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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프로야구에 '현역병 출신' 돌풍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11. 19.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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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8. 07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맞다. 그런데 의무다. 지원이 아니다. 자원입대하는 소수를 제외하면 입대가 별로 달갑지 않다. 그렇다면 운동선수들은 군대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대표선수가 되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입상으로 병역 특례를 받는 게 최상이다. 군대에 가야 한다면 상무 체육부대에 들어가 운동을 이어가길 바란다. 현역병 입대는 끝이다. 경력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야구 선수들은 2019년 경찰청 야구단이 해체하는 바람에 현역 입대가 늘었다. 요즘 의무 복무 기간이 19개월로 줄었다곤 하지만 현역병은 훈련도 못 하고 경기감각도 떨어져 경쟁력이 없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즘 현역병으로 제대한 뒤에도 맹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있다. 오히려 현역병으로 입대한 게 전환점이 되어 환골탈태한 모습이 되어 나타난다.

한화의 김태연은 전차병으로 복무를 마친 후 전역하자마자 팀의 공격을 이끌며 주전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롯데의 고승민과 두산의 양찬열, 송승환도 있다. 상무 선발에 떨어져 어쩔 수 없이 현역 입대했으나 제대 후 깜짝 활약을 펼치고 있다.

 

▲ 프로야구 선수들은 2019년 경찰청 야구단이 해체해 현역 입대가 늘었다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올 초 제대한 양찬열은 연일 홈런을 쏘아대며 주전 선수들의 부진을 잘 메워줬다. 송승환은 7월 29일 자신의 데뷔 첫 안타를 역전타로 장식하더니 지난 4일에는 3안타를 몰아쳤다. 그리고 6일 KIA전에서는 역전 홈런까지 때려냈다.

현역병으로 군대를 갔다 왔으면 분명 리셋이 돼야 한다. 훈련을 재개하면서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아야 한다. 그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그 과정을 생략하고 오히려 입대 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양찬열의 모습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양찬열은 제대하기 70일 전부터 팀에 와서 훈련을 시작했다고 한다. 휴가를 한 번도 안 쓰고 모았다가 마지막에 몰아서 쓴 것이다. 훈련장에서는 모든 선수를 통틀어 제일 열심히 한다. 현역병으로 근무하면서 좋아하는 야구를 할 수 없었으니 농축된 열정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흔히 '군대 다녀오면 철이 든다'라고 한다. 정신 차리고 열심히 공부하는 대학 복학생들이 대표적이다.

훈련도 못 하고, 게임도 뛸 수 없으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생각을 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실제로 여러 상황을 머릿속으로 다양하게 시뮬레이션하는 게 실전에 도움이 많이 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훈련할 수 있다.

군대에서 혼자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게 된다. 현역 제대 선수 중 엄청나게 벌크업 돼서 나타난 선수들이 많다. 이건 큰 재산이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이런 선수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현역병 출신 선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손장환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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