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3. 01.
유스가 다시 대안으로 떠오를 것인가.
‘차이나 머니’에 세계축구가 깜짝 놀라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또 다른 뉴스도 터지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받고 있는 스포트라이트가 그렇다. 지난달 28일(한국시간)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19세 공격수 마커스 래시포드가 큰 화제가 됐다. 그는 아스널전에서 생애 첫 프리미어리그 선발 기회를 잡아 2골 1도움을 기록, 3-2 승리 일등공신이 됐다. 그는 사흘 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32강 미트윌란전에서도 두 골을 넣어 맨유 16강행을 이끌었다. 위기에 빠진 맨유는 최근 유스 출신 젊은 선수들로 반등을 노리는 중이다.
래시포드 외에 카메론 보스윅-잭슨(19) 패디 맥네어(21)도 맨유 유스에서 자라 1군에서 크고 있다. 영국에선 이들에게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됐던 ‘클래스 오브 92’ 재현을 기대하고 있다. 데이비드 베컴, 라이언 긱스, 게리 네빌, 폴 스콜스 등 2000년대를 휘어잡았던 맨유 선수들은 1992년 잉글랜드축구협회 유스컵 우승을 차지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세계축구계에서 이름을 알렸다. 자본화되어가는 프리미어리그 흐름 속에서 래시포드 등의 출현이 신선한 청량제가 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 마커스 래시포드(왼쪽)이 후안 마타와 2월28일 아스널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래시포드는 1997년생으로 올해 19세다. / 출처=맨유 홈페이지
최근엔 ‘오일 머니’로 무장한 맨유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도 유스 키우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맨시티는 특히 지난달 22일 첼시와의 FA컵 경기에서 등번호 50~80번을 오가는 유스 선수 6명을 투입했다. ‘첼시 형님’들에 1-5로 크게 졌지만 전반 도중 동점포를 쏘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맨시티 유스 사정을 잘 아는 이와 만날 기회가 있었다. 유스를 키워 FC바르셀로나의 오늘을 만든 치키 베기리스타인을 4년 전 디렉터(강화부장)으로 영입하면서 맨시티 유스는 잉글랜드에서 가장 바르셀로나 시스템을 닮은 구단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유럽축구연맹(UEFA)이 파이낸셜 페어플레이(FFP) 등을 도입해 각 구단이 돈을 펑펑 쓰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선수 영입이 제한된 상태에서 유스는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레알 마드리드도 요즘은 10대 유망주들을 찾아다니며 ‘리틀 갈락티코’를 추진하고 있다. 보다 적은 비용으로 재능있는 선수를 길러내 성인 무대에서 활용하겠다는 장기 구상을 세워놓고 있다. 첼시, 파리 생제르맹도 이젠 단순히 돈 많은 구단이 아니다. 최고의 유소년 시스템을 함께 갖춰 UEFA 유스리그를 석권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바르셀로나는 아예 유스 선수들로 소득을 올리는 팀이 됐다. 1군 경험이 짧거나 거의 없는 2군 어린 선수들을 다른 리그 1군에 1000만 유로(약 1350억원) 이상 이적료로 파는 수완을 발휘하는 중이다.
이런 유럽의 흐름은 한국축구에도 시사점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몸값이 치솟는 절대 경쟁 속에서, 유명 구단들부터 육성을 통한 대안 마련에 먼저 나서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K리그는 특히 거품 줄이기와 자생력 키우기를 화두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스에 대한 많은 투자가 중·고대회 우승 같은 유스 자체의 성과로 끝나지 않고,성인팀과 얼마나 연결될 수 있는가 등으로 발전할 때가 온 것 같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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