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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그대로 사랑하자 - 『시대일보』1924년 4월 6일

社說로 보는 근대사

by econo0706 2007. 2. 2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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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크리스토퍼」와「전쟁을 초월하여」등의 저자로 성명이 우내(宇內)에 굉진(轟震)된 프랑스 현대의 대문호인 『로망롤랑』씨는 이러하게 말했다. 현하에 말할 만한 영웅도(英雄道)는, 다만 한 개가 있을 뿐이니 현세계를 현세계 그대로 관찰하고 그것을 아낄 줄 아는 것이 즉 그것이라고 말했다. 참으로 의미심장, 안광(眼光)탁월, 혼담왕성(魂膽旺盛), 진리침투(眞理浸透), 전박불파(顚撲不破)의 금언철훈(金言鐵訓)이라 하겠다.


2.


무릇 지나간 것만을 추억하고 지금의 경우를 슬퍼하고 아파함은 노인의 증상이요, 결코 활기차고, 혈기 넘친 청년의 소위(所爲)는 아닐지니, 청년에게는 환희가 있을 뿐이요, 전진이 있을 뿐이요, 광명이 있을 뿐이요, 비약이 있을 뿐이고서 저 노인의 반려인 회고, 우수, 낙담, 암흑, 퇴폐 등은 발을 붙일 여지를 가지게 되지 못한 바라.


3.


그러한데 우리 동양류의 사상은 불행히 노인적이었고, 청년적은 아니었다. 아니, 지금까지도 암암리에서 이 불행한 사조가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다. 그리함으로 우리 조선사람으로 말하더라도 극단의 명완부패(冥頑腐敗)한 일부분은 제처놓고 소위 신진개명의 일부분만을 가지고 말할지라도 그 사상의 내용이 극히 미묘스럽게 불완전하고 불순하게로 구성됨을 간취할 수 있나니 가령 애국이라하고 보면 문득 「人皮三百張(인피삼백장)」의 전설이 그대로 연상되고, 「전투」라 하고 보면 「 殄滅之無遺育(의진멸지무유육)」의 고풍이 그대로 촉각되며, 개혁이라하고 보면 개인장살(個人 殺)을 의미하게 되고, 균산(均産)이라하고 보면 井田制(정전제)로 복고하는 것을 몽상하게 되니, 이것은 모두 착오, 전도, 무내용, 광망(狂妄), 황탄(荒誕), 불합리의 관념으로서 선명, 엄숙, 진실, 간절, 적나라, 필연의 시대상과는 그 배치됨이 막대한 바라.


4.


그러하나, 시대상이란 것은 결코 기계가 아니며 『스테레오타입』이 아니며, 동물의 박제품이 아니며, 호텔의 식단이 아니며 일본의 육법전서 같은 것이 아니고 즉 일대활물(一大活物)이며 일대원융문(一大圓融門)인 고로 모름지기 유창한 태도와 상세한 상심(祥審)한 방법으로써 이것을 아끼고자 하며 이에 순응코자 함이 가(可)하나니 만일 내 정신과 내 평형을 잃어 버리고 만연(漫然)히 타인의 양식만을 맹목적으로 좇으려 할진대 일대비참한 희극, 즉 『트래직코미디』가 여기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5.


움물고누첫수格으로 말하여 보건대 방금 인도에서는 비협동운동, 러시아에서는 공산의 완성, 일본에서는 보선(普選)의 촉진, 독일에서는 경제의 만회로 각자 노력하는 중이라. 그러하고 보면 타인의 양식이라니 과연 어떤 하나의 양식을 따라야 가(可)하다함이뇨? 비협동을 시대상으로 인정하자 한 즉 우리가 인도인이 아님에 奈何(내하: 어찌 할 것이요?), 공산을 시대상으로 인정하자 한 즉 우리가 러시아인이 아님에 奈何, 보선(普選)을 시대상으로 인정하자 한즉 우리가 일본인이 아님에 내하, 경제를 시대상으로 인정하자한즉 우리가 독일인이 아님에 내하 그러므로 시대상이란 것은 원래 이와 같이 좁게 해석할 것이 아니다. 현대의 시대상을 설명할 방법이 있으니 현대의 시대상은... 보편된 시대상은... 인권이 대두한 것과, 갖가지 속박에서 풀려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시대상은 한갓 相임에 그치지 않고 또한 우리에 대하여 일종의 약속된 성지(聖地)의 관(觀)이 있는 것이다.


6.


방금, 인도인은 비협동의 길을 택하여, 러시아인은 공산의 길을 택하여, 일본인은 보선(普選)의 길을 택하여, 독일인은 경제의 길을 택하여, 일제히 성지(聖地)를 향하고 노력전진하는 중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길을 택해야 할 것인가?


7.


물론, 우리에게는 경제사상도 필요하리라, 균산(均産)사상도 필요하리라, 또는 비혐동사상가지도 필요하리라. 의복이 문제되는 터이라고 음식을 전폐함은 아니오, 음식이 문제되는 터이기로 벌거숭이생활을 시인할 수 없느니 타인에게 필요한 여러 사건은 자신에도 역시 필요됨을 면치 못할 바라. 그러나, 저들의 비혐동, 공산, 보선(普選), 경제 등은 결코 우리에게 특징적 사명임은 아닐 것이다.


8.


우리는 우리의 독특한 특징이 있어야 하겠다. 인도인, 러시아인, 일본인, 또는 독일인과 교환치 못할 특징이 있어야 하겠다. 아아 특징의 길은 즉 지당의 길이고 지당의 길은 즉 시대상에 합하여 성지(聖地)로 인도되는 길이니 우리는 현실의 대지에 확연히 입각하여서 주변에 펼쳐있는 세계상을 전망하면서 그들의 일체를 융회(融會)한, 그러나 그들의 일체를 초월한 일조의 활로를 개척하자. 이러한 의미에서의 시대를 그대로… 몰비판한 모의뇌동(模擬雷同)없이… 사랑하자 절규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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