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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ACL 준결승 싹쓸이에 취하지 말아야…이면도 보라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11. 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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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9. 21

 

K리그 자존심이 모처럼 세워졌다. 전북과 서울이 동아시아에 배정된 2016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 티켓 두 장을 모두 차지하면서 한국프로축구의 힘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지난 2014년부터 이 대회의 동·서아시아 완전 분리를 단행해 두 지역에서 각각 한 팀씩만 결승에 올라 격돌하도록 방식을 변경했다. 전북과 서울은 고비를 넘고 견제를 이겨내며 4강에 나란히 도달해 동·서아시아 분리 뒤 처음으로 같은 리그 클럽끼리 준결승을 치르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를 K리그의 쾌거나 위상 상승으로만 마냥 보기엔 그 이면의 어둠 역시 짙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우선 전북 서울과 함께 K리그를 대표해 출전한 수원삼성 포항 등 다른 두 팀의 조별리그 이탈이 아쉽다. 게다가 내년부터 K리그의 ACL 경쟁력이 올라갈 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전북과 서울은 올해 ACL 우승을 위해 전력 보강과 준비에서 여러가지로 신경썼던 팀들이다. 마침 중국 최강 광저우 헝다가 지난해 ACL 우승및 클럽월드컵 출전 후유증 등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이변까지 겹치면서 두 팀이 4강까지 오를 수 있었다. 반면 ‘명가’로 불렸던 포항과 수원삼성은 ‘자생’이란 화두와 함께 던져진 구조조정 한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초반부터 고전한 끝에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결과를 떠나 내용이 신통치 않았다는 게 더 안타까웠다. 올해 K리그 클래식 각 팀 경기력을 냉정하게 돌아보자. 당분간 ACL 무대에 오를 K리그 4팀 중 2~3팀은 올해 포항이나 수원삼성처럼 ACL과 K리그 클래식 등 두 대회를 소화하는 것조차 힘들어할 수 있다.

 

▲ 서울이 지난 달 24일 산둥과 ACL 8강 홈 경기를 치르고 있다. / 제공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에 반해 라이벌 국가들의 상황은 개선되고 있다. 중국은 광저우 헝다 ‘1강 체제’에서 벗어나 복수의 구단들이 ACL이란 꿈에 다가가기 위해 서로 경쟁하듯 막대한 지출을 하고 있다. 일본은 새로 체결된 거액의 중계권 협상을 발판 삼아 내년부터는 J리그 우승팀에 100억원이 넘는 상금을 안겨주겠다고 발표했다. 2008년 이후 멈춰진 일본 구단의 ACL 우승을 위해서다. 모든 현상은 양면을 함께 봐야한다는 생각이다. 4팀이 모두 16강에 진출한 뒤 전북 하나만 8강에 올라 분투하다가 탈락했던 지난해엔 ‘K리그 위기론’이 불거졌다(필자는 전원 16강행만으로도 잘했다는 견해를 펼쳤다). 두 팀은 잘 하고 두 팀은 참패한 올해엔 박수가 터져나오고 있다.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다. K리그를 대표한 팀들의 고른 경기력 쪽으로 포커스를 돌리면 지난해 전원 16강행은 혼날 일이 아니었다. 물론 올해의 양극화 성적도 박수만 받을 일은 아니다.

개인적으론 K리그에 중요한 것은 어쨌든 아시아 최상위권을 달리는 경기력이 아니라 그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대중들의 관심이라고 본다. 그 관심을 어떻게든 이끌어내어야 돈도 모일 수 있다. 국가대항전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는 ACL은 그 관심을 이끌어낼 중요한 촉매는 된다는 생각이다. 특정팀에 기대는 것보다는 어느 팀이 아시아 무대에 나가도 충분히 도전할 기반을 갖추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게 올해 ACL이 안겨주는 교훈 아닐까.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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