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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내가 'MVP' 최준용을 응원하는 이유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9. 2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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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4. 22

 

이제 낮에 반팔만 입고 다녀도 될 정도로 따뜻해졌지만, 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쌀쌀해진다. 이 런 시기에는 늘 감기에 걸릴 수 있으니 덥더라도 항상 겉옷을 챙겨 다니면 좋을 것 같다.

플레이오프가 시작됐다. 플레이오프는 낮과 밤의 기온 차이처럼 매 경기, 매 순간의 희비가 극심 하게 엇갈린다. 아마 팬분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안양 KGC인삼공사와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1차전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지켜봤다. 체육관 열기만 큼은 한 여름 같았다.

선수 시절, 관중석에서 농구 경기를 관람하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있다. 그 상상이 현실이 된 셈인데, 생각보다 경기를 너무 재밌게 봤다. ‘직관’이 이렇게 재밌을 줄은 상상 도 못했다! 경기 분석보다는 내 동료였던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거친 숨소리를 내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옛 생각도 잠시 떠올랐지만, 내 자리는 더 이상 없어 보였다. 하하.

다만, 6강 플레이오프는 결과만 보면 다소 싱겁지 않았나 싶다. 부상자가 많이 발생한 것이 안타 까웠다. 특히 내가 본 경기에서 변준형 선수와 차바위 선수가 부상을 입어 마음이 좋지가 않았다 나 역시 플레이오프 중 발목을 크게 다쳐서 퉁퉁 부은 채로 경기를 뛰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생 각하면 그때는 어떻게 참고 뛰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부상 선수들이 잘 회복해서 남은 플레이오프, 또는 다음 시즌에 건강하게 뛰기를 바란다. 선수들은 며칠, 혹은 1~2주만 쉬면 다시 나설 수 있는 작은 부상도 겪지만, 더러는 큰 부상을 당 해서 오랫동안 재활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부상을 당하고도 재기해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선수들도 종종 있다.

 

오늘은 큰 부상을 입고도 멋지게 MVP를 거머쥔 서울 SK 최준용 선수에 대해서 한 번 써보려고 한다.

 

◇ 역대 최고의 장신가드 최준용

전에 칼럼에서도 얘기 했듯이 나는 최준용 선수의 팬이다. 빈말이 아니다. 신체 조건도 너무 좋고, 공도 잘 다루며 큰 키에 포인트가드까지 볼 수 있는 센스를 가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로는 설 명할 수 없는 뭔가… 당돌함이 좋다. 주눅 들지 않고 거침이 없다.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부분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최준용 선수가 대학생일 때부터 좋은 프 로선수가 될 것이라 믿어왔다. 한때는 내가 만약 지도자와 선수로 최준용 선수와 인연을 맺는다 면, 꼭 포인트가드를 보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그만큼 갖고 있는 재능이 뛰어나다 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로에 와서 이런저런 부상을 자주 당했고, 그로 인해 재능에 비해서 실력을 다 보여 주 지 못해 안타까웠다. 아마도 본인의 마음고생이 가장 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거기다 지난 시즌에 무릎에 큰 부상을 당하면서 어쩌면 최준용 선수를 향한 물음표가 더 커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재 기해서 정규리그 MVP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니 ‘역시 잘 될 선수’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지금의 최준용 선수는 포인트가드라기보다는 슈팅가드에 가깝다. 그러나 상황이 오면 1번(포인트 가드)부터 4번(파워포워드)까지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능력을 지닌 선수임은 분명하다. 주로 외곽에서 플레이하지만, 수비가 자신보다 작을 때는 포스트 플레이를 가져가고 상대가 지역 방어를 섰을 때는 하이포스트에서 볼 배급을 하는 역할까지 잘 해낸다. 또, 가끔 2m 키에서 나오 는 멋진 패스를 보고 있노라면 짜릿함까지 느껴진다.

사실 최준용 선수 이전에도 장신가드로 불린 선배들이 많았다. 그 시작이 정훈 선배가 아닐까 싶 다. 197cm의 큰 키에 볼도 잘 다루고, 덩크까지 자유자재로 꽂을 때면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 이 난다. 그 외에 전원석 선배, 신제록 선수 등 장신가드들이 많이 나왔다. 근데 생각해보니 장신 가드 중에서는 유독 경복 출신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이번에 서울 삼성의 감독으로 부임한 은희석 감독님도 그 시기 학창 시절에는 장신가드로 꼽혔는데, 역시나 경복고 출신이었다.

 

하지만 역대 장신가드 중에서는 감히 최준용 선수가 탑이라 생각한다.

올 시즌, SK가 정규리그 1위에 등극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퍼포먼스만 봐도 지난 시즌 부상이 있 었던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이며 플레이 자체도 성숙해졌다. 개인 성적도 16.0득점(3점슛 35.2%, 경기당 1.6개), 5.8리바운드, 3.5어시스트, 1.1블록으로 KBL 데뷔 후 가장 인상적이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너무 완벽한 패스를 주려다 볼을 오래 갖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조금만 더 심플하게 한다면 더 훌륭하고 멋진 선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 욕심일 수도 있다. 이 미 지금도 굉장히 잘 하고 있다.)

 

◇ 부상을 이겨낸다는 것 ‘부상’

이야기가 나온 김에 선수들의 부상에 대해서 좀 더 얘기해보고자 한다. 선수라면 누구나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 시달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벼운 부상이야 금세 회복하고 테이핑만 잘 하면 경기를 뛰는데 지장이 없다. 그렇지만 ‘수술’ 과정이 포함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단 부상 트라우마가 생기기에 예전의 내 모습을 찾는데 굉장히 시간이 걸린다. 재활 과정도 굉 장히 힘들다. 흔히들 재활은 나와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몸도 몸이지만, 정신적으로 굉장히 괴롭 기 때문이다. ‘내가 예전처럼 내 농구를 할 수 있을까?’ ‘예전처럼 점프할 수 있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 과정을 극복해야만 코트에 다시 설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더 밝고, 강인한 모습으로 돌아온 최준용 선수의 활약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제 는 팀을 이끌고 가려는 리더의 모습도 엿보인다. ‘성숙해졌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유다. 시즌에 만 집중하려는 모습도 팬 입장에서 보기 좋다. 지난 시즌 최준용 선수는 부상 외 구설에도 오르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프로선수라면 늘 조심해 야 하는 부분이다. 내적인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경기력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진심으로 잘 대처한다면 지나가게 될 것이다.

어린 유망주들은 프로선수들을 보며 프로의 꿈을 키운다. 최준용 선수 역시 프로선수로서의 품위 와 인격을 갖춘 선수로 성장해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이미 코트 밖에서의 팬 서비스도 유명하 지 않은가. 그가 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후배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MVP 수상을 축하하고, 계속 응원한다!

 

최준용 선수뿐 아니라 4강 플레이오프에 나선 모든 선수들도 각자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루었으 면 좋겠다. 이 글이 발행될 때쯤이면 각 팀들은 1차전을 마친 뒤일 것이다. 어느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중요한 건 부상 없이 최상의 경기력을 후회 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팬들이 입지 못할 좋은 경기로 2021-2022시즌의 대미를 장식해 주길 바란다. 파이팅!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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