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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바둑 신동(神童)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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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천재기사 오청원은 “하늘이 내린 한 수(天手一石)”란 말을 자주 썼다.
 
바둑판은 가로세로 19줄이요 361목에 불과하지만 그 놓는 한 수의 변화를 헤아리면 몇백억 몇천억이란 천문학적 변수가 생겨나 인지가 미칠 수 있는 것이 못 된다. 난국에 즈음하여 승패를 가르는 한 수에 봉착했을 때 어떤 목을 선택하느냐는 사람이 백년 천년 생각한다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하늘이 내린 한 수란 말이 생겨난 것이라고 오청원은 말했다.
 
바둑이란 태고적 요임금이 산중에서 선인으로부터 전수받은 것으로 그 이치는 심유원대한지라 난국을 당해 한 수는 천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바둑철학인 것이다. 14세에 천재기사로 발탁되어 20세기 바둑계를 휩쓴 그는 노자에 심취하고 일본에 와서 살면서 신흥종교에 빠져 무당집 사위가 된 것도 바로 한 수를 자신의 실력 밖에서 얻기 위함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아홉 살 때부터 외교관인 아버지가 데리고 다니며 적수를 패배시키고는 맛있는 음식을 사먹이는 재미로 바둑에 빠졌다는 천재기사 임해봉이 당시 바둑계의 세계적 거인인 오청원과 여섯 집 놓고 대국을 했다. 한 집 차로 패한 임해봉을 두고 이 소년에게 장래가 있느냐고 묻자 육~칠단까지는 보증하지만 그 후는 하늘이 내린 수에 매여있다 했다. 곧 '천재+천수'이어야만이 바둑의 최고단수인 구단에 이르고 입신지경에 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입신의 임해봉 구단이 한국에 왔을 때 만약 신하고 한 판 둔다면 어떤 치수로 하겠느냐고 기자가 물었다. 이에 두 점이면 내가 지고 석 점이면 둬볼 만하다고 대답했었다. 일본의 최연소 입단기록은 오청원보다 한 해 빠른 임해봉 구단으로 13세요, 그 기록을 깬 것이 11세 때 입단한 조치훈 구단이다.
 
이승우가 지은 <청석기담>에 보면 조훈현 구단이 9세에 입단하여 일본 기록보다 2년이 빠르며, 조 구단의 제자인 신동 이창호는 11세에 초단에 입단해 14세에 바둑왕 타이틀을 차지, 세계 최연소 타이틀 기록을 세웠다. 이 세계 바둑왕 이창호 구단에게 연거푸 2연승을 거둔, 섬에 사는 바둑신동 삼단 이세돌이 나타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남은 대국에서 천수의 한 수가 어떻게 놓이는가 볼거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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