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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드 파크] '프로야구 5강'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의 순간들

---Outside Park

by econo0706 2022. 9. 1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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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26

 

2018 KBO 포스트시즌이 한창이다. 독보적인 성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두산부터 11년 만에 가을 잔치를 치른 한화, 치열한 5위 전쟁 끝에 막차에 올라탄 KIA까지 화제가 만발했다. SK와 넥센도 모두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안착해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매년 가을은 포스트시즌에도 야구를 하게 된 다섯 팀과 그렇지 못한 다섯 팀 사이에 극명한 희비가 교차하는 시기다. 이미 하위권 팀들은 단장과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단을 전면 재정비하면서 개혁을 시작했다. 반면 두산, SK, 한화, 넥센, KIA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또 한 번 ‘가을의 역사’를 만들었다. 이 다섯 팀이 그동안 가을에 펼친 수많은 명장면 가운데 대표적인 순간을 모아봤다. 

# 두산

두산은 ‘가을의 팀’이다. 시즌 상대 성적에서 두산보다 앞서거나 어깨를 나란히 했던 팀들도 가을에 만나는 두산은 유독 두려워한다. 수많은 포스트시즌 경험, 그리고 그 안에서 얻은 자양분이 두산 선수들의 몸 안에 입력돼 있기 때문이다. 

그 저력이 폭발한 경기가 바로 두산이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최종적으로 거머쥔 2015년 10월 14일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었다. 넥센에 2승 1패로 앞선 채 4차전을 시작한 두산은 2-9로 뒤지던 경기를 뒤집어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점수차(7점) 역전승 신기록을 작성했다. 7회부터 9회까지 3이닝 동안 9점을 뽑았고, 무엇보다 5-9로 뒤져 패색이 짙던 9회초에만 무려 6점을 얻어내면서 11-9로 대역전승을 일궜다. 
 

▲ ‘크레이지 시리즈’로 기록된 2010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당시의 두산 베어스. / 일요신문 DB


종전 포스트시즌 최다 점수차 역전승 기록은 6점. 두산이 2001년 10월 25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삼성을 상대로 만들어낸 역전극이었다. 14년 전 자신들이 쓴 가을의 전설을 스스로 고쳐 썼다. 준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된 두산 이현승이 “기적이라는 단어가 현실로 눈앞에 벌어진 것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다. 

실제로 두산은 그저 여러 차례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것뿐만이 아니라 숱한 명승부를 만들어 냈다. 특히 2010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는 지금까지도 ‘크레이지 시리즈’로 기억되는 명장면 열전이었다. 5차전까지 끝장 승부가 이어진 가운데 5경기가 모두 1점 차 승부로 끝났다. 당연히 역대 처음 있는 일. 게다가 5경기 모두 엎치락뒤치락 시소게임을 거듭한 끝에 8회 이후에야 승부가 갈라졌다. 다 끝났다고 생각된 순간 뒤집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결국 5차전 연장 11회말 삼성 박석민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면서 치열했던 승부에 마침표가 찍혔지만, 팬들은 ‘야구의 모든 것’을 보여줬던 양 팀에 뜨거운 수를 보냈다. 

# SK 

SK 김광현은 2007년 프로야구에 데뷔했다. 그러나 그가 본격적인 ‘등장’을 알린 시기는 그해 봄이 아닌 가을이었다. 2007년 10월 26일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 시즌 3승 7패에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한 고졸 신인 투수가 SK의 4차전 깜짝 선발 투수로 나섰다. 

상대 선발 투수는 1차전에서 역대 한국시리즈 최소투구 완봉승(99개)을 거둔 두산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였다. SK 타선은 1회 이호준의 중전 안타로 선취점을 올린 뒤 5회 조동화-김재현의 연속타자 홈런으로 3점을 먼저 냈다. 김광현이라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위해 그 정도 점수면 충분했다. 앳된 얼굴의 ‘히든 카드’ 김광현은 공 하나마다 힘과 패기를 모두 실어 던졌다. 특유의 역동적인 투구폼과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앞세워 두산 강타선을 틀어막았다. 6회 1사 후 이종욱에게 단 한 개의 안타를 내준 게 전부. 7⅓이닝 9탈삼진 무실점으로 한국시리즈 첫 승리를 따냈다. 그렇게 SK의 에이스가 태동했고, SK는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 현역 시절 홈런을 치고 있는 장종훈. / 사진 제공 = 한화이글스

 

# 한화 


한화는 창단 이후 지금까지 딱 한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양대 리그 체제였던 1999년이다. 시즌 중반까지는 4강 진출이 위태로웠지만, 추석 연휴를 시작으로 막판 무서운 10연승을 질주하면서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냈다. 

두산과 상대한 그해 플레이오프는 한화팬들에게 레전드 장종훈의 마지막 그랜드슬램을 본 시리즈로 기억된다. 장종훈은 연습생 신화의 원조이자 불세출의 홈런왕이었다. 삼성 이승엽이 그의 기록을 깨기 전까지, 리그 최고의 홈런 타자로 군림했다. 다만 1999년은 장종훈이 서서히 선수 생활의 황혼에 접어든 시기였다. 두산도 장종훈을 예전만큼 두려워하지 않았다. 선발 최용호가 1회 선취점을 내주고 무사 만루 위기까지 몰린 뒤에도 장종훈을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교체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종훈의 클래스는 여전했다. 4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역대 포스트시즌 네 번째이자 플레오프 두 번째인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장종훈 개인에게는 1989년 한국시리즈 이후 10년 만에 그려낸 포스트시즌 아치였다. 한화는 그렇게 한국시리즈에 올라갔고, 결국 우승까지 차지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롯데를 만난 장종훈은 마지막 5차전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3으로 맞선 9회 1사 3루서 롯데 문동환과 맞서 결승 희생플라이를 때려내는 데 성공했다. 장종훈은 훗날 “선수 생활을 하면서 그 수많은 경기를 뛰어봤지만, 정말 그렇게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떨렸던 순간은 처음”이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그 긴장을 이겨낸 보답은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 넥센 

넥센이 포스트시즌에서 남긴 최고의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패한 경기에서 만들어졌다. 가장 극적인 상황에 더 이상 극적일 수 없는 홈런 한 방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가을 야구의 정수를 보여줬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엄청난 순간을 넥센 4번타자 박병호가 만들어냈다. 

▲ 2013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5차전 넥센과 두산 경기 9회말 2사 1,2루에서 넥센 박병호가 동점 3점 홈런을 쳐내고 있다. / 연합뉴스

 

2013년 두산과 넥센이 치른 준플레이오프는 KBO 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에 남을 혈투였다. 1~3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사상 최초로 3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가 나왔다. 4차전까지는 준플레이오프 사상 최초로 4연속경기 1점차 승부가 펼쳐졌다. 5차전 역시 연장전에 돌입해서야 경기가 끝났다. 이뿐 아니다. 잠실에서 열린 3차전은 연장 14회 승부가 펼쳐지면서 4시간43분간 경기가 진행돼 역대 준플레이오프 최장시간 신기록이 작성됐다. 심지어 이 기록은 목동구장으로 옮겨서 치러진 5차전에서 사흘 만에 다시 경신됐다. 연장 13회까지 무려 4시간 53분의 경기 시간을 기록했다. 

 

바로 이 5차전에서 ‘그 홈런’이 나왔다. 양 팀이 2승 2패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넥센은 0-3으로 뒤진 채 9회말 투아웃을 맞았다. 가을 야구의 종료가 눈앞으로 다가온 듯했다. 넥센이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출루해 2사 1·2루를 만들자 두산은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마무리 투수로 올렸다. 그때 박병호의 배트가 무섭게 돌았다. 볼카운트 투볼에서 니퍼트의 3구째를 그대로 받아쳐 목동구장 한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승부를 3-3 원점으로 돌리는 극적인 동점 3점포였다. 넥센 더그아웃의 선수들은 감격을 주체하지 못해 펄쩍펄쩍 뛰었다. 더 이상 극적일 수 없는 드라마였다. 연장 승부 끝에 경기는 결국 5-8 넥센의 패배로 끝났지만, 이 홈런 한 방은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의 홈런 중 하나로 오랫동안 회자됐다. 

# KIA 

한국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홈런을 꼽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우승을 결정짓는 끝내기 홈런을 ‘마지막 승부’인 7차전에서 때려낸 선수는 역대 단 한 명뿐. KIA 나지완이다. 2009년 KIA와 SK는 3승 3패로 팽팽하게 맞선 채 운명의 7차전을 맞았다. 초반 분위기는 한국시리즈 3연패에 도전한 SK 쪽에 유리하게 흘렀다. 6회초까지 5-1로 앞서갔다. 그러나 KIA 타선은 늦게 발동이 걸렸다. 나지완이 6회말 2점 홈런으로 추격 시동을 걸었다. 7회말 안치홍의 솔로홈런과 김원섭의 적시타로 2점을 만회해 5-5 동점을 이뤘다.
 

▲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 KIA와 SK의 경기에서 9회 말 나지완이 솔로 홈런으로 결승점을 내고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 임준선 기자


마침내 찾아온 운명의 9회말. 투수를 모두 소진한 SK는 팔꿈치가 아파 쉬고 있던 채병용을 마운드에 올렸다. 반면 타석에 선 나지완은 앞선 타석에서 홈런을 터트린 터라 자신감이 충만했다. 볼카운트 2B-2S서 채병용이 던진 5구째 시속 143km 직구가 약간 높게 들어갔다. 완벽한 먹잇감을 찾은 나지완이 무섭게 배트를 돌렸다.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모두가 홈런임을 직감했다. 역사적인 타구 하나가 잠실구장 하늘을 갈랐다. 나지완은 이미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잠실구장 베이스를 돌았다. KIA 선수들은 얼싸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KIA는 그렇게 ‘해태’에서 ‘KIA’가 된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배영은 / 일간스포츠 기자 

 

자료출처 : 일요신문 [제13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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