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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이제 마지막 한 무대만 남았다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9. 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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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5. 06

 

2021-2022시즌 프로농구는 지난 월요일부터 챔피언결정전에 돌입했다. 여기까지 온 서울 SK와 안양 KGC인삼공사 선수들, 그리고 코칭스태프 모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마도 몸과 마음 모두 지칠 대로 지쳐있을 것 같다.

하지만 결승까지 온 이상 물러서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것이다. 젖 먹던 힘까지 쏟아 부어서 챔피언 자리에 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 역시 딱 10년 전, 그 순간이 있었다. 2011-2012시즌, 온 힘을 다 쏟아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동부를 꺾고 원주에서 세리머니를 하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감독, 코치님을 포함해 우승을 경험했던 선수가 한 명도 없었기에 결승전에 대한 기대는 어느 팀보다 컸다. 시리즈에 앞서 김성철 코치님이 ‘우승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말을 계속 했던 기억이 난다. 나 역시 결코 불가능할 것 같지 않다는 기분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결승에서의 기대가 굉장히 컸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는 동안에도 결승에 대한 생각을 하곤 했다.

챔피언결정전 코트 분위기는 어떨까?

나는 코트에서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까?

그 궁금증은 나를 2010-2011시즌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었다. 현장의 그 분위기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다음 시즌이면 나 역시 ‘선수’로 복귀하기 때문에 간접경험을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경기는 굉장히 재밌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떨리거나 긴장감이 들지는 않았다. 물론 그날은 오로지 ‘관전’하는 입장이었기에 그랬을 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날은 ‘나도 저기에 있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렇게 경기를 관중석에서 본 뒤로 1년 만에 내가 그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서게 됐다.

예상대로 긴장이 많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1경기, 1경기 즐겁게 했던 것 같다. 아마 챔피언결정전 경험이 없었기에 그저 경기에 몰입해서 뛰어다녔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결승의 그 분위기와 순간들을 생각하니 닭살이 돋는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 출전하는 두 팀의 경우, 주전 대부분이 우승 반지가 있고 경험도 풍부하다. 그만큼 예측도 어렵고 더 재밌을 것이라 생각된다. 정규리그 전적은 KGC가 5승 1패로 우위라곤 하지만 한 팀과 길게는 7번이나 붙어야 하는 시리즈이기에 상대 전술이나 패턴에 빨리 적응하게 된다. 그래서 정규리그 전적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 때가 많다.

경기장 분위기도 영향을 줄 것이다. 매진이 됐던 1차전, 2차전 학생체육관에서 볼 수 있듯 예전처럼 관중 분들이 많이 들어오시고, 에너지를 주기 때문에 선수들도 아마 뛸 맛이 날 것이고 힘을 많이 받으면서 농구하게 될 것이다. 현재 시리즈는 2승 0패로 SK가 앞서지만 안양 역시 팬덤이 만만치 않은 지역이기에 3~4차전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지난 글에서 MVP 최준용 선수 이야기를 했지만, 최준용 선수 외에도 오세근(KGC), 김선형(SK) 선수에 대해서도 흥미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

 

중앙대 동기로, 2011년 드래프트에서도 나란히 1~2순위로 프로가 된 두 선수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합작했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두 선수 모두 팀의 기둥이며 경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오세근 선수의 경우 6강, 4강에서 보였듯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이 굉장히 좋고 김선형 선수 역시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오세근 선수는 신인 시절부터 같은 팀에서 봤던 선수다. 정말 몸관리가 철저하고 농구 열정이 뜨거운 선수다. 큰 부상으로 힘든 상황에 처 했을 때도 변함이 없었다. 늘 웨이트 트레이닝에 제일 먼저 나와 재활을 했고, NBA 선수들 영상을 보면서 개인 기량을 끌어올리는데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김선형 선수도 만만치 않다. 김선형 선수와는 대표팀에서 같이 생활을 했는데, 밝은 에너지가 있는 친구였다. 경기가 잘 안 풀려도 긍정의 마인드를 잃지 않았고, 안 되더라도 다음을 준비했다. 영상도 찾아보며 개인 기량 발전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던 것으로 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보였지만, 가끔 옆에서 보면서도 ‘어떻게 저런 플레이를 해내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런 플레이를 만들기 위해 반복, 또 반복하며 훈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노력을 옆에서 봤기에 두 선수가 대한민국 남자농구 최고 스타들로 자리해온 것이 전혀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아마추어 학생 선수들 중에 빅맨 유망주들은 오세근, 가드 유망주들은 김선형 선수를 롤모델로 삼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말을 하면 ‘꼰대’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겠지만, 두 선수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노력을 많이 했는지 알아주면 좋겠다.

 

또 하나, 내 친구 양희종 선수의 활약도 기대된다. 큰 경기에 참 강한 친구다. 대학생 때부터 함께 선수 생활을 해왔고, 프로팀과 대표팀에서도 지켜봤지만, 큰 경기에 유독 강하다. 이번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양희종 선수의 공헌도는 정규리그와 달랐다. 제일 강점인 리바운드 뿐 아니라 득점이 필요할 때도 나서주면서 묵묵히 동생들을 돕는 모습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멋진 모습으로 나 뿐만 아니라 팬들의 눈도 즐겁게 해주면 좋겠다. 당연히 부상도 없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다치면 빨리 안 낫는다)

사실, SK는 내가 프로생활을 시작한 친정과 같은 팀이고, KGC는 우승을 함께 한 소중한 추억을 가진 팀이다. 그래서 어느 한 팀을 응원하기가 애매하다. 두 팀 모두 내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후배들이 많은 팀이기도 하다.

시리즈는 2승 0패로 SK가 리드하고 있는 가운데, 오늘(금요일) 3차전이 안양에서 열린다.

시리즈가 이대로 끝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들 더 이상 다치지 않고 남은 힘까지 모두 쏟아 붓고, 후회는 안 남기고 시즌을 마치길 바란다.

두 팀 모두 힘내길!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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