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노동대회의 개최를 축하함(押) - 『동아일보』1924.4.15

社說로 보는 근대사

by econo0706 2007. 2. 23. 18:03

본문

인쇄 매체 1.


사람은 먹고만 사는 것은 아니지마는 먹지 아니하면 죽는다. 그러므로 時에 고금과 洋의 동서를 불문하고 사람은 모두 먹고 살기를 위하여 활동하였었고, 또한 활동한다. 그리하여 과학의 발달과 기계의 발명으로 卽今 우리가 목도하는 소위 문명을 이루었다. 더우기 물질문명은 참으로 극치에 달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금일의 문명을 외면만 보지 말고 각 개인의 내면 생활을 검토하여 볼 때에 우리는 놀라지 아니할 수가 없다.


富는 비상히 증진하였다고 할 수 있으나 대다수 민중의 생활은 그와 반비례로 점차 불안에 陷하여 간다. 또한 우리가 공장에서 제조하는 물화가 옛날의 幾千倍 幾百倍에 달하는 것만 보지 말고 거의 週回的으로 돌아오는 소위 공황을 고찰하여 볼 때에 금일의 생산이 인위적으로 제한되는 것을 알 것이다. 다시 간단히 말하자면 부는 많지마는 각 人의 생활이 고르지 못하고 생산력은 더 있으면서도 생산품은 더 증진하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문명의 一인 경제적 문명이다. 이 모순은 과연 如何한 까닭으로 생겨나는 것인가. 吾人은 이에 길게 말하지 아니하고 다만 금일의 경제제도로 말미암아 나오는 것이라고만 할하여 둔다.

 

2.


세계 각국의 노동운동과 소작인운동, 즉 무산자의 운동이 오늘날 경제제도의 파괴를 목표로하고 나가는 것은 독자의 詳知하는 바거니와 우리가 다시 생각하지 아니하면 아니될 것은 그 수단방법이다. 아아, 우리는 안다. 오직 오늘날 모든 국가의 권력을 각기 대중의 손에 넣어야만 될 것을 우리는 안다.


이 의미에서 吾人은 참으로 세계 각국 무산민중의 회합을 쌍수를 들고 항상 축하하는 것이다. 그는 오직 무산민중의 견고한 결속이라야만 비로소 전투할 바의 일이요, 무산민중의 결속이면 능히 될 것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그런데 조선의 무산민중운동은 如何한가. 조선은 비록 산업이 발달되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그는 특수한 경우에 처한 까닭이요, 결코 우리가 무산자로서의 착취와 압박을 덜 받는다는 이유가 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체험하는 바가 아닌가. 그러므로 조선에도 벌써부터 이 운동이 이어온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과거를 회고하면 무수한 波瀾重疊이 있었다마는 그것은 과도기에 처한 우리로는 면치 못할 일이라고 하여도 가하다. 우리는 이제로부터 한 보조를 취하여 나아가자. 조선인된 자가 누가 무산자가 아니며, 누가 무산자 될 자가 아니리오.


3.


노농대회는 열리었다. 전조선노농대회는 열리었다. 우리가 고대하던 노농대회는 열리었다. 그리하여 이 대회에서는 과거의 모든 波瀾을 제거하고 전 조선 무산민중의 견고한 결속을 이룰 줄 믿는다. 그리고 조선민중해방운동의 一新紀元을 作할 줄을 믿는다. 아아, 우리의 해방을 목표로하고 나아가는 이 첫걸음에 털끝만한 장해도 앞에 없고 끝까지 분투하며 吾人의 기대에 어김없이 원만 확고한 결속을 이루어지이다.

 

아아, 우리의 처지가 어떻하뇨. 하고 싶은 말 한만디 변변히 못하고, 쓰고 싶은 글 한 줄 넉넉히 쓰지 못함은 오히려 참으려니와 전신을 전율케 한다. 아아, 우리의 경우는 어떻하뇨. 때리면 맞고 가두면 갇히는 것은 오히려 참으려니와 시시각각으로 밀려들어 노는 빈곤의 [조류]는 우리의 생명을 洗滅코자 한다. 아아, 이 처지와 이 경우를 능히 退避할 자가 누구인가. 오직 우리가 있을 따름이다. 오직 우리가 결속할 따름이다. 노농대회는 열리었다. 이에 一縷의 광명을 내다보고 기뻐하는 나머지에 一筆로써 축하함을 말지 아니한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