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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역사의 시작' 시계 형님의 데뷔

--민준구 농구

by econo0706 2022. 11. 2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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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1. 25.

 

005년, 유럽에서 활약한 한 남자가 대구로 상륙한다. 이미 전성기는 지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그의 퍼포먼스는 예술가도 울고 갈 정도였다. 14년이 지난 현재, 그는 아직도 KBL 무대를 누비고 있다. 바로 아이라 클라크(44, 200cm)가 그 주인공이다.

클라크는 2005-2006시즌 대구 오리온스를 시작으로 서울 삼성, 창원 LG, 부산 KT, 울산 모비스, 전주 KCC를 거쳐 현재 울산 현대모비스에 몸 담고 있다. 한국에서만 무려 8번째 시즌으로 30살부터 시작한 한국생활을 44세까지 이어가고 있다.

1975년 6월 15일생인 클라크는 지난 24일 KT와의 경기에서 출전하며 만 43세 7개월의 나이로 KBL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인 문태종의 43세 1개월 기록을 경신한 것. 국내선수도 아닌 외국선수가 최고령 출전 기록을 세웠다는 건 그만큼 그에 대한 신뢰감이 대단하다는 걸 의미한다.

클라크의 역사적인 첫 한국행은 어떻게 결정된 것일까. 김태훈 오리온 사무국장은 “성실함, 그리고 모범적인 생활 태도를 보고 결정했다. 물론 외국선수는 실력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우리는 인성적인 면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조건에 부합한 선수가 클라크였고, 안드레 브라운을 메인으로 선택해 외국선수 구성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큰 부상이 없었다는 것도 메리트였다. 김태훈 국장은 “외국선수가 다치지 않고, 시즌 전체를 뛰어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에이전트와 정보를 통해 알아본 결과, 클라크의 몸 관리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2005-2006시즌을 마친 뒤, 클라크는 한동안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성실함과 인성적인 면은 좋지만, 실력이 아쉽다는 것이 이유였다. 김태훈 국장은 “당시에는 좋은 외국선수가 많았다. 클라크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팀의 메인 역할을 해줄 선수로는 부족했다. 탄력 좋고, 덩크가 화려하지만, 기본적인 득점력이 떨어졌다. 다른 팀들도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분명히 있다”며 “이후 한국에 돌아왔을 때도 대부분 2라운드 지명, 대체이지 않나. 차선책으로는 좋지만, 최선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첫 시즌을 마친 클라크는 이후 터키, 쿠웨이트, 호주 등에서 활약한 후, 2011-2012시즌 삼성에서 다시 KBL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6시즌 연속 선발, 대체를 오고 가며 ‘시계 형님’이라는 닉네임을 얻었고, 국내 농구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클라크와 2005-2006시즌, 2011-2012시즌을 함께 한 김승현 해설위원은 “처음 봤을 때부터 정말 듬직한 친구였다. 그동안의 외국선수와는 달리 진중했고, 농구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했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했던 것 같다. 그만큼 실력도 좋았고, 안드레 브라운과 함께 재밌는 농구를 했다. 내 농구 인생에서 그때만큼 신났던 적은 없었다(웃음). 내게 주고 뛰라고 하면 그대로 엘리웁 덩크까지 연결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김승현 위원은 “오리온스에서 한 번 보고 난 뒤, 삼성으로 이적했을 때 다시 만났다. 그때는 이미 농구선수로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 오히려 몸이 더 좋아져서 나타났다. 성적과는 상관없이 (이)승준이와 신나는 농구를 했다. 지금 돌아온 걸 보니 몸이 불었더라. 나이는 못 속이는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한참을 옛이야기로 꽃을 피우던 김승현 해설위원은 “클라크는 결혼도 잘했다. 아내가 모델 출신인데 굉장한 미인이다. 외국선수들 대부분이 쉴 때마다 나가 노는 걸 좋아하는데 클라크는 그런 적이 없다. 굉장히 가정적이고, 아내만을 바라보는 로맨티스트다”라며 “삼성 시절에는 클라크와 아내가 선수단 버스를 타고 함께 이동한 적이 많다. 당시 (이)동준이가 상위 노출(?)을 한 적이 있었는데, 클라크가 ‘아내 앞에서 옷 벗지 마라’라고 주의를 주더라(웃음). 그만큼 아내 사랑이 대단한 남자다”라고 이야기했다.

클라크의 시간은 거꾸로 가고 있다. 첫발을 디딘 2005-2006시즌과 현재의 2018-2019시즌을 비교해봐도 여전한 근육질 몸매를 갖추고 있다. 현주엽 감독과 동갑이라는 것이 믿겨 지지 않을 정도. 그의 역할은 단순명료하다. 라건아의 뒤를 받쳐주는 것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분위기 조성이다. 외국선수에게 그런 역할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신뢰가 대단하다는 걸 증명한다.

 

민준구 기자 minjungu@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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