미 노출을 완전 차단시켰던 조상들인지라 노출 각선미에 대한 감각은 별났다. 도를 닦아 하늘을 날던 신선이 타락하여 속세로 되돌아오는 설화 유형이 있는데, 냇가에서 빨래하는 여인들의 노출된 다리에 혹한 것으로 돼 있다. 광나루에 세고탄이라는 여울이 있는데 이를 읊은 서거정의 시를 살펴본다. "강가에서 빨래하는 색시 얼굴 꽃과 같은데/ 아침햇살에 흰발 씻으니 눈빛같고/ 저녁햇살에 팔을 씻으니 서릿발같네" 했다.
 
비만 체질인 양귀비이지만 발은 작아, 그녀가 죽은 다음 그 신발 한 짝 주워 간 할미가 행인에게 돈 받고 신겨보이고 일확천금을 했다던데, 그 신발에 맞는 작은 발이 드물었다 한다. 발을 3분의 1로 인공 축소시켰던 전족도 작은 발 지향문화요, 우리나라에서 여자가 커서 좋지 않은 것으로 입과 턱과 발을 치는 것도 그것이다. 세계에 널리 분포된 신데렐라 유형 설화에서의 작은 발 선망도 다리의 살을 깎는 요즈음 풍조와 원초적 맥락이 있다고 하겠다. 이처럼 문화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살을 깎는 그 가혹한 아름다움 지향에 응분의 보수가 따라주느냐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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