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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 마뚜루] 프로야구 MVP 선정의 허와 실

--홍윤표 야구

by econo0706 2022. 9. 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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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0. 20. 

 

한국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선정 방식은 타당한가.

올 한해 프로야구 농사를 갈무리하는 시점이다.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한국시리즈만을 남겨놓고 있는 이즈음, 팬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최우수선수와 신인왕에도 쏠리고 있다.

최우수선수는 두 말할 나위 없이 그 해 활약이 가장 뛰어난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올해는 특히 한화의 걸출한 새내기 류현진(19)과 롯데 자이언츠의 주포 이대호(24), 삼성의 철벽 마무리 오승환(24) 등이 강력한 3파전 구도를 형성, 과연 MVP 트로피가 누구의 팔에 안길 지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들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군말이 나올 수 없으리만치 나름대로 수상자로서의 면모와 충분한 성적을 갖추었다는 게 중론이다.

류현진은 새내기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투수부문 3관왕(평균자책점, 다승, 탈삼진)에 올랐다. 이대호는 1984년 이만수(당시 삼성)에 이어 22년만에 사상 두 번째로 ‘트리플크라운(타율, 홈런, 타점)’을 달성했고 장타율까지 거머쥐어 타격부문 4관왕을 차지했다. 오승환은 47세이브로 한국과 아시아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점에다 소속 팀을 한국시리즈로 직행시킨 공로에 방점이 찍힌다.

문제는 MVP를 뽑는 투표시기와 활동범위에 대한 논란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회요강에 의하면 ‘한국야구선수권대회’는 페넌트레이스와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총망라한다. 한국야구위원회 표창 규정 제 5조 ‘개인표창 종목 및 선출방식’과 제 6조 최우수선수 항목을 보면 ‘최우수선수란 선수권대회에서 기능·정신 양면이 가장 우수하고 품행이 방정하여 타의 모범이 되는 선수’이다. 따라서 MVP는 그 해 페넌트레이스 뿐만 아니라 한국시리즈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려야 수상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이 표심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인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해묵은 논란거리를 끄집어내게 된다. 한국시리즈는 별도로 MVP를 시상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로 인해 과거에도 MVP의 성적범위를 놓고 KBO와 투표인단 사이에 말이 많았고, 투표시기가 오락가락했다.

 

▲ 2005년 선수권대회 MVP로 뽑힌 롯데의 손민한이 트로피에 기쁨의 입맞춤을 하고 있는 모습. / 경남도민일보


만약 MVP를 페넌트레이스에 국한시켜버린다면 당연히 투표시기 논란이 뒤따르게 된다. 현행처럼 한국시리즈를 마치고 난 다음에 투표를 하게되면 아무래도 시리즈 성적에 표심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MVP와 신인왕 투표는 한국야구기자회 가맹 언론사를 중심으로 차등을 두어 언론사별로 1~5표를 배정,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투표는 득점제가 아니라 득표제(1995년 이전에는 득점제 였음)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는 득점제이다.

메이저리그는 <베이스볼 라이터스 어소시에이션> 소속 기자들이 투표로 선정한다. 1~10위로 나누어 1위는 14점을 주고, 2~10위는 차례대로 9~1점을 매긴다. 이 점수를 합산해서 최다득점자가 MVP에 오른다. 일본은 프로야구기자회 소속 신문, 통신, 방송 각사에서 취재경력 5년 이상의 야구담당기자들이 뽑는다. 3명 연기명으로 1위 5점, 2위 3점, 3위 1점으로 매겨 총득점으로 MVP를 가린다.

한국은 1986년 이전까지는 MVP의 성적 범위가 애매했다. 1987년부터 KBO가 대회요강에 한국야구선수권대회의 범주를 전, 후기리그와 그 해 처음으로 도입한 플레이오프 및 한국시리즈로 못박아 놓았다. 프로야구 초창기의 MVP는 성적 외의 요인에 흔들린 적도 있었다.

1984년에는 성적만을 놓고 본다면 이만수가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 MVP가 유력했으나 결과는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거둔 롯데의 최동원에게 돌아갔다.

정규리그 막판에 당시 삼성의 김영덕 감독이 노골적으로 이만수의 타격왕 만들기에 나선데다 한국시리즈 파트너 고르기 작전으로 잇단 져주기극을 펼치는 바람에 기자단에 ‘괘씸죄’로 걸려들었다. 김 감독은 이만수를 벤치에서 쉬게 하는 한편 타격왕 자리를 놓고 치열한 막판 경합을 벌였던 롯데의 재일동포 출신 홍문종에게 9타석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는 등 아예 타격 기회를 원천봉쇄, 여론의 엄청난 비난을 들어야 했다. 결국 이만수가 1리 차이(3할4푼: 3할3푼9리)로 타격왕에 오르는 데 성공했으나 ‘선도’가 떨어진 흠결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 1984년 KBO프로야구 페난트레이스 MVP 최동원(오른쪽)과 한국시리즈 MVP 유두열 / 경향신문


그 해 MVP 투표는 한국시리즈 최종 7차전(10월9일) 직후에 있었다. 7차전에서 역전 결승 3점홈런을 날린 유두열이 한국시리즈 MVP로, 혼자서 4승을 책임진 최동원이 선수권대회 MVP로 뽑혔다. 공교로운 수상자 안배였지만, 만약 투표가 한국시리즈 전에 이뤄졌다면 MVP의 향방이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우리 식’도 좋지만 이 참에 선수권대회 MVP의 성적 범주와 투표자의 자격 따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앞으로 야구 명예의 전당을 설립한다면, 전당에 헌액할 인물을 뽑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투표인단 구성은 여러가지 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Tip ; 김영덕 감독은 이만수의 타격왕 달성 후 “비난은 잠깐이고 타이틀은 영원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홍윤표 기자 chuam@osen.co.kr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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