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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다가 헤어지는 게…

구시렁 구시렁

by econo0706 2007. 2. 23.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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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지나고 이혼하는 가정이 늘어났단다.

 

어느 여성인사의 해설을 보니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 지나보니 서로 의견충돌이 일어나 이혼까지 간다고 한다. 또 시댁이 친정처럼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되어야만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생각이 든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의견충돌이 일어나다니? 같이 있고 싶어서 결혼한 사람들이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이혼을 하다니… 평소에는 남편이 술 먹고 늦게 들어와 가정을 돌보지 않는다며 여자가 불쌍하다고 해설을 하던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서 이혼이 많아진다니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소린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친정처럼 편히 쉴 수 있는 시댁이라는 말도 시집을 안가본 남자라서 그런지 뭔가가 헷갈린다. 물론 여자들이 시댁에 간다는 것은 뭔가 불편할 것이란 걸 모르는 것은 아니다. 시부모님도 계시고, 시누이·시동생들도 있고… 시(媤)라는 단어가 스트레스를 줄 것이라는 것은 남자들도 알 수는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혼은 시댁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한 것일 텐데, 새삼스럽게 시댁 스트레스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안 가지만, 자신만 시댁에서 고생한다는 생각은 더더욱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자신의 시댁은 시누이의 친정이며, 자신의 친정은 올케의 시댁일 터인데… 자신이 친정에서 편히 쉴 수 있다면, 올케는 시댁에서 혼자 일하고 있는 것이 될 터이고, 자신이 시댁에서 편히 쉴 수 있다면 시누이나 시어머니가 혼자 일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그런 이유에서 이혼을 한다면 도대체 결혼생활이라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에 젖은 늙은이라서 이해를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를 몰라서 하는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아마도 만났다가 헤어지는 게 너무 쉬운 사회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 기사에 연이어 나오는 기사들이 그런 것을 이야기해 준다.

 

대통령의 탈당(脫黨)… 물론 대통령에 당선되자 민주당을 떠났던 분이시니 별로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겠지만, 100년을 같이 가지고 이야기 했던 기억이 지워지기도 전에 당을 떠난다는 발표를 하는 걸 보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같이 살고 해놓고 갈라서는 부부들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사회인 것 같기는 하다.

 

대통령이 떠나고, 국무총리가 떠나고, 장관들이 떠나는 모습이 늘 TV 화면과 신문지상에 보도될 때 무지몽매(無知蒙昧)한 국민들은 만났다가 헤어지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되지 않을까.

 

그 뒤로 이어지는 기사도 또 그런 이야기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서로 얼굴을 돌리고 앉아 있는 사진과 내용들이다.

 

김영삼과 김대중, 노태우와 전두환, 이회창과 이인제, 김대중과 김종필 등등 한 두 번 본 모습들은 아니지만 새삼 그런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서글픈 생각이 드는 국민이 어디 나뿐이겠는가.

 

옛날 소싯적 반항아였던 서유석이 불렀던 노래가 불쑥 떠오른다.

 

'뚝 잘라 말해. 쉽게 말해. 어려운 건 싫어요.
만났다가 헤저지는 게 어디 한 두 번인가…'

 

그래, 어디 한 두 번인가 마는, 그래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열우당 의원들의 탈당이나, 대통령의 탈당이 일어날 때마다 한나라당 대변인은 비웃는 논평을 발표한다.

 

그러나 자기들 내부 문제로 헤어지게 될 때에는 또 다른 변명을 꺼낼 것이 아닌가. 그 대변인도 역시 어느 한쪽을 따라가야 하는 결손아동(缺損兒童)일 테니까 말이다.

 

더구나 그들은 온 국민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겠다고 나선 사람들인데, 국민은커녕 자기 당에도 기쁨과 행복을 주지 못한다면 그게 어디 할 일인가 말이다.

 

아래 아 한글에서 이혼이라는 단어를 한자로 치다가 ‘이혼(離魂)'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잠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것이 차라리 맞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말이다.

 

서양 영화를 보면 이혼하고도 서로 만나고 아이들도 왔다갔다 하는 그런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그냥 이혼(離婚)이 맞는 것 같다. 혼인관계에서 이별한 것이지 인간관계에서 이별한 것이 아니라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이혼은 진짜 혼이 서로 헤어진 듯이 보인다. 그동안 살붙이고 희희낙락(喜喜樂樂)하며 살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철천지원수가 되어 다시는 만나지 않고 살아가게 된다.   

 

같이 모여 당을 꾸몄던 사람들도 그런 것 같다. 이회창과 이인제가 어디서 만나 점심을 같이 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고, 김영삼과 김대중은 아직도 서로 으르렁 거리며, 전두환과 노태우는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소주 한 잔 같이 했다는 이야기가 안 들리니 말이다.

 

우리 국민은 스타들의 이별에 환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왜? 재미있으니까. 뭐가? 그냥…. 하지만 속마음은 그게 아니다. 얼마 전 '레슬링은 쇼'라는 말 한 마디 때문에 평생 안 만나던 김일과 장영철이 병실에서 서로 손을 잡는 모습을 보고도 열광하는 것이 국민인 것이다. 왜? 좋으니까. 뭐가? 헤어졌다가도 만날 수 있다는 게….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헤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저 신문·방송에서 또는 자기들의 여론조사에서 누가 몇 %고, 누가 몇 등이고 하는 이야기를 들고 자기의 앞날을 저울질하지 말고, 우리가 힘을 합해 국민들이 원하는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아주 '쉽고 소박한' 마음으로 돌아가면 되지 않겠나?

 

안 쉽다고?

 

왜?

 

처음 정치에 입문(入門) 하던 초심(初心)으로 돌아간다면 안 쉬울 것도 없을 것이다. 주위에 모여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다른 소리를 할 것이다. 당신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그리고 확실하다는 증거들을 수없이 내 놓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죄인이 되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바로 당신뿐일 것이다. 그 수많던 주위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무엇을 하는 지는 역사가 기록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유석의 노래는 이렇게 이어진다.

 

'가로 뛰고 세로 뛰고
밑으로 기고 위로 나는
어지러운 남녀야.

꿈도 아닌
희망도 아닌
욕심을 버려라'

 

자신은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꿈인지, 희망인지, 욕심인지도 가장 잘 아는 것은 자신일 것이다.

 

아직 시간이 있다. 한 이삼일만, 아니라면 딱 하룻저녁만이라도 좌우를 물리고 조용히 혼자 앉아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또는 산사의 바람소리를 들어가며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꿈인지, 희망인지, 욕심인지를…

 

그리고 자신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면 과감히 판단해 주기 바란다. 떠남이 능사가 아니라고…. 그것이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만났다가 헤어지는 게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2007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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