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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 마뚜루] 심리전과 '긁어 부스럼'의 함정

--홍윤표 야구

by econo0706 2022. 9. 1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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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0. 18.

 

현대 유니콘스는 왜 한화 이글스에 2006년 한국시리즈 티켓을 내주고 말았을까. 이런저런 뒷풀이나 입방아 가운데 그럴싸한 얘기는 현대가‘심리전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김재박(52) 현대 감독은 널리 알려져있다시피 두뇌플레이에 능한 지도자이다. ‘여시(여우)’라는 별명이 말해주 듯 신경전을 펼치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김재박 감독은 지난 14일 수원에서 열린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도중 정민철의 투구동작을 문제 삼아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그 장면은 상대 진영을 흔들어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사전에 계산된 김 감독의 치밀한 심리전의 일환으로 봐야한다는 게 그를 잘아는 야구인들의 시각이다. 0-2로 뒤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칫 상대투수가 신경전에 휘말린다면 한 순간에 흐름이 뒤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한화는 동요하지 않았고 오히려 김재박 감독의 흔들기에 자극받아 이후 3연전을 내리 이겼다. 송지만이나 래리 서튼 같은 주축선수들의 부상을 현대의 패인으로 꼽을 수도 있겠지만 김 감독의 흔들기가 반작용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 현대 유니코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장면 / 충청투데이


야구는 심리적인 경기이다. 심리전의 명수는 단연 해태 타이거즈 시절의 김응룡 감독(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이다.

김응룡 감독은 1988년 빙그레 이글스(한화 이글스 전신)와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이번 시리즈는 한 ·일전”이라고 상대팀을 긁었다. 물론 재일동포 출신인 김영덕 빙그레 감독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1996년 해태-현대의 한국시리즈에서 김 감독은 심판판정과 주심 배정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급기야 5차전이 끝난 다음 김 감독은 느닷없이 “현대의 연고지인 인천 출신 심판을 6차전 구심으로 배정하면 경기를 보이콧하겠다”며 폭탄발언, 장외에서 미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 해태와 빙그레의 한국시리즈 보도기사 / 동아일보


공교롭게도 김응룡 감독의 이같은 심리전은 잘 먹혀들었고 해태는 그때마다 우승했다.

1989년 저팬시리즈에서는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긴테쓰 버팔로즈를 상대로 3연패 후에 4연승, 대역전 우승을 일궈내는 사건을 일으켰다.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시리즈 직후 요미우리의 곤도 헤드코치는 “우리팀 역전 우승의 원동력은 긴테쓰측의 ‘입’때문이었다”는 자못 의외의 지적을 했다.

사연인즉, 3차전에서 선발로 등판, 긴테쓰를 승리로 이끌었던 가토 투수가 경기 후 “자이언츠의 타선은 롯데(퍼시픽리그 최하위)보다 박력이 없다”고 기고만장해서 지껄인 것을 지칭한 것이다. 가토는 최종 7차전에 선발로 나섰으나 무참히 얻어맞고 패전의 너울을 쓰고 말았다. 당시 요미우리의 4번 타자가 바로 현 요미우리 감독인 하라 다쓰노리였다. 가토투수의 언동이 요미우리 선수들을 분기탱천시켜 역전 우승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당시 일본의 일부 매스컴은 이를 두고‘(가토의 발언이) 야부에비(긁어 부스럼)’라고 비유했다.

 

홍윤표 기자 chuam@osen.co.kr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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