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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소고기를 먹는 자 사형에 처하겠노라!? 上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9. 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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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포경(捕鯨)이 금지 된 나라중 하나이다. 덕분에 고래 고기를 맛볼 수 없는데, 그래도 먹으려고 작정을 하면 고래 고기를 구할 수 있는 이유…그것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잡은 것이 아니라 어망에 걸려 죽은 고래들 덕분에 고래 고기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아직까지 이어진 것이다. 뉴스에도 심심찮게 나오는 고래의 비참한(?) 최후와 뜻하지 않은 횡재에 기뻐하는 어민들의 모습을 떠올리시면 쉽게 이해가 가실 것이다. 자, 그런데 말이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먹어야 했던 고기가 조선시대 있었으니…바로 소고기가 그것이다. 과연 조선시대 사람들은 소고기를 어떻게 먹었을까? 소고기 쟁탈을 위한 현장으로 달려가 보자.
 
태종 15년 6월, 조선은 한참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으니,
 
“야야, 이거 참 임금 가오 안서게 가뭄이 들고 난리야?”
 
“전하! 전하가 몸을 바르게 세우지 못해 하늘이 노한 것이옵니다! 전하, 부디 몸을 바르게 세워 하늘의 분노를 달래시옵소서!”
 
“닝기리…뻑하면 다 내 잘못이래! 내가 노무현이냐? 뭔 일 터지면 무조건 나 때문이래. 알았어, 일단 뭐 몸을 바르게 하라니까, 당분간 섹스도 안하고…그래, 고기반찬(肉饍)도 안 먹을 게 그럼 됐지?”
 
“전하! 한 가지가 더 있사옵니다!”
 
“…이 자식이 말하려면 한꺼번에 다할 것이지. 지금 오줌 싸냐? 찔끔찔끔 흘리게? 너 요실금이야?”
 
“그…그런 게 아니옵고, 이게 또 말에도 기승전결이란 게 있어서…여하튼, 지금 이 나라 조선에 가뭄이 든 것은 다 사람들이 금령(禁令)을 어기고 소를 잡아먹기 때문이옵니다! 바라옵건대, 국정을 바로 살펴 쇠고기를 먹는 관료들은 엄단하시고, 서울로 들어오는 ‘자연사한 소고기’에 관해서는 세금을 매기십시오! 아울러 지방에서 자연사한 소를 매매 할 때는 지방 수령이 명문(明文)을 작성하여 자연사한 소임을 입증 한 다음에 고기를 먹게 하시옵소서!”
 
“…야야, 그건 좀 빡센데? 솔직히 툭 까놓고 말해서 육식자(肉食者 : 고급관료나 왕족을 지칭하는 것. 이 당시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신분은 이들 밖에 없었기에 붙여졌던 이름)는 네들이잖아? 네들 고기 안 먹을 수 있냐? 이참에 다이어트 좀 해볼라고?”
 
“전하! 소고기를 먹는 것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버리는 행위이옵니다! 이참에 소고기와의 전쟁을 선포하셔야 하옵니다!”
 
왜 이렇게 소고기에 대해 집착하는 것일까? 돼지도 있고, 닭도 있는데 어째서 소에 대해 이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조선시대에 설마 힌두교가 들어온 것은 아닐 터인데 말이다.
 
“사람들이란 게 원래 또 소로 농사짓고 살잖아? 농우(農牛)가 없었으면 심경(深耕 : 논이나 밭을 갈 때 깊이 가는 것. 인간이 쟁기질 하는 것보다 훨씬 깊고 빠르게 갈았다)을 어떻게 하겠어? 소가 몸이 부서져라 논밭을 갈고, 그것도 모자라 짐을 싣고, 수레를 끌고, 초대형 멧돌도 돌리는데…일생동안 인간에,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삶을 살아온 소를 꼭 마지막 순간까지 괴롭혀야겠어? 죽도록 일 시킨 다음에 잡아먹는 다는 거…이거 좀 잔인하지 않냐고? 마지막 가는 길은 편하게 보내주자는 거지.”
 
이랬던 것이었다. 조선시대 소는 개나 돼지, 닭하고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으니, 농부에게는 재산목록 1호이며, 콤바인, 트랙터와 같은 농기계 이면서도 또한 인간과 커뮤니케이션을 나누는 가축으로 분류되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소를 생구(生口 : 한집에 사는 하인이나 머슴을 일컬어 생구生口라 말했는데, 소는 가축이 아니라 거의 사람과 비슷한 존재로 분류했던 것이다)라 불렀을까? 소는 가축이 아니라 사람으로 봤었던 것이다.
 
“살았을 적에 뼈 빠지게 사람을 위해 고생하고, 그도 모자라 죽어서 고기를 먹는다는 것…이게 어디 사람이 할 짓이냐? 도학(道學)을 배우고 실천하는 나로서는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내 평생 소고기를 먹지 않으리!”
 
지갑을 열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율곡 이이 선생이 한 말이다. 실제로 율곡 이이는 일평생 소고기를 먹지 않았고, 지금도 율곡 이이 선생의 제사상에는 소고기가 올라가지 않고 있다. 자, 문제는 말이다. 율곡 이이 선생처럼 고매한 인품을 지닌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는 것인데,
 
“우리야 원래 소고기 안 먹지. 아니 원래 고기 같은 거 안 좋아하거든, 콜레스테롤 수치도 관리해야 하고…내가 또 좀 혈압이 높거든. 그런데 어떡하냐? 소가 죽었다는데? 그걸 어떻게 묻어? 4~500㎏이 넘어가는 놈인데, 이걸 묻기 위해서 애들이 삽 들고 뺑이 치는 것도 그렇고, 환경오염도 생각해야 하잖아. 요즘 경기도 안 좋은데, 우리 같은 애들이 좀 먹어줘야지 경제가 돌아갈 거 아냐. 내가 진짜…어쩔 수 없이 먹는 거야.”
 
과연 육식자(肉食者)의 이 변명은 맞는 말일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역사사극 ‘소고기를 먹는 자 사형에 처하겠노라!?’는 다음회로 이어지는데…커밍 쑤~운!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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