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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조선시대의 다방을 찾아서 上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9. 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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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방(茶房)이 쇠퇴의 기로에 서있다. 젊은이들은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이나, 카페 등을 찾는 통에 다방은 어르신들이 한가롭게 놀러와 앉아 계시는 곳으로 인식 되어지는데, 여기에 더해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등장으로 약속장소를 굳이 정하지 않더라도 만날 사람은 다 만나는 21세기의 만남의 문화 덕분에 다방이 설 자리는 계속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은 퇴락한 뒷골목 풍경으로 여겨지는 다방이었지만, 7,80년대에는 청춘문화의 아이콘으로 당당히 그 이름을 말했던 다방… 그러나 이 다방(茶房)이 조선시대에는 엘리트 관료들을 배출하던 최고의 정부기관이었다는 사실! 조선시대의 다방(茶房)은 과연 어떤 곳인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그 뭐시냐…고려 애들이 딴 건 모르겠는데, 그 차 마시는 거 하나는 꽤 괜찮았거든, 녹차가 얼마나 좋은지 알어? 이게 말야 콜레스테롤을 분해하지. 지방 분해하지…성인병에는 왔다거든, 거기다가 차 마시는 다도(茶道)자체가 정신수양에는 최고거든. 그래서 말인데, 내가 이번에 왕도 됐구 해서, 경복궁에 쪼그만 다방을 하나 차렸으면 좋겠는데…네들 생각은 어떠냐?”
 
“전하! 그게 무슨 개념을 가출시켜버리는 말씀이십니까? 다방이라니요! 차를 마시려면 길다방으로 충분합니다! 자판기 커피가 곧 다방커피의 원조이거늘, 굳이 궁궐 안에다가 다방을 짓겠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혹시…다방은 다방인데, 티켓다방을 말씀하시는 거 아닙니까?”
 
“야 이 자식아! 내 나이가 몇인데, 티켓을 끊어? 사람이 말야. 진심으로 말하면 진심을 받아들여야지. 꼭 그렇게 딴지를 걸어야겠어? 내가 이 나이에 테이크아웃 커피점…그래 별 다방이든 콩 다방이든 가서 아이스 모카를 마시겠냐, 카페를 가서 파르페를 시켜먹겠냐? 네들도 내 나이 되 봐라. 갈데없어서 탑골공원이나 빙빙 돌고 앉아있지.”
 
태조는 조선을 개국하자마자, 다방(茶房)이란 관청을 만들겠다고 신하들에게 말했으니, 고려왕조가 남긴 또 하나의 문화적 유산이었다.
 
“일단 뭐 왕이 되가지고, 내가 해보고픈 거 한번 못해보면 그것도 억울하거든. 아니꼽고 더러우면 네들이 왕 하세요. 나는 다방 만들어서 차나 마실 테니까.”
 
이리하여 태조는 이조 소속으로 다방(茶房)을 만들게 되는데,
 
“네들이 하는 일은 다례(茶禮)를 담당하는 거야. 걍 차만 만들고, 내가 차 배달 넣으면 달려와서 차 만들면 돼. 알았지?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그래, 네들이 이조 소속이잖아? 그러니까 외국 사신들 오면 차 대접도 하고, 꽃이나 과일, 술, 약, 채소 같이 여하튼 물장사에 관계된 모든 일은 네들이 알아서 다해.”
 
이리하여 본격적인 다방(茶房)의 업무가 시작되었는데, 이들은 왕이 언제 어느 때건 부르는 즉시 달려가 차를 대령하였고, 나름대로 외교관 노릇도 하게 되었다. 이런 다방의 관원들을 태조는 꽤 이뻐 했는데,
 
“자식들이 말야, 빠릿빠릿해. 시키면 득달같이 달려오고, 차도 아주 맛있어. 녹차도 티백이 아니라 직접 걸러내고 말야. 기특해.”
 
태조의 이런 총애를 받으며, 어느새 다방은 신진관료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서가 되었으니,
 
“뭐 다른 거 있겠어? 일단은 말야…신임 공무원들 뽑으면 제일 먼저 다방에 배치해. 거기서 차도 만들고, 꽃도 가꾸고 하면서 인격수양을 좀 시키고, 그 다음에 실무에 투입시키자고. 일단 사람이 돼야지 안 그래?”
 
태조의 이런 바램에 따라 다방(茶房)은 어느새 신진관료들의 통과 코스가 되었고, 태조 역시 개인적 취향에 의해서인지 지방 수령을 뽑을 때면, 다방 출신을 대상으로 하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조선에는 때 아닌 다례(茶禮) 열풍이 불게 되는데, 이런 다(茶) 문화는 태조 이후 면면히 흘러내리게 되었는데,
 
“나라에서 제사 지내는데, 언제까지 부어라 마셔라 할 거야? 술 그거 많이 마신다고 좋은 거 아니거든? 차 얼마나 좋냐? 깔끔하게 차 올리고 좋잖아? 술은 꼭 뒷탈이 있거든. 별로 좋지도 않은 술 계속 퍼 마시느니, 이참에 차를 보급하는 거야. 어때?”
 
태조에 이어 태종, 세종에 이르기 까지 조선 초창기의 왕들은 너나할 거 없이 차에 대해서 호의적이었으니, 다방은 단순히 차를 끓여 내오는 관청이 아닌 공무원 문화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게 되었다.
 
“야, 네들 서양놈들이 커피 브레이크 가지는 거 봤냐? 그게 놀고먹는 거처럼 보이는데, 업무 효율을 높이는데는 커피 브레이크만한 게 없대. 한참 일하다가, 피곤해졌다 싶으면 커피 한잔 쫙 들이키고, 농담 따먹기도 하면서 긴장도 풀고 한 다음에 다시 일을 하는 거지. 어때?”
 
조선시대에도 서양의 커피 브레이크와 티타임 같이 차를 즐기는 시간을 갖자는 주장! 과연 조선에도 티타임이 도입될 수 있었을까? 초특급 대하 역사 사극 ‘조선시대의 다방을 찾아서’는 다음회로 이어지는데…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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