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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베테랑이 된다는 것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9. 1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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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05

 

2021-2022 정관장 프로농구도 벌써 1라운드를 마쳤다. 코트 밖에서 시즌을 치르지 않고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프로농구 시즌이 굉장히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신인들은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베테랑들은 시즌이 충분히 길다는 것을 많이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이 느긋할 것이다.

 

1라운드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선수가 아닌 입장에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중에서도 베테랑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현재 베테랑들은 본인의 위치에서 본인의 역할을 다해주고 있다.

 

특히 KT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김영환 선수는 팀에서 필요할 때마다 활약해주고 있고, 김동욱 선수도 게임 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식사에 진심이었던 김영환

 

김영환 선수는 최근 통산 5,500득점을 달성하기도 했는데, 친구 입장에서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든다. 단순히 기록 때문만이 아니다. 힘든 시간을 다 이겨내고, 여전히 팀에서 필요로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김영환 선수와 연습경기를 많이 해왔다. 그래서 그 친구가 걸어온 농구인생을 어느 정도 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1984년 동갑내기이자, 2007년 드래프트 동기이기도 하다.)

김영환 선수는 어릴 때부터 몸 관리를 굉장히 잘 했던 선수로 기억한다. 고려대 시절에는 무릎이 많이 안 좋아 재활을 많이 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평균 20분 이상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가 재활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9시 뉴스 시작할 때 잠자리에 들고, 절대 식사를 거르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는데, 난 왠지 그 소문이 맞을 것 같은 느낌이다.

또,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은 김영환 선수가 밥을 굉장히 좋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청소년대표팀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당시 훈련 분위기가 안 좋았는데, 코치님께서 “너희들 이런 식으로 하면 저녁밥 없다”라고 엄포를 놓으셨다. 그때였다. 김영환 선수가 눈에 불을 켜고 사력을 다해 뛰는 것이 아닌가. 아직도 그 진지한 표정이 눈에 선하다. 지금도 예전처럼 밥을 많이 먹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지금처럼 꾸준히 뛰어서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는 베테랑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 내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낄 때

사실, 이러한 베테랑들에 대해 ‘오래 했으니까 여유있게 잘 하겠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이 느끼는 감정은 그렇지 않다. 특히 35세 이후가 되면 신체 변화에 많이 예민해 진다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몸이 쉽게 안 풀린다는 느낌부터 받았다. 게다가 몸이 풀려도 왜이리 빨리 굳는지…. 반응속도도 예전 같지 않다. 분명히 스틸을 할 수 있는 상황인데, 몸이 머리가 생각하는 만큼 움직여 주질 않는다. 예전 같으면 이미 저 앞에 뛰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 당황할 때도 있다.

부상을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 예전보다 회복이 느려 빨리 낫지 않는다. 근력운동을 해도 전처럼 단시간에 근력이 올라오지 않는다.

선수들은 대부분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은퇴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되고,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다 보니 감정도 복잡해진다. 나도 이 때문에 우울해 했던 적이 있다. 분명 예전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작 코트에서는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이어 좋지 못한 이야기들을 들을 때 더 속상해진다.

그럴 때면 기분전환을 위해 영화도 보고, 친구들과 만나기도 하고, SNS를 하며 소통을 하기도 했다. (영삼아 그래서 그렇게 SNS를 열심히 하는 거니?)

이는 선수라면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인 것은 맞다. 다만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제는 나누는 즐거움을 느낄 시기

베테랑, 혹은 노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시점부터는 마음가짐을 달리하면 좋다. 내가 앞으로 이루지 못할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보다는,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나눠줄 수 있다는 작은 기쁨을 느꼈으면 한다.

프로무대에서 35살이 넘도록 선수생활을 했다는 것은, 결국 10년 이상 프로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누구보다도 많은 일을 경험하고 느꼈을 것이며, 오랫동안 그 가치를 인정받아왔을 것이다.

그렇기에 본인의 그런 경험을 통해 얻은 것들을 후배들에게 베푸는 일도 의미가 있다. 농구뿐만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마주하게 되는 일에 대해서도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프로선수들은 동료이자 경쟁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눈다고 자기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게 바로 좋은 선배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 코치님, 고마워요!

나 역시도 프로선수 생활을 하면서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났다. 덕분에 선수로 잘 성장해서 지금 이렇게 글까지 쓸 기회도 생겼다.

사실, 내가 어렸을 때는 지금과는 조금 문화가 달랐다. 선배들과 술자리도 자주 있었고, 숙소 생활이 주를 이루었기에 그 안에서 게임도 같이 즐기고, 공유하는 것들도 많았다.

 

선배들 중에서는 서울 SK에서 코치로 계시는 김기만 코치님이 기억에 남는다. 원정 룸메이트였는데, 상대적으로 출전시간이 긴 나에게 많은 것을 배려해 주셨다. 침대도 더 큰 곳을 쓰게 해주고, 따로 심부름을 시키지도 않으셨다. 프로선수 생활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주셨다. 휴가 때는 따로 불러서 맛있는 음식도 사주셨다. 가끔 코치님을 만나면 나를 ‘방장님’이라고 부르신다. 그만큼 내게 많은 것을 배려 해주셨는데, 철없던 그 시절에는 그 고마움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 이렇게라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코치님! Thank You!

 

◇ 보고 배워야 할 베테랑 : 박찬희와 김동욱

2라운드에는 각 팀 전력 분석이 어느정도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수비 전술도 각 팀에 맞게 준비를 많이 해서 나올 것이다. 이때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아주면 따라오는 후배들이 더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각 팀의 베테랑들이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DB 박찬희 선수와 KT 김동욱 선수의 플레이가 계속 기대가 된다.

두 선수다 팀을 옮기면서 부담감이 있었을 텐데, 역시 농구를 잘 하는 선수들이라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박찬희 선수 같은 경우에는 이번 시즌 준비를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재 DB의 공격과 수비에서 선봉장에 나서며 팀을 이끌고 있는데, 패스 하나하나에 팀이 같이 살아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김동욱 선수 역시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팀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많아 자칫 경기흐름을 읽지 못하고 급하게 서두르는 경향이 있는데 그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서 경기 템포를 조절하고 득점 또는 어시스트로 팀이 무너지지 않게 묵묵하게 팀의 기둥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사실 경기를 읽는 능력은 수치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설명 자체가 쉬운 부분이 아니다.

 

하지만 김동욱선수를 보면, 급하지 않고 여유있게 언제 무엇을 해야하는지 정확히 알고 경기를 한다. 경기를 읽는 능력은 현재 KBL에서 정상급이 아닌가 싶다. 어린 선수들도 김동욱 선수의 플레이를 유심히 보며 많은 공부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도 잘 해주고 있지만 후배들을 잘 이끌고 부상없이 2라운드도 멋진 모습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P.S 2007년 드래프트 동기들에게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각 팀에서 멋진 활약을 하고 있는 2007년 드래프트 동기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도 잘 해왔고, 앞으로도 남은 선수 생활은 물론이고 은퇴후의 삶도 멋지게 꾸려 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 어쩌면 나는 동기들 중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서 더 열심히 했는지도 모르겠어. 훌륭한 동기들이 있었기에 더 노력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노력이 더 나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것 같아.

지금 먼저 은퇴해서 또 다른 도전을 하고있지만, 멀리서 우리 동기들 많이 응원하고 있다는 거 알아줬음 좋겠어.

 

프로선수로 뛸 날들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마지막 경기까지 멋진 모습 계속해서 보여줬으면 좋겠어! 다시 한 번 내 어린시절을 함께 보내고 추억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해. 부상 조심하고 항상 멋진 모습 보여주길 응원한다! 화이팅!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번제스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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