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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최종예선은 결과이면서 본선을 위한 과정이다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11. 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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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9. 06.

 

한국축구는 2008년 9월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에서 북한과 비겨 많은 걱정을 낳았다. 당시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의 라이벌로 꼽혔기 때문에(결국 본선에 오른 팀은 북한이었다) 북한전 무승부는 본선 진출에 ‘노란 불’로 여겨지기도 했다. 위기는 기회가 됐다. 허정무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은 박지성을 주장으로 세우면서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개편하는 혁신을 꾀했고 이게 적중하면서 최종예선을 4승4무,조 1위로 마쳤다. 결과만큼 반가운 것이 바로 내용과 과정이었다. 에이스 박지성을 중심으로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이근호 김정우 등이 포진했던 대표팀은 최종예선 기간 중 세대교체까지 한꺼번에 이루는 성과를 거뒀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 16강 기틀은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차근차근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4년 뒤 브라질 월드컵 땐 그렇지 않았다. 최종예선을 통과한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본선 티켓을 거머진 뒤 사령탑이 바뀌면서 대표팀의 연속성이 이뤄지질 않았기 때문이다. 2013년 6월 대표팀 지휘봉을 넘겨받은 홍명보 감독은 1년이란 짧은 시간 속에서 폭 넓은 옥석가리기를 하질 못했다. 또 최종예선과 평가전은 경기가 주는 압박감이나 치열함에서 엄연히 달랐다. 홍 감독도 훗날 최종예선부터 대표팀 사령탑을 했다면 좀 더 많은 선수를 관찰하고 착실한 본선 준비가 가능했을 것이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과 경기를 마친 뒤 관중들의 응원에 답례하고 있다. / 이주상 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슈틸리케호’가 최종예선 1차전 중국을 누르고 이제 시리아와 2차전을 앞뒀다. 중국전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결과를 얻었으나 내용은 불안했다’로 요약할 수 있다. 사실 모든 경기의 1차 목표는 결과다. 승리보다 더 달콤한 열매는 없다. 하지만 한국축구에 있어 최종예선 만큼은 결과 못지 않게 과정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감독 교체로 대표팀 안정성이 떨어졌던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한국이 본선 티켓을 따냈다는 점은,아시아 무대에선 어지간한 상대의 도전을 뿌리칠 힘이 있다는 뜻도 된다. 어느 누구도 한국을 아시아에 배정된 월드컵 본선 티켓 4.5장 안에 넣지 않기는 힘들다. 그런 면에서 아시아 최종예선은 그 자체가 목적이면서, 본선 16강이나 8강으로 가기 위한 과정의 성격도 갖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성공,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가 최종예선과 연관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슈틸리케호의 현주소는 아마도 결과와 내용을 다 잡았던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득실차로 힘겹게 웃었던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사이에 있을 것이다. 향후 1년간 치를 9차례 최종예선및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러시아행 티켓은 물론 본선 경쟁력을 위한 리빌딩과 내부 경쟁도 진행되어 남아공 월드컵 이상의 잠재력을 가진 팀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현재 거론되는 몇몇 문제점들이 조금씩 수정되는 기간이 되길 바란다. 한국축구에 월드컵 최종예선은 그렇게 복잡다단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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