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어머니들은 은으로 만든 어떤 형태의 노리개일지라도 몸에 지니게 마련이었다.
은비녀, 은장도, 은가락지, 은귀이개, 은바늘통 등 다양했다. 은비녀의 경우 쪽을 고정시키는 비녀 역할과 급전이 필요할 때 환금하는 역할이 복합돼 있었다. 소동파 아내의 비녀란 고사가 있는데 아내더러 비녀팔아 술 한상 차려내라는 뜻이다. 술을 좋아했으면서 가난했던 소동파는 손님이 찾아오면 아내가 번번이 은비녀 빼다 팔아 술상을 차려냈기 때문이다.
그 밖에 은비녀에는 제3의 용도가 있었다. 음식에 독이 들었나 여부를 확인하는 도구였기 때문이다. 은비녀를 음식에 담가 보고 변색이 되나 여부, 그 변색 속도나 농도로 보아 그 음식이 상했나 여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훌륭한 어머니 가운데 손꼽히는 어머니가 인조 때 정승 홍서봉의 어머니다. 병자호란 중 임금님을 모시고 적진을 여러 차례 내왕하며 인품으로 국난을 수습했던 분으로 그 인품을 길러주신 어머니다. 언젠가 손님이 와 푸줏간에 가 고기를 사오도록 시켰다. 사 온 고기가 덜 싱싱한 것 같아 은비녀를 뽑아 꽂아보았더니 변색이 되는지라 고기에 독이 생겼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이에 은비녀를 팔아오게 하여 그 돈으로 푸줏간에 가서 남은 고기를 모조리 사오게 하여 손수 뒤란 땅을 파 그 고기를 묻어버렸다. 그리고선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유럽 일부지역에서 발생되고 있는 인간 광우병, 곧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을 유발하는 병균이 들어있다 하여 쇠고기 파동이 번져나가고 있다. 무풍지대였던 우리나라에서도 발병원인 사료나 육류의 세계적 유통을 감안해 지정전염병으로 관리하기 시작, 이 병의 오염지역에서 오래 살다온 장기 체류자들에게 헌혈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한데 감염우려 지역인 유럽 국가들에서 난데 없이 북한에 쇠고기를 지원한다 하여 국제적 윤리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감염되지 않은 고기라는 것을 주고 받는 측에서 강조하지만 시기적으로 그것을 믿는 사람은 드물 줄 안다. 감염여부 이전에 그 지원이 인도적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사람은 없을 것이요, 그런 식품을 받아들이는 코리아에 붙는 국제사회의 부정적 인식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홍서봉 어머니의 슬기가 그래서 새삼스러운 작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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