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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비시즌을 맞는 프로선수의 자세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9. 2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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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5. 20

 

길었던 시즌이 서울 SK 우승으로 마무리 되면서 모든 팀들이 재정비의 시간에 들어갔다. 시즌 동안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잘 추스르고, 다시 다음 시즌을 잘 준비해야 할 것이다. 

사실, 비시즌 운동은 굉장히 힘들다. 체력 훈련부터 전술 훈련까지 해야 할 운동들이 많다 그리고 팀내 선수 구성도 바뀔 수 있기에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본인이다. 본인들에게 필요한 운동에 꼭 집중했으면 한다.

얼마 전 전태풍 형과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NBA 선수들은 비시즌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얘기였다 시즌이 끝나면 비시즌에 본인들의 기량을 업그레이드 할 시간이 생긴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는 것이다.

굉장히 좋은 이야기라 생각한다.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비시즌을 보낸다면 얼마나 하루하루가 얼마나 값지게 느껴질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농구’라는 스포츠는 아주 많은 기술들을 필요로 한다. 모든 기술을 다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3개 정도는 완벽하게 나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가지고 가기를 바란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해서 단단한 몸을 만들어도 좋고, 아니면 중거리슛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도 좋다. 이런 목표를 정확히 갖고 비시즌을 보낸다면 다음 시즌에는 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몸이 힘들고 지루한 비시즌이 될 수도 있지만, 업그레이드 된 나를 상상하며 비시즌을 좀 더 알차게 보내기를 바란다.

알차게 채웠던 2년의 공백 

나의 경우에는 공익근무 생활을 하면서 정확한 목표가 있었다. 바로 웨이트 트레이닝과 슈팅폼 교정이었다. 왜소했던 몸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고, 슛을 쏠 때 검지와 중지사이를 좀 더 벌려서 던질 수 있게 교정 하는 것이었다. 아무도 나를 봐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오로지 나 자신과의 싸움을 2년간 했다. 당시 시간은 나에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소집해제 후 다시 코트에 섰을 때의 나를 상상하며, 2년의 시간을 의미 있게 보냈다고 생각한다. 결과도 굉장히 좋았다.

 

얼마 전 상무에 입대하는 선수들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훈련소로 들어갔다. 머리를 짧게 깎은 후배들을 보니 옛 생각에 웃음이 피식 나기도 했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훈련소 생활에는 빠르게 적응했을 것이다. 단체생활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눈치 있게 생활을 잘 하리라 생각한다.

훈련소의 생활이 지금은 길게 느껴질 것이다. 사회에 있을 때처럼 자유롭게 행동할 수도 없기 때문에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 남자로서 멋지게, 그리고 건강하게 훈련소 생활을 마치길 기대한다.

훈련소에서 나오면 상무에서 군생활을 하게 된다. 나는 상무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생활이 어떤지 잘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개인시간도 주어지기 때문에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분야에 관심을 한 번 가져보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한다. 독서, 영어공부도 좋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여유 있던 시간에 뭐라도 할 걸’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특히 군대를 다녀온 친구들은 ‘군대에서의 시간은 잘 가지 않는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누군가는 그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시간 속에서도 모든 것을 쏟아붓고,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을 것이다.

운동은 정말 높은 자리에 올라가야지만 그 영광을 누릴 수 있다. 냉정하고도 혹독한 곳이 바로 운동선수의 세계이다. 성공한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다면 의심하지 말고 꾸준하게 목표를 향해 올라가길 바란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내가 과연 실력이 늘고는 있는 건지, 내 스스로가 발전을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감히 말할 수 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성장을 이어갈 것이고, 언젠가는 그 노력에 대한 보상도 받을 것이라고!

 

의심하지 말고 군대에서의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내고 전역하기를 바란다.

나는 동사무소에서 지냈기에 상무에 있는 선수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그래서 공익근무를 하는 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시작했다. 영어 공부, 책읽기, 아르바이트 등등 많은 경험을 해 보고 싶었다. 

공익근무를 해야 하는 현역선수들은 굉장히 힘들 것이다. 팀 운동 자체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2년간은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한다. 아무리 몸 관리를 잘 하는 사람도, 멘탈이 좋은 사람도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나도 밤마다 자기 전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다시 코트에 돌아가면서 잘 뛸 수 있을까? 내 몸 상태는 이대로 괜찮은 걸까?

 

그래서 새벽에 나와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잤던 기억이 난다. 많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많은 생각들이 매일 나를 괴롭혔고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렸지만, 그럴 때마다 그 스트레스를 내 몸의 연료로 쓰면서 훈련에 매진했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지만, 다시 그런 상황이 와도 잘 이겨낼 것이라는 자신감은 확실히 있다. 결국 나는 힘든 상황에서 성장을 한 것이다. 지금 상황이 어렵다고 피하지 말고, 꼭 목표를 가지고 국방의 의무를 다 하면 좋겠다.

선배 입장에서는 후배들이 모두 다 잘 됐으면 좋겠다. 프로 선수가 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에 이렇게 글을 쓰니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이 글을 읽으면서 피가 끓어오른다면 그걸로 나는 만족한다. 꼭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길 바라고 응원한다!

덤비지 말자! 협상테이블 앉기 전에 다짐해야 할 말 

비시즌의 또 다른 이슈는 바로 자유계약선수가 아닐까 싶다. 개인 성적, 수상, 팀 우승 등은 선수에게 찾아올 수 있는 대표적인 ‘좋은 일’이지만, ‘FA 대박’ 역시 기쁨이 아닐까 싶다.

올 시즌도 ‘대어’로 분류되는 선수들이 시장에 나오면서 관심을 많이 끌고 있다.

 

FA를 이미 경험해본 선수는 협상테이블에서도 잘 대처하겠지만, 처음인 선수들은 걱정이 많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할 수 있을지 말이다.

무엇보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급하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농구를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 중 하나가 바로 ‘덤비지 말자’이다. 농구를 하다보면 스틸을 하고 싶어서 덤비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상대방은 수비자가 덤비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결국 그 상황을 역 이용해서 공격을 풀어나간다.

실생활도 마찬가지다. 함부로 덤비지 않는다. 협상테이블에서도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듣지 못했다고 해서 기분이 상하거나 욱 할 필요가 없다. 테이블에 앉는 이유는 상대에게 이기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함이기에 천천히 여유있게 협상에 임하길 바란다.

그리고 조금 냉정하게 들릴지 몰라도, 내가 받고 싶은 금액에 못 미친다거나, 혹은 나를 원하는 팀이 많지 않더라도 기분 상하거나 화 낼 필요가 없다. 그게 바로 FA 시장에서 평가하는 나의 위치이기 때문에 빨리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협상테이블 분위기는 선수마다 다르다. 현역 시절, 계약 시즌이 되면 후배들이 조언을 구하러 많이 찾아 왔었다. 선수와 구단과의 온도차도 다 다르다. 고민도 많다.

지금 협상테이블에서의 분위기가 나에게 유리 하지 않다면, 내 현재 위치를 받아들일 용기도 필요하다. 많이 아쉽고 속도 상하겠지만, 오히려 그 마음을 잘 달래서 다음 계약을 위해 이를 갈고 연습하길 바란다.

앞서 말했듯, 나는 SK에서 KGC로 트레이드 되면서 바로 공익 생활을 해야 했다.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군복무를 빨리 시작하게 되었기에 준비도 부족했다. 그렇게 훈련소에 나와서 혼자서 운동을 하는데 SK에서만 운동을 했기 때문에 KGC 연습복이 없었다. 그래서 연습복을 좀 달라고 했더니 여분이 없으니 빨래방에 남아있는 것 중 아무거나 골라서 연습하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자존심도 상하고 기분도 안 좋았지만, 속으로 다짐했다. 내가 꼭 잘 되어서 계약할 때 두고 보자고 말이다.

 

그렇게 독한 마음을 먹은 뒤로 나는 2년 동안 단 한 번도 구단에 물품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 한 마디를 하면 내가 나중에 불리 할 까봐 그랬던 것 같다. 

그 시절부터였던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일단은 잘 하고 난 다음에 원하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게 훨씬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 몇 마디 말보다는 침묵이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후배들도 이 부분을 잘 생각하고 협상에 임한다면 조금 분위기 속에서 계약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내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코트 위에서의 내 실력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내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무턱대로 덤비면 진다’라는 생각으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계약을 진행 할 수 있을 것이다.

FA 시장은 19일 삼성이 이정현 선수를 영입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FA가 된 선수들 모두가 더 좋은 조건에서 기분 좋게 계약하고 2022-2023시즌을 준비할 수 있길 기대한다.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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